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여자, 작희 - 교유서가 소설
고은규 지음 / 교유서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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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를 살아낸 작희와 작금의 시대를 사는 여자, 은섬!
‘작가전문퇴마’라는 독특한 소재로 쓰는 여자라는 공통점을 가진 두 여자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고은규 작가의 장편소설, 리얼 페이지터너!

일제 강점기 이야기를 사랑했고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지 못한 채 한 남자의 아내로 살게 된 중숙은 딸 작희를 낳았다. 그 시절 여성들에게 남자에게 종속된 삶을 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종숙은 자신 처럼 이야기를 사랑하는 딸 작희가 꿈을 이루길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결국 작희는 자신의 소설 <미쿠니 주택>을 사랑하는 연인 오영락에게 빼앗겼다.
오영락은 작희의 소설을 표절해 발표한 <미쿠니 아파트>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러시아에서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싸우는 삼촌과 내통한다는 혐의로 작희는 경찰서에 끌려가 내란죄로 형을 받고 옥중사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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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살고 있는 은섬은 큰아버지로부터 오영락 평전 집필을 의뢰받았다.
관련자료로 받은 오영락의 <미쿠니 아파트>초고와 이작희의 일기를 살펴본 결과 <미쿠니 아파트>는 이작희의 <미쿠니 주택>을 표절했고, 글씨를 알아보기 힘든 일기는 이작희가 오른손을 다쳐 왼손으로 썼던 일기였다. 이 모든 사실이 밝혀지고 쓰는 여자 은섬은 쓰는 여자 작희를 통해 자신의 글쓰기 자아를 찾아나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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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56글은 민감한 성정을 가진 살아 있는 생물 같았다. 사정이 생겨 몇 주간 글을 쓰지 못했더니, 뭔데 알은 척을 하냐는 듯이 토라져 한 문장도 쓸 수 없게 만들었다. 글에서 떠나온 시간만큼 정성으로 달래고 시간을 들여야만 그때서야 겨우 마음을 주는 것 같았다: 나는 주인공 은섬처럼 글밥을 먹고 사는 사람은 아니지만 매일 '쓰는 여자'로 살면서 이 구절에 절절이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고은규 작가의 페르소나가 '은섬'으로 구현된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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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43작희도 나도 말없이 서로를 응시할 뿐이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쓰려고 하는 걸까요?-이 질문은 작희와 은섬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매일 일기를 쓰고 사소하게나마 끄적이는 나를 포함한 독자들에게 던지는 질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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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글이 너에게 뭘 해줄 거라 바라고 글을 쓴 건 아니지 않니?그냥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괴로울 때나 행복할 때나 매일같이 쓴다고 하지 않았어?네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그렇게 사는거지. 작희야. 그렇게 글에 기대 사는거다.": 이 책을 통틀어 가장 울림이 컸던 부분이다. 내 안에 형체없이 뒤엉킨, 설명될 수 없는 감정과 생각들은 어쩌면 글을 통해서만 설명되기도 한다. 

<이 서평은 "쓰는 여자, 작희" 가제본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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