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다는 달콤한 말 - 죽음을 마주한 자의 희망 사색
정영훈 지음 / 모요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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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는 죽음을 마주한 자의 희망 사색이라고 써 있다. 결과적으로 책을 다 읽고 나니 마음이 좋다. 일단 저자가 살아 있다는 거에 마음이 놓인다. 죽음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일이라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내려놓는 사람보다 삶을 붙잡고 있는 사람이 더 많다. 저자도 그렇다. 살아야겠다고.....

기자라 그런지 글을 참 잘 쓴다. 잔잔한 호수 같은 글이다. 죽음을 마주한 사람이 잔잔한 호수같은 글을 쓴다는 건 쉽지 않은 일 같다. 쉽게 경험하지 못하는 걸 경험한 사람은 하고 싶은 말도 너무 많고 감정의 기복도 보이는 게 일반적일텐데 그렇지 않아 더 좋았다.

"지금 이렇게 돌려보내고 나서 제가 다시 환자를 보지 못한 경우가 많았어요."

p.18

우울증 때문에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에게 들었던 말이다. 입원을 하자는 말에 저자는 약으로 치료가 안 되는지 물었고 의사가 저렇게 대답을 했다. 결국 입원하지 않고 외래로 치료를 받긴 했지만 우울증이라는 게 참 위험하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죽고 싶기도 하고 동시에 살고 싶기도 하고

"술을 왜 마셔요?" 의사의 한마디에 놀라고 나서 그날 이후로는 거의 끊다시피 했다. 일종의 돈오였다. 자신에게 왜 마시는지 답하지 못했다는 것은 스스로를 설득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술을 갑작스럽게 줄이다 보니 잠을 제대로 자는 날이 거의 없었다.

p.54

터닝포인트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생기는 것 같다. 예전에는 큰 일을 겪고 나서 자신의 삶의 변화가 찾아온다고 생각했는데, 저자는 상대방의 말 한마디에 자신을 돌아보는 순간을 갖게 된다. 매사에 신중한 성격인가? 물론 저자의 우울증과 암은 큰 일이긴 하다. 술을 왜 마시는지에 대해서 대답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스스로 의미를 부여한다. 그래서 결국 술을 끊게 된다. 술은 마시는 건 쉬워도 끊는 건 참 어려운데, 저자는 깨달음과 변화가 순차적으로, 적절한 시기에 온 것 같아 다행이다.

'일상'이 아무렇지도 않게, 있던 그대로 그렇게 있다. 소중한 것을 잃고 나서야 소중함을 알게 된다는 구구단처럼 쉽고 명백한 사실도 역시 빼앗기고 없어져야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만 뜨거움을 알게 되는 걸까.

p.77

건강이 최고다. 항상 듣는 말이다. 하지만 건강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개인적으로는 생각만 열심히 하고 있다. 걷기운동을 하자, 주말이라도 나가서 걷자, 주말 요가를 끊어볼까..... 생각만 한지 몇 년 째다. 나이는 들고, 체력도 떨어지고, 몸 안에 스트레스만 남는 것 같다. 저자는 걷기운동을 추천한다. 정신적으로 힘들었을 때도, 육체적으로 힘들었을 때도 걷기운동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아프고 후회하지 말고 건강을 챙기라는 말이겠지. 아프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내일이 있지만 암환자에게는 내일이 없을 수도 있으니 더 간절해진다. 하지만 그 암환자도 아프지 않았던 사람이었다는 거

우울증, 암..... 물 흐르듯 담담하게 써내려가지만 결코 쉽지 않았을 치료, 이런 상황에도 어떻게 저리 침착할 수 있는지..... 내가 가장 갖고 싶은,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다. 다행이다. 직장에도 다시 복귀하고, 가족들에게도 감사함을 전할 수 있는 결말이 말이다. 난 이렇게 견디고 버텼서 암을 극복했어 라고 말한다기 보다는 자신의 삶에 대한 에세이 같은 느낌이 든다. 내용, 문체, 흐름 어느 것 하나 안정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떡해... 어떡해... 슬픔을 준다기 보다는 그래... 그렇지... 하게 만든다.

인생에 대해, 암에 대해, 우울증에 대해 슬프지 않게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끝까지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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