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분자 비선형 과학도서 4
캔더스 B. 퍼트 지음, 김미선 옮김 / 시스테마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엔돌핀을 발견하고 에이즈 치료약을 개발한 과학자의 책이다. 약학박사로서 자신의 실험과 발견과 그에 따른 환희와 좌절을 자서전 형식을 빌어 쓰고 있는데 전개가 흥미진진하여 책장이 쉬이 넘어간다. 존스 홉킨스에서 약학박사과정을 거치며 펩타이드가 뇌에서도 발견된다는 것을 알아내 신경펩타이드로서 엔돌핀을 발견하게 된다. 70년대초 여성으로서 남성들의 전유공간이었던 과학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벌였던 투쟁들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는데 과학계가 진정 그런지 비슷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나 자신도 다소 놀랄 정도로 위대한 과학적 발견이나 발명이 세상에 알려지기 위해서는 업적의 위대함 보다는 치밀한 정치적 계산이 먼저 필요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과학하는 여성으로서의 삶은 여성에게 세상을 보다 피해적으로 바라보게 하여 원래의 자신보다 방어적으로 살게 하거나, 그런 삶이 자신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고 느끼게 되면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털어놓고 나오게 만든다고 수전 핑커가 성의 패러독스에서 말하지 않았던가. 저자는 투쟁을 선택했다.

과학도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한번쯤 읽어볼만하다. 실험과학자의 삶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몸이 마음에, 마음이 몸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지금은 누구나 공감하지만 저자의 이런 주장은 불과 30년전만 해도 학계에서 받아들여지기 힘들었다. 지금은 통섭이라는 단어가 시대의 화두가 될 정도로 과학적 패러다임을 깨거나 학제간 교류와 통합이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가? 저자는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간다. 몸과 마음의 상호작용이야 오늘날 이미 모두가 공감하고 있지만 저자는 말년에 명상, 요가, 최면, 침술, 식이 등 대체, 보완 요법에 눈을 뜨는데 어떤 암시적 시술을 통해 자신의 의지로 뇌하수체에서 엔돌핀을 분비하게 만드는 놀라운 경험도 한다. 약물을 포함한 의학적 치료가 아닌 이런류의 요법으로도 인간은 충분히 건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 몸의 펩타이드 체계를 교란시키는 우울증약 같은 것은 먹지 말라고 주장한다. 정신과 의사로서 한 마디 하자면 사람이 자기 의지로 자기의 몸과 마음을 달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가능하다고 모든 사람이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의지가 중요하다고 주장하면 우울증 환자나 자살시도자는 모두 의지가 박약한 사람이 되고 만다. 아뭏든... 마음과 몸은 철저히 분리되어 있다는 데카르트의 이분법에서 벗어나 지금은 몸마음 bodymind이라는 단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되었듯이 언젠가 명상, 기, 침술 등의 과학적 원리도 모두 밝혀질 날이 올지 모르지만 글쎄... 나 역시 낡은 패러다임에 갇혀 있는 것인지 저자의 주장은 솔깃하지만 왠지 나의 이성은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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