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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탄잘리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지음, 류시화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11월
평점 :

"나는 라빈드라나트의 시를 날마다 읽습니다.
그의 시를 한 줄 읽으면
세상의 온갖 괴로움을 잊게 됩니다."
- 예이츠의 서문 中 - p.142
『기탄잘리』시를 읽기 전에 먼저 예이츠의 서문을 읽었다. 최고의 시인이라고 칭송 받는 예이츠는 이 시집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했다. 그는 이 원고를 가지고 다니며 읽다가 감동을 받아서 다른 사람에게 자기의 마음이 들킬까봐 두려워 몇번을 원고를 덮었다고 한다. 예이츠의 일화를 읽고 나니,『기탄잘리』를 빨리 읽고 싶어졌다.

103편으로 구성된 짧은 산문시집인『기탄잘리』는 큰 힘을 가지고 있다. 이 작은 책은 나를 놀라운 감동으로 이끌고, 감탄 하게 하고, 큰 깨달음을 주었다. 여러 시 중에서 가장 놓은 하나를 고르기는 너무 힘든 일이다. 좋은 구절을 체크하면서 읽다보니 많은 곳을 체크했다. 며칠전 새벽에 읽다가 시간 가는 것을 모르고 읽었다.
"죽음이 그대의 문을 두드리는 날, 그대는 무엇을 바칠 것인가?
나는 나의 손님 앞에 내 삶이 가득 담긴 그릇을 내놓으리
결코 빈손으로 그를 돌아가게 하지 않으리"
p.126
죽음 앞에서 나는 무엇을 바칠까? 죽음 앞에서 자기의 가장 좋은거, 결실을 맺을 것을 손님에 준다니...시를 읽으면서 여러가지 생각 하게 되고, 나를 돌아 보게 되었다. 라빈드라나트 타고르의 시를 통해 그의 삶의 자세, 절대자를 향한 그의 마음, 고독과 사랑을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책 안에서 나와 내 삶도 읽을 수 있었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 한용운 시인이 떠올랐다. 산문시 형식과 아름다운 표현과 풍부한 감정, 그리고, 가장 비슷하게 느낀 점은 절대자에 대한 마음, 존경, 사랑을 담은 것이 묘하게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한용운 시인도 영향은 받은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타고르' 이름을 들으면 <동방의 등불>가 떠오른다. 동양 최초의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이라는 것과, 류시화 시인의 어느 산문집이였는지 가물가물 하지만, 그의 글에서 타고르를 칭송하는 것을 본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기탄잘리 시 외에도 그의 생애에 대한 글이 있어서 그의 가정환경, 삶, 기탄잘리 시집 탄생 비화, 그와 인연이 있는 유명인들에 대한 글과 사진 등이 있어서 굉장히 흥미로웠고, 타고르와 그의 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타고르의 시가 처음부터 반향을 일으킨 것은 아니다. 인도에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타고르가 직접 영어로 번역해서 영국에 알려지면서 전 세계의 관심을 받게 된다. 이것을 보면, 좋은 시도 그 시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어야 빛을 발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류시화 시인이 번역했다. 단순히 영어에 능통한 사람이 번역 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에 능통한 시인이 번역한 것이라서 더 시적 표현으로 매끄럽게 번역했을 것 같다는 기대가 있었는데, 추천서를 쓴 주한 인도 대사의 말에 의하면 류시화 시인의 문학적 감각과 철학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고 한다. 그래서 더 매력있다.
그리고, 멋진 그림도 중간에 삽입되어 있고, 책 맨 뒤에 영어 원문도 삽입했다. 영시를 읽었봤는데, 사실 해석하기 어려웠다. 고어와 방언을 사용해서 어려움이 있는데, 원문을 직접 읽고 싶은 분들에게는 좋은 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삶은 언제 행복한 것은 아니다. 삶은 때론 나에게 실망을 주기도 하고, 슬픔을 가져오기도 한다. 그리고, 가끔 내 삶을 돌아볼 필요가 있고, 바닥으로 가라 앉는 내 마음을 잡아야 할때도 있고, 절대자의 향한 갈구가 필요할 때도 있다. 이 시집은 예이츠의 말처럼 세상의 괴로움을 잊게 하는 책이다. 특히, 삶의 무게로 힘들다면, 이 시집을 읽으라고 권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