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 제주 내가 좋아하는 것들 3
이희선 지음 / 스토리닷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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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이미 졌다. 부럽다. 제주에 살고 있다니..... 도시를 떠나 자연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하는데, 사실 말처럼 쉽지 않다. 편의, 아이, 직장, 연고, 돈..... 모든 걸 다 따지다 보면 지금은 안 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렇다고 몇 년 후에 가겠다, 이런 것도 아니다. 돈을 얼마 모으면 가겠다, 이런 것도 아니다. 사람들을 보면 순간의 결정인 듯 하다.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떠나는 혹은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만났을 때, 특히 건강문제인 경우가 많았다.


내년에 휴직을 하고 제주살이 4개월 정도를 계획 중이다. 2주 살이 두 번 만에 제주에서 조금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기간을 조금씩 늘려 경험해보고 싶었다. 아이도 아직 어리니 이 때 아니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을 듯 해서. 아직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제주에 대한 책이라니 반가웠다.

그런데 괸당 문화에 대한 우려와는 달리 제주에 와 처음 겪은 제주도 사람들은 나보다 더 무심해 보였다. 신기하리만치 편안했다. 이곳에선 없는 사람처럼 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점점 그 말이 아니라는 것을 하나 둘 경험했다. p.37

 

연고가 없는 제주도로 가려고 하는 사람들 중에는 무심에 대한 이유도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관계지향적인 성격은 아니라 지금 사는 곳도 아는 사람이 없긴 한데, 제주도에 가면 외국에 간 것처럼 살 수 있을까? 조금 더 편하게, 이런 생각을 했었다. 제주도에서 2주 살이 했던 동안에 자유로웠다. 하지만 이건 잠깐 있다 다시 올라갈 거니까 가능했던 거고, 제주도에 둥지를 틀게 되면 또 다른 관계가 생기고, 원래 살았던 곳처럼 되겠지만 저자의 말에 의하면 제주도는 무심하게 유심한 곳인 것 같다.

내 인생 첫 별똥별이었다.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다. 그날 다행히 소원은 충분히 빌었다. 소원은 계속 되풀이 되었고, 정확한 기억은 안 나지만 건강하고, 행복하고, 오래오래 함께하길 바란다는 아주 관념적이고 평범한 그런 것들이었다.p.53

 

별똥별을 봤다는 것이 부러운 건 아니고, 관념적이고 평범한 그런 것들이 소원이 된다는 게 공감이 갔다. 누군가 나에게 소원을 물어본다면 나 역시 가족과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는 것이라고 말하겠지. 결혼을 하기 전, 아이를 낳기 전 내 소원은 더 구체적이고 더 경제적이었던 것 같다.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은 아이를 낳고 키운지 4년 정도 되었을 때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고통은 위로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느끼는 것이라 했다. 4.3 사건에 대해 제대로 알면 제주도 사람들이 왜 처름 보는 이들에게 입을 다물 수밖에 없는지, 속을 내어 주지 못하는지, 왜 남자가 그토록 귀한지, 제주여자들이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갈 수밖에 없었는지 해답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p.70

 

제주는 보여지는 자연환경이 다가 아니라는 걸, 제주 2주 살이를 계획했을 당시 읽었던 책에서 4.3 사건을 알게 되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그런 아픔을 품은 제주라는 것을 알게 되니, 관광지가 아닌 우리로 느껴졌다. 제주공항 이,착륙하는 곳에 유골이 많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비행기를 타고 내릴 때 잠시 묵념을 해본다. 사라진 사람과 남겨진 사람.....그리고 남겨진 사람을 보며 자란 사람들까지 헤아리기 어려운 슬픔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라며

누군가는 제주 사람들이 이렇게 입바른 소리를 잘 할 수 있는 것은, 예로부터 한양에서 왕에게 상소문을 올리며 옳은 말을 하다 귀향 온 이들의 후예라 그렇다고 했다.p.101

 

이게 근거가 있는 내용은 아니겠지만, 이상하게 설득이 된다. 제주 사람들이 입바른 소리를 잘 하는지 나는 모르겠으나,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 역시 올해 들면서 필터없이 살아보자고 다짐했던 게 생각난다. 머리에, 입에 필터를 느슨하게 해보자. 속 끓이며 살지 말자. 나만 손해다. 내 건강에 안 좋다. 이런 의식의 흐름이었다. 싸울 때 마다 투명해진다..... 좋은 말이다.

제주는 결국 나를 살리는 곳이 아닐까? 하는 저자의 물음표에 내년 제주 4달 살이의 계획을 좀 더 구체화 시켜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관광지가 아닌 삶으로 들어가는 제주가 궁금해졌다. 아이를 위함이라고 하지만 실제는 나를 위함이겠지. 내년 봄에는 제주에 있길 희망하며

이 책은 제주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어디가 멋지고, 어디가 맛있고 이런 책이 아니다. 저자가 제주에 살면서 느꼈던 것을 아주 담백하게 담은 책이다. 책 사이에 있던 동백꽃 사진처럼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끝까지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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