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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과 사상 27 - 한국 여성 정치의 최전선
강준만 외 지음 / 개마고원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한국 여성 정치의 최전선'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이 책은 최근에 읽은 책 중에 여러모로 나를 사로 잡았다. 추미애,이미경,고은광순,강금실,박근혜 등 평소 관심있었던 여성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도 그렇고 참여정부 출범 후 지금까지 꾸준히 진행되어오고 있는 '노무현 비판'에 대한 비판이 있다는 점도 그렇다. 이 책은 내게 나의 여성정치인에 대한 판단 위치를 나름대로 바꾸게 했다. 추미애의 경우는 뒤로,고은광순의 경우는 앞으로,강금실의 경우는 많이 앞으로, 그리고 박근혜의 경우는 여전히 맨 뒤로~!
나는 추미애의원을 차기 또는 차차기 대권주자로 생각하는 편이었지만, 이 책을 읽고 잠시 그 생각을 접기로 했다. 이유는 그것이 전략적 구상인지 전술적 구상인지 알 수 없지만 자기는 '여성정치인'이 아니라 '정치인'이라는 주장때문이다. 일면 타당한 말이기도 한 이 주장은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날때 나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워진다. '여성'이라는 단어나 의미가 들어가면 회피나 거절로 일관하는 그의 태도가, 당당하게 실력으로 승부를 봐야한다는 그의 생각이, 나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말이다.
이미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름대로 갖출 것을 갖춘 그가 그 처럼 되고자 노력하는 약자(여성)들에게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라고 만 주문하는 것' 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의 위치 정도 되면 극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데도 앞장 서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강금실의 경우에는 빚이 많아 경제적으로 측은함에도 불구하고 나로서는 무척 부러운 삶을 살고 있다고 본다. 내가 부러워하는 이유는, 이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겠지만, 그의 타고난 성격으로 인해 사람복(人福)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 분야 이외에서도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고 또 그들을 자기 편으로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 멋있는 사람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경,박근혜의원 등의 인물을 일별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또 다른 괜찮은 재목인 고은광순씨도 발견할 수 있다.
각 인물을 평하는 사람들이 모두 달라서 평가의 기준이 인물마다 다른 문제점이 있긴하지만 여성의 정치나 행정 활동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꼭 일독을 권하고 싶다. 하지만 앞으로 계속 이런 방향으로 <인물과 사상>을 끌고 나갈 생각이라면 약간의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예를 들어 각 필자들이 모여서 각자의 느낌과 의문을 대담형식으로 풀고 이것을 한 장(章)에 실어놓는다던지, 아니면 그 호의 편집위원이(27호의 경우 고종석씨)이 각 필자들의 기준을 설명해주는 부분을 덧붙인다던지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27호의 경우 그런 시도를 해 볼 만한 부분이 있었다. '여성정치 잡감,반생물학을 위하여'라는 고종석의 글이 실린 장이 그것이었지만 이번에는 그런 의도가 약간 보이긴 하지만 그리 만족할 만 하지는 않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강준만씨의 '노무현 비판에 대한 몇 가지 생각'과 김진석씨의 '극우 보수와 좌파 진보 사이에서'도 시의적절한 글이라고 본다. 나의 대통령관이나 정치관이 어떠한지, 이념과 현실사이에서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또 다른이의 그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등을 생각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이 조중동으로 불리는 극우보수 언론에 감염되지 않았는지 뒤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노무현을 지지했지만 지금 실망한 사람이나 아니면 실망할까말까 고민하는 사람에게 꼭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