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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 산책 1940년대편 1 - 8.15 해방에서 6.25 전야까지 ㅣ 한국 현대사 산책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나의 경우를 보자면
해방이후의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관심이 생겨서 이책 저책을 고르다가
어떤 책 부터 읽어야 할지 막막해 하거나,
또는 시대적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한 인물을 중심으로 기술된 책을 보느라 지루해 지거나,
아니면 책의 두께나 권 수에 읽을 엄두가 나질 않아서
여지껏 지적 호기심에 대한 한(?)을 간직한채 계속 책 만 고르다가 시간을 보냈다.
이런 고민을 해본 사람이라면 <한국현대사 산책>시리즈는 상당히 반가운 책이다.
이미 읽은 70년대와 80년대도 좋았지만 특히 이번에 읽은 40년대편은
17대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4대 개혁입법이라는 법안 때문에 한참 시끌벅적한
요즘 시국의 근원과 해법에 대한 영감을 어느정도 받을 수 있는 것 같아서 좋았다.
솔직히 "좋았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그때나 지금이나 그렇고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
씁쓸하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했다.
당시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좌우를 모두 아우르면서 접점을 찾아나가기가
얼마나 어렵던가. 그렇게 어려운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해결할려고
노력보다는 점점 그 사이를 벌리면서 자기 세력을 넓히는데 전력하는 모습이
자꾸만 떠올라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저자는 맺는말에서 그때나 지금이나 수난을 면치 못하고 있는 중간파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을 권하며 이렇게 말한다.
상호 타협하지 못할 원수는 없다.
우리가 오늘의 시점에서 해방정국의 극렬한 대립구도를 개탄한다면,
훗날의 사람들이 지금의 극렬한 대립구도에 대해서도 개탄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해 봐야 한다.
자신의 핏속에 흐르는 전투적 극단주의를 그대로 방임하는 걸 다시 생각해 볼 때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동안 내가 얼마나 우리의 과거에 대해서 무지했었는지를 알게됐다.
너무도 새로운 사실이 많고, 또 막연하게 알던 것들이 속을 파고 들어가면
그동안 우리가 제대로 알고 있지않았던 것임을 느끼게 된다.
책의 머릿말에서 저자는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우리의 과거를 아는가? 교과서에서 배운,....,
그것이 우리의 과거에 대해 제대로된 이해의 지침은 제시해 주고 있는가?"
이 책을 읽고 나면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그동안 제대로 가르치질 않았고 배우지도 못했다.
단적인 예로 김구와 여윤형을 들고 싶다.
저자의 말대로 여윤형은 자기 세력의 증식 보다는 대의를 더 앞세웠고
또 구체적인 실천도 그렇게 했던 사람이다.
그는 좌우,남북의 분단을 막기 위해서 극소수 반동을 제외하곤 손을 잡아야 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견지했다. 그러다가 좌우,남북 양쪽으로 부터 제대로 평가를 못받고 암살당했다.
그에 비해 김구는 자신(임시정부)이 해방된 조국의 헤게모니를 장악하는데
전념하느라 같은 민족에게도 일본 제국주의자에게 써왔던 폭력을 서슴지 않았다.
어디 그뿐인가? 친일파와 손잡고 제대로된 과거청산을 방해하기 까지 하는 것이다.
그의 행동이 어찌나 이해가 안되는 것이었던지, 나의 눈에는, 그가 보여준
죽기 전 1년 가량의 거룩한 민족지도자로서의 모습도 이승만에게서 받은 배신감에 대한
몸부림 정도로 밖에는 비쳐지질 않았다.
지금까지 가졌던 김구에 대한 이미지와 지식들이 그의 삶 전체에 있어서
그리 많은 부분이 아니였던 것이다. 그가 좀 더 빨리 전향(?)을 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너무도 크다.
사실이 이럴진대 우리는 김구를 너무도 추앙한다.
좌익세력도 끌어안아야 한다던 여운형을 좌익이라고 매도한다.
나는 그가 정말 심정적으로 좌익이었는지 아니였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의 말과 행동은 좌익도 아니고 우익도 아닌 중간파의 그것이었다.
수동적인 습득에 길들여진 우리들은 우리의 과거를 아무런 의심없이 마구잡이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우리의 과거로 부터 교훈을 얻는데 미숙하다.
그 미숙의 결과가 우리사회에 얼마나 많은 부담을 지속적으로 주고 있는지 모른다.
이 책은 현재 우리의 혼란상이 어디에서 기인하고 있으며
이 혼란을 해결까지는 아니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 기초공사를 마련하는데
더없이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해방 후 우리나라를 혼란하게 했던 일들의 발생과 진행과정을 ?어보면서
자꾸만 지금과 별다른 상황의 진전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그때 해결하지 못한 일들을 지금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고
그때 반대하던 그 논리 그대로 지금도 반대를 하는 세력들이 존재한다.
지금 우리는 해방 후의 역사에서 배워야한다.
그때의 잘못을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