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표범
실뱅 테송 지음, 김주경 옮김 / 북레시피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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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표범이라는 단어는 낯설다. '눈' 을 빼더라도 표범이라는 단어도 친근하지 않다. 아이를 키우고 있어 누구보다 동물을 많이 접하고 있지만 아이들의 책에서도 표범보다는 사자와 호랑이가 더 많이 나오는 게 현실이다. 어쨌든 낯설지만 사진 한 장이 나의 시선을 끌었다. (책에도 나온다)

주인공과 일행들은 눈표범을 찾아 떠나지만 이 책은 결코 눈표범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인생에 대한 이야기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내기도 하고, 브로드하게 자연, 동물,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도 한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시간은 어쩌면 지루하지만 어쩌면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눈표범을 한 번 보기 위해 세상과 떨어져 자연으로, 더 자연으로 들어간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자연이 아니다. 단 몇 프로만 갈 수 있는 그런 자연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오지보다 더 오지같은 곳. 하루 종일 한 곳을 쳐다봐도 눈표범을 볼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그런 도박같은 일을 하고 있다. 광활한 자연 앞에서 인간은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다. 평범한 사람들은 이러한 행위가 의미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상하게도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고민은 아무것도 아님을 느꼈다. 자연이라는 것이, 동물이라는 것이, 그걸 찾아 오지를 나선다는 것이 너무나 성스러운 것처럼 느껴졌다. 영하의 온도에 하루 종일 있는 주인공과 일행들을 보면서 나 또한 같이 눈표범을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

눈만 돌리면 있는 동물이 아니고, 볼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눈표범은 가치가 상승한다. 못봐도 좋고, 봐도 좋고 라고 자신을 위로하지만 너무나 바라던 눈표범을 직접 봤을 때 얼마나 짜릿했을까? 눈표범을 만나러 가는 길은, 다른 여러 동물을을 관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동물의 사냥을 보면서 인간들의 권력구조를 보고, 동물의 위대함과 순수함을 보면서 인간들의 이기심을 보고, 같이 살 순 없는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한다. 저자는 이젠 동시에 살아간다는 건 어쩌면 선을 넘어 버린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동물은, 자연은 무엇이었을까? 난 동물들이 세상에서 멀어지도록 어떤 것들을 해왔던 것일까? 동물이라면 인간들이 얼마나 미울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책 읽기를 마무리했다. 참, 코로나도 동물에 의해 인간에게 옮겨졌을 것이라는 견해가 있는 걸 보니, 어쩌면 자신들을 내쫓고 있는 인간들에게 복수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삶이 힘든 사람에게 추천한다. 그 또한 지나갈 것이라고, 시야를 너무 좁게 보며 살지 말라고 위로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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