감시와 처벌 나남신서 29
미셸 푸코 지음, 오생근 옮김 / 나남출판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역자의 서문을 간략히 옮긴다. 감시와 처벌은 권력이 인간과 신체를 어떻게 처벌하고 감시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근대적 인간의 모습은 어떻게 태어났는지를 기술한 책이다. 계보학적 방법으로 씌어진 첫 번째 책이다. 계보학이란 전통적인 역사서술 방법과 구별되는 것으로서, 역사에 있어 고정된 본질이나 심층적 법칙, 형이상학적 결말 혹은 도달할 수 없는 진리의 의미가 있다는 논리를 부정한다. 그것은 의미, 가치, 진리, 도덕, 선 등의 개념들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것들 속에 감추어진 권력의 전략, 지배와 복종, 억압과 전투의 관계를 파헤친다. 그것은 지식의 담화, 추상적인 언술행위 속에 이루어진 권력의 개입과 작용을 파악한다. 

서구의 역사에서, 중죄인을 처벌하는 구실로 인간의 육체를 대상화한 권력의 전략적 형태를 인식할 때, 주목되는 첫 번째 단계는, 앙시엠 레짐의 시대에 왕권 유지의 수단으로 이용된 잔인한 고문방법의 형태이다. 앙시엠 레짐이 끝나가는 18세기 후반기에 접어들어 잔인한 고문과 공개적인 처형에 대한 비판과 부정적 반응에 의해 18세기 개량주의자들이 고안한 방법은 범법자의 범죄행위와 처벌의 비중이 어느 정도 일치하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나태한 사람에게는 강제노동을, 경제적 손실을 입힌 사람에게는 변상을, 살인자는 사형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무렵에는 피 흘리는 폭력의 범죄보다 사유재산과 소유권의 침해와 관련된 범죄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량주의자들의 조치와 학문적 작업이 사회의 인간화에 기여하기는커녕 권력의 강화에 이바지하면서 인간의 위치를 더욱 고립화시켰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제 신체에 대한 직접적인 폭력이 아니라 규율을 통해 인간을 지배한다. 규율은 개인을 제조한다. 규율은 개인을 권력행사의 목적이자 수단으로 삼는 권력의 특수한 기술이다. 감시하는 방법에 의존한 권력의 전략으로 인간의 육체는 규율에 길들여진다. 이러한 규율과 훈련의 과정은 인간을 대상화하여 검증하는 사회과학의 성립 및 발전의 과정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푸코의 계보학적 시선으로 볼 때, 지식은 인식하는 주체 속에서 자생적으로 생성된 것이 아니다. 권력이 인간 속에 침투해 들어가고 인간관계 속에서 행사되는 것이라면, 인간을 대상으로 한 지식은 그러한 권력관계 속에서 생성된다. 그런 점에서 중성적이거나 순수한 지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지식은 권력의 전략에서 예외적으로 벗어나 생성되고 발전할 수 없는 것이다. 주체적 자유를 박탈당한 이 비극적 상황에서 인간은 어떻게 존엄성을 회복하고 진정한 주체로서의 힘을 되찾을 수 있을까? 푸코는 이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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