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여 찬란한 삶을 향한 찬사 - 완벽하지 않아 완전한 삶에 대하여
마리나 반 주일렌 지음, 박효은 옮김 / FIKA(피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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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저자가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핵심이 이 구절이 아닌가 싶다. (본문 p36-37)


내가 이 책을 받자마자 하루만에 절반 가까이 읽어낸 이유는 이 책의 목차에서 

1장 '그만하면 괜찮다'는 마음을 꺼리고 있진 않은가?를 마주하게 되서이다. 


나는 이 질문을 맞닥들이자 정말 허를 찔린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 나는 꺼려하는 마음을 매일 지니고 산다.



p31-32 당신에게 물질적, 지적, 신체적, 정신적 자유가 없다면, 평범하고 그만하면 괜찮은 삶에 대해 한가하게 찬반의 입장을 표할 여유가 없을 것이다. 녹초가 될 때까지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 어떻게 '마음껏 실패할 권리'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겠는가.

:하루에 8시간을 일하고 퇴근해 집에 돌아와 조촐 내지 초라한 저녁을 지어 먹는다. 어쩌면 여기까지가 '평범하고 그만하면 괜찮은 삶'일 수도 있다.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말이다. 하지만 난 잠들기 전까지 책상 스탠드를 밝게 켜고 내일이나 일주일 후가 아닌 몇 년후 또는 나의 노후를 위해 하루 일과로 탕진해버려 얼마 남지 않은 기운을 짜내어 자기계발을 시작한다. 내 사전에 그리고 경쟁이 치열한 한국 사회에서 매일 완벽함, 탁월함, 성공을 희구하는 한국인의 사전에는 '마음껏 실패할 권리'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4장 '그만하면 괜찮다'는 마음에 관한 탐구

-다름을 드러내기를 두려워하지 않기 

p108 불투명성을 인정할 때, 우리는 우리가 예상한 범주 바깥에 있는 타인과 교류할 수 있다. 그것은 타인과의 비교에서 벗어나는 방법이기도 하다. 글리상은 "타인과 유대감을 느끼고, 그와 더불어 성장하고, 그가 하는 일을 존중하기 위해 그를 이해할 필요는 없으며, 내가 변할 필요도, 그를 내 이미지대로 만들려고 할 필요도 없다"라고 했다. 

:우리는 각자  다른 예상한 범주를 가지고 타인과 교류한다. 그리고 내 범주에 타인이 적확하게 들어맞을 확률은 지극히 낮다. 그렇다면 가장 효율적이고 우리가 흔히 쓰는 전략은 회피일 것이다. 범주화를 벗어난 상대를 이해하기란 늘 추가의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더욱이 '빨리빨리'를 외치면서도 동시에 오류를 쉽사리 허락하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불투명성을 인정하고, 이해하려(재단하려)들지 않고 타인과 교류하기란 엄청난 도전이지 않을까 싶다. 



p125 타인에게 인정받지 못할 때 우리는 괴로움을 느끼지만, 동시에 우리의 위치를 새로운 방식으로 재설정할 수 있다...이 세계에서 차이를 대면하고 공존할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버틀러는 "그런 혼란이 우리를 무너뜨릴 수 있지만 그것은 우리의 상호 관계에 변화를 가져오고, 따라서 우리와 타인의 거리를 좁힐 수 있게 해준다"라고 설명한다. 그녀는 자만심에 사로잡혀 독단적 태도를 고수하면서 털끝 하나 상처 입지 않는 것보다" 서로가 서로에게 붕괴되는 것이 낫다"라고 강조한다. "자신을 방어하는 것이 타인의 존재를 통해 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도 말한다.

: 타인에게 인정받지 못해 거절 당할 때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일단 그 상황을 피하고 그 타인에게서 멀어지고만 싶다. 하지만 저자는 거절당함, 상대방의 범주에 들어맞지 않음, 사회가 정한 범주에 속하지 못한다고 해서 괴로워하거나 피하려만 하지 말고 내가 새로운 '범주'가 되어볼 것을 제안하고 있다. 


*총평: 효율성 재고에 사력을 다하기, 치열한 입시 및 취업 관문을 통과하기, 저출산 등의 난제로 병들어 가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국인에게 꼭 필요한 책이 아닌가 싶다. 좋은 문장들이 많아 연신 밑줄을 그으며 읽었다.완벽하지 않아도 완전한 삶, 평범하여 찬란한 삶을 희망하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완독 후 개인적인 생각을 담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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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지배 사회 - 정치·경제·문화를 움직이는 이기적 유전자, 그에 반항하는 인간
최정균 지음 / 동아시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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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가 출간된 지 50년이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유전자들의 지배가 그것의 조정을 받는 인간들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사회적 산물과 문화, 정치와 경제를 비롯한 여러 활동에서 어떠한 양상으로 나타나는지에 대한 폭넓은 소개가 드물었다. 저자인 최정균 교수는 유수 학술지에 실린 최신 연구들을 토대로 이에 대한 설명을 가감없이 이 책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인간이 이기적 유전자들을 무의식적으로 따르는 데서 발생하는 갖가지 부조리와 비극을 고발하여, 그로부터 우리가 벗어날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

1)우리가 '인간'으로서 유전자에 맞서 추구할 수 있는 사랑은 진화적 본능에 새겨진 두려움과 혐오를 이겨내는 것이다. 혐오라는 감정, 그것이 인식의 영역으로 확장되어 나타나는 고정관념과 편견, 그리고 그것들이 사회적 관계에서 실제적으로 표현되는 배제와 차별의 낙인.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사랑이 인간 고유의 숭고한 행위라고 말할 자격을 얻게 될 것이다. p71

- 유전자의 생존 욕구에서 비롯한 두려움이 혐오라는 감정으로 위장되어 나타난다고 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인간 사회에서 혐오의 대상은 이민자, 각종 장애나 기형, 심지어 비만과 같은 정상에서 벗어나 보이는 모습을 가진 이들, 동성애자를 비롯한 다양한 성소수자들이 있다. 우리는 이들을 '혐오'가 아닌 '다름'으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2)정서적인 교감의 실패로 일어나는 폭력은 전쟁이나 학살만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학교나 직장에서 따돌림이다. 특히, 인간의 진화적 본성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기 쉬운 어린아이들이나 청소년들에게서 이는 관계적이거나 언어적 차원을 넘어서 손쉽게 물리적인 폭력으로까지 이어진다. 이런 학교 폭력 역시 집단 안에서 서열을 높이고 성적 매력을 과시함으로서 진화상의 이득을 추구하려는 본능의 발현이라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p69

-학교 폭력마저 유전자의 지배를 받은 사회 현상일 거라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실로 놀라운 견해이다. 그리고 실제로 괴롭힘의 가해자였던 아이들의 발달을 추적 조사한 결과, 더 이른 나이에 성 경험을 하며 더 많은 아이를 갖게 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고 한다.

3)혐오 자극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일수록 보수 정당의 후보에 투표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 총93명의 뇌 MRI분석을 통해 편도체의 크기가 클수록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현 상태(status quo)를 합리화하는, 즉 기성 체제가 정당하거나 바람직하다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편도체와 교감신경은 생존을 위해 발달한 두려움과 혐오라는 진화적 전략을 구현하는 매개체다. 혐오는 편견이나 고정관념과 결합해 경계 대상에 대한 재빠른 분류와 판단을 하게끔 만들고, 이것은 사회적 낙인이라는 현상으로 발달한다.p122

-이 부분은 내 자신이 진보인가 보수인가에 대한 고찰에 빠지게 만들었다. 난 내 자신을 상당히 진보로 기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유전자가 설명하는 소위 혐오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도체가 큰 사람에 해당한다. 물론 이런 과학적 데이타를 토대로 문득 그럼 난 보수가 맞나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총평: 내가 기존에 읽어보지 못했던 상당히 흥미로운 책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무심코 하는 생각, 행동들이 결국은 유전자의 지배 받은 결과물이라는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내 삶의 철학, 행동 양식이 모두 타고났기 때문에 바꿀 수 없는 유전자에게 지배 받고 있다니 왠지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내가 애써서 바꿀 수 있는 여지라는 게 별로 없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한편으로는 서글퍼지기도 했다. 그래도 지금 이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의 원인을 알고 문제 해결에 대한 실마리를 제시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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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해방 - 치매, 암, 당뇨, 심장병과 노화를 피하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법
피터 아티아.빌 기퍼드 지음, 이한음 옮김 / 부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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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부모님댁에 갔다가 거실 테이블에 놓인 책을 보게 되었다. 평소에 독서를 즐겨 하시지 않는 70대 부모님이 읽으시는 책은 다름 아닌, 노화와 질병에 관한 책이었다.
그리고 며칠 뒤 부키출판사의 '질병 해방'가제본 서평단에 지원해 이렇게 서평을 쓰게 되었다. 우리가 의사를 만나지 않고 일상에서 노화와 질병에 맞서기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을 수령하고 목차에서 11장 운동을 가장 먼저 읽어보았다.

"운동은 이 책에서 논의하는 다른 어떤 전술 영역보다 더 우리가 여생을 어떻게 살아갈지를 결정하는 데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 꽤 최소한의 운동조차 수명을 몇 년 더 늘릴 수 있다는 개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상당히 많다.
거의 모든 만성 질환의 발생을 지연시킬뿐 아니라 건강수명을 개선하고 연장하는 데 놀라운 효과를 보인다."-P361

"매일 조금씩 운동하는 것조차 전혀 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낫다. 매주 운동을 전혀 하지 않다가 일주일에 겨우 90분 운동을 하면 모든 원인에 따른 사망 위험을 14퍼센트 줄일 수 있다. 이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약물을 찾기란 너무나 어렵다."-p362

나는 일주일에 5회 이상 근력 운동이나 달리기를 하는 40대이다. 위 내용들을 읽고 나서 내가 노화와 질병에 맞서려고 운동을 해왔던 건 아니지만 그럭저럭 잘 해오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제본이라 전체 내용을 접해볼 수는 없었지만 노화와 질병에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한 메뉴얼로 나와 부모님을 위해 본 책을 구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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