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계 1 - 한양의 사람들
최성현 지음 / 황금가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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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 드라마나 영화를 따로 챙겨보지는 않지만 정조의 일대기를 다룬 '역린(逆鱗)'은 유난히 재밌게 보았다. 스토리, 극중 배우들의 연기, 영상미 어느 하나 빠지지지 않았던 영화로 아직도 기억한다.

특히 극중 서사에 이끌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지루할 틈 없이 몰입했었다.


'역린(逆鱗)'의 최성현 작가가 10년 만에 신작 장편 '소설 묵계 1: 한양의 사람들'을 선보였다.

10여 년 전 영화로만 마주했던 최성현 작가의 서사를 소설로 마주하게 되었다.

배경은 '역린(逆鱗)'과 마찬가지로 정조시대이다. 하지만 이번엔 정조시대를 살고 있는 왕과 귀족의 이야기가 아니다.

왈짜와 장사패, 하급관리와 몰락양반, 기생가 무뢰배와 같은 하층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인왕산패 대주인 '하우도'는 늙은 외거노비의 어렵게 얻은 아들로 태어났다.

하지만 부모는 주인집 물건을 훔쳤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일찌기 돌아가셨다.

고아로 산전수전을 겪고 자란 '우도'는 평시서 하청수의 궂은 일을 봐주다가 그의 양자가 되었다.

무섭게 세력을 키워나가며 주변에 사람들이 늘어만 가는 우도를 견제하던 중 하청수는

하우도를 죽이려 했다. 하우도를 흠모했던 하청수의 딸 하명혜는 이를 하우도에게 귀띔해준다.

결국 하우도는 하청수를 죽이고 하명혜를 후첩으로 들여 외아들 하상익을 얻게 된다.

하우도는 한양에서 인왕산패 대주가 되었다. 살인청부업 및 돈이 되는 일을 닥치던대로 하던 인왕산패는 중인 브레인 '이륜'을 영입하여

한양의 돈줄을 쥐고 흔드는 거대조직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 소설에서 가장 흥미로운 인물을 꼽으라면 '이륜'을 꼽을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하우도의 오른손이자 제갈공명 역할을 하는 이륜의 활약은 소설을 읽는 내내 감탄을 자아내었다.

'이륜'뿐만 아니라 금전이나 어떤 회유에도 넘어가지 않는 대나무 같이 강직한 포교 채경수의 활약도 큰 재미를 더하고 있다.

묵계에서는 조선 말기에 접어들면서 점점 신분과 법도가 서서히 무너지며 돈의 유혹에 넘어가 사리사욕만을 챙기는 탐욕스러운 인간 군상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정조시대를 다루고 있지만 작금의 시대에서도 충분히 마주칠 수 있는 인간사가 펼쳐지는 소설이다.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말이 이 소설에서도 느껴졌다. 전혀 고리타분하지 않고 현대적으로 몰입감 있게 풀어낸 서사가 벌써 2권을 기다려지게 만든다.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황금가지출판사 #묵계1 #최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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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여자, 작희 - 교유서가 소설
고은규 지음 / 교유서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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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를 살아낸 작희와 작금의 시대를 사는 여자, 은섬!
‘작가전문퇴마’라는 독특한 소재로 쓰는 여자라는 공통점을 가진 두 여자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고은규 작가의 장편소설, 리얼 페이지터너!

일제 강점기 이야기를 사랑했고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지 못한 채 한 남자의 아내로 살게 된 중숙은 딸 작희를 낳았다. 그 시절 여성들에게 남자에게 종속된 삶을 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종숙은 자신 처럼 이야기를 사랑하는 딸 작희가 꿈을 이루길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결국 작희는 자신의 소설 <미쿠니 주택>을 사랑하는 연인 오영락에게 빼앗겼다.
오영락은 작희의 소설을 표절해 발표한 <미쿠니 아파트>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러시아에서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싸우는 삼촌과 내통한다는 혐의로 작희는 경찰서에 끌려가 내란죄로 형을 받고 옥중사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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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살고 있는 은섬은 큰아버지로부터 오영락 평전 집필을 의뢰받았다.
관련자료로 받은 오영락의 <미쿠니 아파트>초고와 이작희의 일기를 살펴본 결과 <미쿠니 아파트>는 이작희의 <미쿠니 주택>을 표절했고, 글씨를 알아보기 힘든 일기는 이작희가 오른손을 다쳐 왼손으로 썼던 일기였다. 이 모든 사실이 밝혀지고 쓰는 여자 은섬은 쓰는 여자 작희를 통해 자신의 글쓰기 자아를 찾아나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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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56글은 민감한 성정을 가진 살아 있는 생물 같았다. 사정이 생겨 몇 주간 글을 쓰지 못했더니, 뭔데 알은 척을 하냐는 듯이 토라져 한 문장도 쓸 수 없게 만들었다. 글에서 떠나온 시간만큼 정성으로 달래고 시간을 들여야만 그때서야 겨우 마음을 주는 것 같았다: 나는 주인공 은섬처럼 글밥을 먹고 사는 사람은 아니지만 매일 '쓰는 여자'로 살면서 이 구절에 절절이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고은규 작가의 페르소나가 '은섬'으로 구현된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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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43작희도 나도 말없이 서로를 응시할 뿐이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쓰려고 하는 걸까요?-이 질문은 작희와 은섬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매일 일기를 쓰고 사소하게나마 끄적이는 나를 포함한 독자들에게 던지는 질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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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글이 너에게 뭘 해줄 거라 바라고 글을 쓴 건 아니지 않니?그냥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괴로울 때나 행복할 때나 매일같이 쓴다고 하지 않았어?네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그렇게 사는거지. 작희야. 그렇게 글에 기대 사는거다.": 이 책을 통틀어 가장 울림이 컸던 부분이다. 내 안에 형체없이 뒤엉킨, 설명될 수 없는 감정과 생각들은 어쩌면 글을 통해서만 설명되기도 한다. 

<이 서평은 "쓰는 여자, 작희" 가제본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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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신종 옮김 / 페이지2(page2)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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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를 만나기 전 나는 유튜브나 여타의 니체를 친절하게 풀어쓴 책을 접한터라 니체를 모르지는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덮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내가 얼마나 오만했던가."였다. 마치 고1~3학년 3년 과정을 한 권짜리 요약서를 일주일 정도 훑어보고 수능 고득점을 바라는 일개 초등학생이 아니었던가. 
책을 읽는 동안은 내가 지금 니체의 생각을 제대로 따라가고 있는걸까. 내가 니체를 제대로 읽어낼 깜량이 안되는 건 아닐까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다.
내 이해력이 달리거나 내 완벽주의가 내 발목을 잡거나 둘 중 하나였을 것 같다. 물론 난 전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대목을 몇 자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그대들에게 말하건대, 인간이 춤추는 별을 낳으려면 자신 안에 혼돈을 품고 있어야 한다.'-p25

-이 책의 제목과 일맥상통하는 구절이라고 생각했다. 자신 안에 혼돈이라는 날카로운 것을 품어 찢어진 살갗 틈 사이로 진실(빛)이 들어오는 것이 아닐까.
죽음에 이르지 않을 만큼의 파멸을 통해서..

'나는 모든 글 중에서, 오직 자신의 피로 쓴 글만을 사랑한다. 피로 써라. 그리하며 피가 곧 정신임을 그대는 알게 될 것이다.'-p73

-'피로 쓴다'는 것은 자신의 몸이 직접 체험하고 직접 사유하고 깨달은 것을 써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나의 형제들이여, 나는 그대들에게 이웃과의 사랑을 권하지 않는다. 나는 그대들에게 가장 멀리 있는 자와의 사랑을 권한다.'-p121
-나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봐 줄 수 있는, 나를 가장 잘 모르는 자들을 가까이 두라는 권고 내지 나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다른 자들을 만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라는 뜻으로 해석해보았다. 

'나의 눈물과 함께 그대의 고독으로 들어가라, 나의 형제여. 자신을 뛰어넘어 창조하려 하고, 그렇게 하다가 파멸하는 자를 나는 사랑한다.'-p127
-철저히 홀로 되고, 추락하고 온 몸이 부서진 뒤 자신을 극복하고 창조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상처 받고 홀로 됨을 두려워하면 결코 창조를 이루어 낼 수 없다.

읽는 내내 정답을 알 수 없는 그리고 어쩌면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퍼즐을 푸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읽어내고 싶었다. 정신이 아닌 몸으로 읽어냈다고 해야할까. 
친절하게 한 술 한 술 떠먹여주는 니체를 주제로 한 자기 계발서를 읽은 분들이라면 더욱더 니체의 정수가 담긴, 날 것의 니체를 만날 수 있는 이 책을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몸이 아닌 정신으로 2회독을 시작하려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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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 투명 문진 - 노인과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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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매장 가서 직접 보고 구매했는데 사진 보다 실물이 더 예쁘고 무게가 아주 묵직해서 책장이 안 넘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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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안다고 생각했는데 - 15년 차 수의사와 2년 차 보호자 사이에서
홍수지 지음 / 산디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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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원래 개를 키우고 싶었지만 남편의 냥이사랑으로 고양이 보호자 2년차.  개를 키우는 보호자들은 어떨까 라는 궁금증을 안고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저자는 단순한 반려견 보호자가 아니라 수의사이다. 수의사는 개와 고양이를 늘 직장에서 만나게 되는 직업이라 저자의 시각은 정말 흥미로웠다. 읽는 내내 흡사 저자의 입장은 자녀를 잘 키울 거라는 주변의 높은 기대감에 시달리는 학교 선생님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수의사는 동물에 대해서 잘 알고 아픈 곳을 치료해주는 전문가이고, 학교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지식을 전달하고 아이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직업이라고 여겨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학교 선생님의 자녀에 대한 기대치라는 게 꽤 높고, 선생님들은 그런 인식에 부담을 갖고 있는 듯 하다.  저자도 역시 수의사의 개는 뭔가 남다를 것이라는 사람들의 기대치에 부담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 책에선 전적으로 개나 고양이에 대해 수의사가 전문적 지식을 전달해 주지는 않는다.  전문적 지식을 가진 수의사의 관점이라기 보다는 정말 많은 반려동물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본 수의사로서의 관점으로 쓰여진 책이 아닌가 싶다. 저자인 수의사를 포함해서..특히 반려동물과의 사별과 저자의 어머니와의 사별이 오버랩 된 부분은 나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고였다. 어찌 보면 이 책을 다 읽고 덮었을 때 내가 느꼈던 건 개와 고양이를 안다는 건 사람과 사람이 알아가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서로 다 알지 못하지만 알아가려고 노력하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한건 인간관계나 반려동물과 인간의 관계나 똑같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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