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포르투갈의 높은 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그가 뒤로 걷는 것이, 세상을 등지고,
신을 등지고 뒤로 걷는 것이
애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반발하면서 걷는다.
인생에서 소중한 모든 것을 빼앗긴 마당에,
반발 말고 달리 뭘 할 수 있겠는가?"
p. 22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아이를 잃고, 아버지까지 잃은 남자가 있다. 그는 자신에게 다가온 비극에 뒤로 걷는 것으로 맞섰다. 부딪치고, 넘어지고, 다쳐도는 그는 계속 뒤로 걷는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는다는 것은 감당하기 힘든 고통이다. 『포르투갈의 높은 산』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이 찡하고, 슬픔이 나에게로 전달되는 장면은 위에 인용한 첫번째 이야기인 <집을 잃다>의 주인공이 한 말이다. 그의 아픔이 이해되었다.
『포르투갈의 높은 산』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온 죽음으로 슬픔을 겪은 세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각자 다른 이야기이면서도 묘하게 연결되어 있다. 얀 마텔 작가의 전 작품인『파이 이야기』처럼 철학적인 부분이 있어서 깊이 있게 생각할 거리도 있고, 죽음, 신앙이라는 주제를 다루다 보니 다소 어둡고, 내용이 무겁다. 그러면서도 엉뚱하고 기발한 아이디어와 재치가 돋보이고, 유머러스한 상황을 연출해서 재미 요소도 같이 챙겼다.
"신앙은 장엄하지만 비실용적이에요.
-중략-
이성은 현실적이고,
보상이 빠르고 그 작용은 명확해요.
하지만 슬프게도 이성은 맹목적이지요.
이성은 그 자체로는 우리를 어디로도 이끌지 못해요,
역경을 앞두고는 특히 그렇죠.
그 둘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될까요,
어떻게 신앙과 이성 모두를 지니고 살까요?"
p. 200
이 책을 읽으면서 작의 창의력에 굉장히 놀랬다.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지고, 몽환적인 요소도 섞여 있어서 오묘한 매력이 있는 책이다. 특히, 두 번째 이야기인 <집으로>의 상상력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특히, 애거서 크리스티의 살해 미스터리와 복음서의 유사성을 연결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신앙과 이성을 모두 지니고 살게하기 위한 죽은 아내가 나타나서 그와 신앙과 삶, 애거서 크리스티의 살행 미스터리에 대해 긴 대화를 하고 그에게 애거서 크리스티의 책을 남기고 사라진다. 그 둘의 대화를 통해 신앙에 대해 깊이 있는 생각하는 시간을 갖았다.
그리고, 다른 노부인이 의사인 주인공을 찾아와서 죽은 남편의 시체에 자신을 넣어달라고 한다. 그리고, 그 남편의 시체를 열었을때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그의 흉부와 복부 안에서 침팬지 한 마리와 침팬지가 소중하게 안고 있는 갈색 새끼 곰이 나온다. 그 노부인은 "여기가 집이야"라는 말을 외치며 그 동물들과 같이 남편 시신 안에 봉합된다. 독특한 발상이 돋보이는 작품이였다.
세번째 이야기 <집>에서도 주인공은 아내와의 사별의 고통속에 살아간다. 그러다가 우연히 오도라는 침팬지를 만나 교감하면서 그는 침팬지를 거액을 주고 산다. 그리고, 문득 본인의 고향인 포르투갈의 높은 산이 있던 곳을 떠올리고 그곳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는 오도가 지켜보는 가운데 큰 바위에서 죽음을 맞이 한다. 이 이야기에서는 침팬지인 오도와 주인공 피터의 교감이 인상적이였다. 주인공이 오도의 언어를 이해하려는 모습을 통해서 사랑을 통해 상처가 치유되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르투갈의 높은 산』을 덮으면서, 세 가지의 이야기가 비슷한 주제를 가지고, 다른 분위기의 새로운 이야기 세 가지가 있는 것 같으면서도 작은 소재들을 묘하게 연결해서 세 이야기가 다시 하나가 되는 놀라운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포르투갈의 높은 산』은 오래 기억에 남는 소설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