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지배 사회 - 정치·경제·문화를 움직이는 이기적 유전자, 그에 반항하는 인간
최정균 지음 / 동아시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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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가 출간된 지 50년이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유전자들의 지배가 그것의 조정을 받는 인간들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사회적 산물과 문화, 정치와 경제를 비롯한 여러 활동에서 어떠한 양상으로 나타나는지에 대한 폭넓은 소개가 드물었다. 저자인 최정균 교수는 유수 학술지에 실린 최신 연구들을 토대로 이에 대한 설명을 가감없이 이 책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인간이 이기적 유전자들을 무의식적으로 따르는 데서 발생하는 갖가지 부조리와 비극을 고발하여, 그로부터 우리가 벗어날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

1)우리가 '인간'으로서 유전자에 맞서 추구할 수 있는 사랑은 진화적 본능에 새겨진 두려움과 혐오를 이겨내는 것이다. 혐오라는 감정, 그것이 인식의 영역으로 확장되어 나타나는 고정관념과 편견, 그리고 그것들이 사회적 관계에서 실제적으로 표현되는 배제와 차별의 낙인.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사랑이 인간 고유의 숭고한 행위라고 말할 자격을 얻게 될 것이다. p71

- 유전자의 생존 욕구에서 비롯한 두려움이 혐오라는 감정으로 위장되어 나타난다고 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인간 사회에서 혐오의 대상은 이민자, 각종 장애나 기형, 심지어 비만과 같은 정상에서 벗어나 보이는 모습을 가진 이들, 동성애자를 비롯한 다양한 성소수자들이 있다. 우리는 이들을 '혐오'가 아닌 '다름'으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2)정서적인 교감의 실패로 일어나는 폭력은 전쟁이나 학살만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학교나 직장에서 따돌림이다. 특히, 인간의 진화적 본성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기 쉬운 어린아이들이나 청소년들에게서 이는 관계적이거나 언어적 차원을 넘어서 손쉽게 물리적인 폭력으로까지 이어진다. 이런 학교 폭력 역시 집단 안에서 서열을 높이고 성적 매력을 과시함으로서 진화상의 이득을 추구하려는 본능의 발현이라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p69

-학교 폭력마저 유전자의 지배를 받은 사회 현상일 거라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실로 놀라운 견해이다. 그리고 실제로 괴롭힘의 가해자였던 아이들의 발달을 추적 조사한 결과, 더 이른 나이에 성 경험을 하며 더 많은 아이를 갖게 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고 한다.

3)혐오 자극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일수록 보수 정당의 후보에 투표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 총93명의 뇌 MRI분석을 통해 편도체의 크기가 클수록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현 상태(status quo)를 합리화하는, 즉 기성 체제가 정당하거나 바람직하다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편도체와 교감신경은 생존을 위해 발달한 두려움과 혐오라는 진화적 전략을 구현하는 매개체다. 혐오는 편견이나 고정관념과 결합해 경계 대상에 대한 재빠른 분류와 판단을 하게끔 만들고, 이것은 사회적 낙인이라는 현상으로 발달한다.p122

-이 부분은 내 자신이 진보인가 보수인가에 대한 고찰에 빠지게 만들었다. 난 내 자신을 상당히 진보로 기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유전자가 설명하는 소위 혐오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도체가 큰 사람에 해당한다. 물론 이런 과학적 데이타를 토대로 문득 그럼 난 보수가 맞나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총평: 내가 기존에 읽어보지 못했던 상당히 흥미로운 책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무심코 하는 생각, 행동들이 결국은 유전자의 지배 받은 결과물이라는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내 삶의 철학, 행동 양식이 모두 타고났기 때문에 바꿀 수 없는 유전자에게 지배 받고 있다니 왠지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내가 애써서 바꿀 수 있는 여지라는 게 별로 없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한편으로는 서글퍼지기도 했다. 그래도 지금 이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의 원인을 알고 문제 해결에 대한 실마리를 제시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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