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조립체에 바치는 찬가 수도승과 로봇 시리즈 1
베키 체임버스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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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인간의 노동력을 보충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되었고 자각 능력이 전무했던 로봇은'각성'으로 인해 의식을 가지게 되었고 자유시민으로서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대자연을 관찰하기 위해 인간들의 도시를 완전히 떠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서로 간의 사회가 단절된 이후, 호기심이 많은 로봇 ‘모스캡’과 자연에 대한 욕망을 품은 논바이너리(스스로의 성이 여성 혹은 남성으로 규정되는 것을 거부하는 성정체성을 지닌 사람) 수도승 ‘덱스’가 우연히 만나 각자의 세계를 탐험하는 과정을 통해 지속 가능한 개발과 생물과 비생물의 공존이 가능해진 유토피아적 미래를 담은 소설이다.

"내가 지금 어디 있는지 세상 그 누구도 모르는구나. 그렇게 생각하자 흥분이 차올랐다. 그네(수도승'덱스'를 비롯한 성중립형 대명사 They를 쓰는 경우에는 삼인칭 대명사 '그네'로 번역한다-옮긴이)는 일정을 취소하고 즉흥적으로 도망쳐 버렸다." p66
=>매일 정해진 곳으로 출근하고, 매일 만나던 사람들을 만나는 익숙함에서 벗어남으로서 진정한 나, 내가 존재하는 목적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충동감이 내 맘 속에 불쑥 생겨나기도 했던 것 같다.

"물론입니다. 의식을 가진 모든 존재는 죽음을 두려워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어째서 뱀이 물겠습니까?어째서 새들은 날아가겠습니까?하지만 그것 역시 배워야 할 내용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참 이상하지 않습니까?모든 존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온 세상에서 유일하게 확실한 것이라니? 잔인하게까지 느껴집니다."p135=>이 책에서 가장 오래 머물렀던 페이지이다. 정작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고 죽음을 인식하지 못하는 로봇이 제3자의 시선으로 인간의 아이러니 즉, 불확실한 미래를 늘 두려워하지만 정작 확실한 죽음은 잊고 산다는 사실을 집어내다니....

총평: SF소설을 처음 접해본 나로서는 이 책을 읽는 것 자체가 낯섦 내지 도전으로 다가왔다. 낯섦이 두려움이나 귀찮음이 아닌 내 편협함과 인식의 한계를 깨뜨려주는, 경험의 한계를 넘어서게 해주는 촉매제가 되어주길 늘 바란다. 수도승(다도승) 덱스는 삶의 목적을 로봇 모스캡은 덱스와 여정을 함께 하며 인간에 대한 호기심을 해소하고자 한다. 시리즈 1권은 히트스브로 암자를 찾아나서는 험난한 여정을 통해 서로의 타자성을 이해하기 시작한 덱스와 모스캡의 모습을 그리며 끝을 맺었다. 이제 2권에서 이 두 주인공은 각자의 목적을 어떤 모습으로 이루게 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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