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내는 아이들'로 유명한 옥효진 선생님의 새로운 책이 나왔다. 이번엔 '법 만드는 아이들'이란다. 교실에서 학급화폐활동을 구상하여 성공적이고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 선생님의 새로운 책이기에 상당한 기대를 갖고 책을 펼쳤다.이 책에는 '활명수(활기차고 명랑한 수다쟁이들)'라는 이름을 가진 6학년 1반의 좌충우돌 이야기가 담겨있다. 동화의 형식을 갖고 있지만 실제 학급을 들여다 보는 듯 생생하다. 이야기 중간중간에 활명수의 정치 상식 한 스푼이라는 코너를 통해 이야기와 관련된 정치와 법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기도 해 상식까지 쌓을 수 있다. 흔히 교실은 작은 사회라고들 말한다. 이 책에서는 이 말을 실제적이고 구체적으로 실현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과정 속에서 여러 가지 문제들과 시행착오가 생기는 것까지 오히려 더 실제적이랄까. 학교 현장에서 민주시민교육을 해야한다는 말은 많이 들어보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막연할 때가 많았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조금씩 실타래가 풀리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다. 실제로 아이들에게 교실의 주인은 바로 너희들이라며 주권을 넘겨주기 전에 다같이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알게 모르게 역사가 녹아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 그 중에서도 오래된 집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기 마련이다. 이 책은 베를린 근방 호숫가에 있는 작은 집이 100년 동안 실제로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여져 있다. 100여년 동안 여러 가족들이 이 곳에서 살다가 떠나고를 반복했다. 그러는 동안 가족들이 변하고 시대가 변하고 그렇게 역사가 흘러갔다. 이 곳에 머무는 가족들의 자세한 이야기는 들어볼 수 없었지만 짧은 이야기들 속에서 그들이 처한 상황과 시대의 변화를 짐작해볼 수 있었다. 자세하지 않기에 오히려 더 궁금해지기도 하고 마음대로 상상해보기도 하며 그림책을 감상할 수 있었다. 시대가 바뀌고 역사가 흐르는 동안 집은 그 자리에 남아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며 묵묵히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모습은 알 수 없는 감동으로 다가온다. 부디 또 새로운 가족이 그 곳에서 또다른 시작을 하며 안식을 얻을 수 있기를. 그 집 또한 새로운 가족을 통해 다시 따스한 기운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책에는 여섯 개의 짧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모두 해외 입양아들에 대한 이야기이고 대부분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입양아를 소재로 다룬 이야기들은 종종 있기에 사실 이 책을 펼쳐들 땐 그저그런 뻔한 이야기이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책을 덮을 땐 깊이 남은 여운때문에 쉽게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었다. 각 이야기들이 짧지만 탄탄한 구성으로 짜여져있어서 아주 쉽게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모든 이야기가 다 좋았지만 내 마음을 가장 크게 두드린 건 두 번째 이야기인 '귀로 만든 수프'와 네 번째 이야기인 '서 있는 아이'이다. 두 이야기 모두 제목만 보고는 이야기를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길 수록 제목이 전해주는 감동이 깊이 느껴졌다. 너무 어릴 때의 기억이라 어느 하나 정확하지 않지만, 희미하게 남아있는 매일 먹었던 엄마가 해준 음식에 대한 기억이 '귀로 만든 수프'라니. 귀로 만든 수프를 만들어 주는 엄마라니. 하지만 수프의 정체를 알게된 후 그 수프를 통해 위로를 받고 엄마를 다시 찾을 용기도 얻게 된다. 자신이 붙들고 있었던 수상하지만 아주 작은 기억 하나가 결국은 스스로를 위로하게 되는 점이 글을 읽는 나에게도 위로로 다가왔다.그 누구의 친절도, 그 어떤 상황도 받아들일 여유가 없는 소녀가 계속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는 아이가 서 있는 내내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러다 소녀를 향한 더 이상의 노력을 포기하고 울음을 터트리자 비로소 두려움을 내려놓고 오히려 어른을 위로하는 소녀의 모습은 말할 수 없는 감동으로 다가왔다. 아이들도 이 책을 읽고 감동받을 수 있을까? 아마 어른과는 다른 결의 감동과 이해로 다가가지 않을까 싶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었으면 하는 좋은 동화, 추천하고 싶다.
키가 길쭉한 친구가 앉아있는 장면이 커다란 책 표지 한 면이 가득 차도록 그려져 있다. 그도 모자라 고개까지 꺾은 채로. 하지만 환한 표정의 아이. 나도 모르게 그 친구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졌다. 엘리즈는 또래보다 아주아주 큰 키 덕분에 많은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한편으론 사람들의 말소리가 잘 안들리기도 하고 자기가 어리다는 걸 사람들이 잊기도 한다. 이런 엘리즈가 원하는 건 자신을 키다리 말고 엘리즈라는 이름으로 불러주는 것이다. 키 말고 다른 것도 봐주는 것이다. 아직 어린 소녀로 대해주는 것이다. 누구나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여러 별명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그런 별명들이 반갑기보다는 그 별명 뒤에 감춰진 진짜 자신의 본모습을 봐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이 짧은 그림책은 그런 마음들을 보듬어준다. 키가 크든 작든, 몸이 통통하든 마르든, 안경을 쓰든 쓰지 않든 한 눈에 보이는 내 모습 말고 진짜 내 모습을 봐주길 바라는 마음이 이 책을 읽으면서 잠시나마 위로 받았으면 좋겠다.
프레데릭은 용기 있는 아이다. 아무도 물어보지 않은 이름을 물어볼 용기가 있는 아이다. 프레데릭은 긍정적인 아이다. 어릴 때 자전거 사고를 당해 안경처럼 매일 짚고 다녀야 하는 목발을 별로 불편하지 않다고 여기는 긍정적인 아이다. 프레데릭은 예의바른 아이다. 모두가 무시하는 낡은 배에 사는 거지에게 '뒤셀 선생님'이라고 부를 줄 아는 예의바른 아이다.프레데릭은 따뜻한 아이다. 한 끼도 못 먹은 것이 분명한 부부에게 음식을 나눠주는 따뜻한 아이다.이런 프레데릭이 주인공이었기에 이 이야기가 이렇게 감동적으로 다가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사람들 모두가 거지 취급을 하고, 때로는 도둑으로, 수상한 마법사로 오해를 받던 뒤셀은 자신을 선생님이라고 불러주고 인정해 주는 꼬마 아이와 깊은 우정을 나눈다. 아이가 자신을 선생님이라고 부르자 자신의 부인을 뒤셀 부인이라고 소개하는 장면은 무척 인상깊었다. 세상이 이 우정을 시기라도 하듯 안타까운 일들이 이들에게 닥치지만 다소 판타지스러운 결말로 이들의 우정은 훼손되지 않고 마무리된다. 처음엔 이 판타지가 어색하게 다가왔지만 책장을 덮을 땐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생각처럼 잘 변하지 않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