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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믿을 수 있는 변화 - 버락 오바마 연설문 2002~2008 영어 원문 수록본
버락 H. 오바마 지음, 모린 해리슨.스티브 길버트 엮음, 이나경 옮김 / 홍익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민주당 상원의원인 버락 오바마의 연설을 모은 책이다. 그의 연설문만을 모아 놓은 책이기 때문에, 버락 오바마가 어떤 사람인지를 아는 데에도 한계가 있고, 그의 주장이 어떤 배경에서 나왔는지를 파악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버락 오바마는 아프리카 케냐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흑인 유학생과 미국 태생의 백인 여대생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이다. 그의 백인 외할아버지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었으며, 외할머니는 공장 노동자였다. 오바마의 아내인 미셀 또한 흑인으로 그의 부모는 노동자였다. 오바마의 어머니는 남편이 케냐로 떠난 후 재혼 하였으며, 어린 오바마는 재혼한 어머니를 따라 인도네시아에 가서 어린 시절을 보냈었다. 또한 하와이에서의 고등학교 시절에는 농구부 활동을 하고, 대학 졸업 후에는 빈민활동을 했다. 그리고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시카고대 로스쿨에서 교수를 하였으며, 일리노이주의 상원의원이 된다. 오바마라는 한 개인의 입지전적인 이력은 미국의 역사와 미국인의 삶과 문화를 함축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배경을 가진 사람이기에 그가 가진 관점이 다른 후보들에 비해 진보적이라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게 여겨지고, 또한 '변화'라는 그의 슬로건에 환호하는 많은 미국인들의 기대를 납득하게 된다. 그들의 진정성이 일시적이거나 혹은 군중심리 그 이상이 아니라 하더라도 말이다.
같은 민주당 소속이면서 오바마의 상대 후보인 힐러리는 전 대통령의 부인으로서 너무나 잘 알려져 있었지만, 오바마가 알려진 건 불과 1년 남짓이다. 오바마는 2007년 2월 '정의와 기회를 위해, 이 전투에서 이기고 싶습니다. 보다 나은 학교와 보다 나은 일자리, 모두를 위한 건강보험을 위해 이 전투에서 이기고 싶습니다. 우리가 연방을 개혁하고, 보다 나은 미국을 세우는 미완의 작업을 떠맡기를 바랍니다'라고 하며 미국 대통령선거에 입후보 할 것을 밝혔다. 그의 입후보는 전세계적으로 '충격'이었을 것이다. 추측하건데 그 이유는 두가지일 것 같다. 첫번째 이유는, 그가 흑인이라는 점일 것 같다. 그의 아버지는 케냐인으로서 미국에 유학 온 흑인이었고, 어머니는 백인 여대생이었다. 지금보다 더 인종차별이 심했던 50년 전이었다. 두번째 이유로 들 수 있는 것은 오바마가 1961년생, 40대 후반의 '젊은이'라는 점이다. 대학을 졸업한 후의 빈민활동, 교수라는 직업을 제외하면, 그의 정치 이력은 1996년 일리노이주의 상원의원으로부터 시작했으니 10년이 약간 넘었다. 물론 10년이면 짧은 세월이 아니다!
이제 13년차 정치인인 오바마가 그동안 내 놓은 의견들은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들을 망라한 것들이다. 그럴 수 밖에 없겠지만, 그의 연설은 이라크전, 인종차별, 빈곤퇴치, 교육, 에이즈, 낙태와 배아줄기세포 연구, 신앙과 정치, 지구온난화 등 다양하다. 미국의 부패와 실정에서 눈을 돌리게 하려는 이라크 전쟁,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는 빈익빈 부익부의 교육, 에이즈에 대한 미온적인 대책을 조목 조목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각각의 주제만 놓고 보자면, 우리 나라 또한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들이며 절대로 미국만의 문제일 수 없는 것들이다. 빈익빈 부익부를 창출하는 교육시스템이나 에이즈고아에 대한 대책, 재난관리시스템, 실업대책, 빈곤퇴치, 의료의 공공성 등은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져 가는 대한민국에서도 대책이 절실한 사안들인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근본부터 해결하자고 나서는 사람이 이 나라에도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대통령 선거전을 '관전'하면서, 미국이 부럽다는 말을 한다. 실력도 없고, 청렴하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도덕적이지도 않은 사람들이 정치가들이고, 그런 사람들을 국민의 대표로 뽑는 국민이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이다 보니 그런 것인가. 하지만, 우리 나라의 유권자들은 좋은 공약에도 관심이 없고, 국민에 대한 사랑과 헌신을 삶으로 보여주는 사람에게도 시큰둥하다. 수권능력이 어떠니 하면서 가진 자들과 정치꾼들을 뽑아 주었고, 사표가 어떠니 하면서 최선의 선택을 하지 않았던 일들이 민주정치의 발목을 잡았었다. 그러니 정치인들에 대해 비난하고, 정치에 신물난다고 냉소하기 전에, 유권자 먼저 반성해야 한다. 미국은 대통령선거에 입후보하고자 하는 여성 후보 힐러리 클린턴과 흑인 후보 버락 오바마를 통해 자신들의 문제를 더 깊이 고민하게 될 것이며, 결국 더 발전할 것 같이다. 그래서 나도 미국이 부럽다.
이 책의 뒷부분에는 연설문의 영어 원문이 실려 있다. 영어 원문을 필요로 하는 독자에게는 반가울 것이다. 그런 독자를 위해서, 연설 동영상 또는 음성파일 CD가 부록으로 있었더라면 금상첨화가 아니었을까. 이 책의 구성에 대해 아쉬운 점은, 오바마가 제시하는 정책 또는 공약에 대한 부연 설명이나 해석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미국의 현실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는 독자들에게는 아무리 명연설이라 할지라도 피부에 와 닿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침 얼마전 <여자라면 힐러리처럼>이라는 책을 읽었던 터에 버락 오바마와 관련한 책을 읽게 되어 적잖은 기대에 차 있었는데, 오히려 얄팍한 상술을 느끼게 되었다. 버락 오바마 개인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에게라면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나, 미국 정치나 현실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일독하면 좋을 듯 하다.
* 1분 전에 인터넷에 속보가 떴다. '흑인대통령 오바마 당선, 역사를 새로 쓰다' 어쩌구 하는..백인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면 이런 감동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의 진보와 건강성이 나날이 발전하고 강화되기를!
- 인상 깊은 구절 -
"시카고의 사우스사이드에 글을 읽지 못하는 어린이가 있다면, 비록 그 아이가 제 자식이 아니라 해도 그것은 제 문제입니다. 어딘가에 살고 있는 노인이 약값을 내지 못해 약값과 집세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면, 그분이 제 조부모님이 아니라 할지라도 제 삶은 더욱 가난해집니다. 어느 아랍계 미국인 가족이 변호사도 선임하지 못한 채로 올바른 절차 없이 체포된다면, 그 사건은 제 인권을 위협하는 것입니다."(p.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