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버하는 사회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에 대한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열린우리당을 비판하는 글이라는 것 정도는 아실 것이다. 하지만 정식으로 열린우리당을 비판하는 글은 그리 많지 않다. 모두 다섯개로 구성된 장(chapter) 중에서 첫 번째 장 만 본격적으로 열린우리당을 비판했고 나머지는 현재 우리사회의 여러 문제들에 대한 저자의 생각들과 지식들을 들려준다. 간간히 열린우리당의 비판을 양념처럼 곁들이면서.
개인적으로 5장 '세계화는 오버화다'라는 장이 무척 유익했다. 내가 생각하던 세계화의 개념과 일반적으로 통용되어지는 세계화가 다르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이 장을 읽어보고 과연 세계화가 필요하기나 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막연히 세계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으시면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한다. 5장 이외에 3장과 4장에서도 우리 사회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에 대한 다양한 진단들을 볼 수 있어 유익했다.
하지만 유익한 것은 유익한 것이고...책을 읽는 동안 착찹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유는...저자의 열린우리당 비판은 좀 너무하다(오바)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저자의 열린우리당 비판이 나름대로 합당한 면이 있고 동의할 수 있는 점이 많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열린우리당 만 그토록 비판을 받아야 하는가? 또 그 비판 중 너무 극단적으로 비판 한 면이 있지는 않은가? 하는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런것이다. 저자는 어떤 사람이건 열린우리당에 오면 개혁이고 민주당에 남으면 지역주의에 의존하는 반개혁이냐고 묻는다.그럼 민주당에 남으면 정통개혁을 지키는 것이고 열린우리당으로 가면 정통개혁을 망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이런류의 물음은 우문이다. 중요한 것은 당이 아니라 그 당을 구성하는 사람들의 개혁성향과 의지라고 생각한다. 내가 보기에는 민주당 보다는 열린우리당에 개혁적인 인물이 더 많다고 생각이 되며 또 그들의 힘이 작용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
물론 열린우리당과 새천년민주당으로 쪼개지지 않고 내부적으로 개혁을 해나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가서 하라고 계속 버티던 사람들이 누구인가? 그들이 그대로 새천년민주당에서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고 버텼던 것은 왜 말이 없고 어떻게 열린우리당만 욕할 수 있단 말인가?
열린우리당을 비판했던 그 잣대를 새천년민주당에 들이 댈 경우 새천년민주당은 온전한 것인지? 그리고 저자가 칭찬해 마지 않는 추미애의원은 무조건 옳은 것인지? 또 열린우리당을 선택한 의원들은 무조건 나쁜 것인지인지? (추미애 의원이나 조순형 의원이 새천년민주당에 남는다고 했을때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했다. 그들이 '남았다'는 것 보다는 사람들의 '의아해 한다'는데 나는 주목한다. 사실이던 아닌던 사람들의 눈에는 그들이 남아있는 새천년민주당의 사람들 보다는 떠나서 열린우리당을 만든 사람들과 더 사상적으로 잘 맞다고 본다는 것에 주목하길 바란다.)
저자의 뜻이 그런 것이 아니였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이 과도하게 비판 받아서 오히려 새천년민주당이 어부지리를 얻는 것 같아서 영~개운하지 않다. 물론 새천년민주당을 비판한 글이 있긴하지만 이 책이 여러 매체에 소개되면서 그 부분이 얼마나 부각되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