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의 소설
정세랑 지음 / 안온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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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가 끝이 나긴 나는지, 끝나면 남을 것은 무엇인지, 그다음에 올 것은 무엇인지 가늠할 수 없어 진이 빠졌다. 다시 비행기가 예전처럼 날게 되어도 베테랑 정비사와 승무원은 교체된 후일 것이다. 난기류에 대한 악몽이 계속될지 전혀 다른 악몽을 꾸게 될지 알 수 없었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마스크 안에서 숨이 가빠졌다. 단단한 것들에는 녹이 슬고 거품으로 된 것들은 터질 때까지 부풀어 오를 텐데 모든 것이 무너질 때 우리는 어디에 있을까, 거품의 표면에 아는 얼굴들이 비친 것만 같았다.

정세랑의 글은 편안하고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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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마트에서 울다
미셸 자우너 지음, 정혜윤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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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괜찮아.” 엄마가 말했다.
내게 너무도 익숙한 한국말. 내가 평생 들어온 그 다정한 속삭임. 어떤 아픔도 결국은 다 지나갈 거라고 내게 장담하는 말. 엄마는 죽어가면서도 나를 위로했다. 엄마의 모성이, 엄마가 느꼈을 테지만 능숙하게 숨겼을 무진장한 공포를 제압해버린 것이다. 엄마는 무슨 일이든 어찌어찌 잘 풀릴 거라고 내게 말해줄 수 있는, 세상에서 유일한 사람이었다. 난파선이 소용돌이 속으로 사라져 보이지 않을 때까지 담담히 지켜보고 있는 태풍의 눈과도 같았다.

이 글을 쓴 미셸이 겪은 일들이 마치 내 일 같아서 쉬이 읽을 수 없었다. 상실로 겪어야만 하는 슬픔과 고통을 의연하게 이겨내는 모습을 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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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자가 그리워하는 것은 한수도, 심지어 이삭도 아니었다. 선자가 꿈에서 다시 보고 있는 것은 자신의 젊음과 시작, 소망이었다. 선자는 그렇게 여자가 됐다. 한수와 이삭과 노아가 없었다면 이 땅으로 이어지는 순례의 길도 시작되지 않았으리라. 이 아줌마의 삶에도 평범한 일상 너머에 반짝이는 아름다움과 영광의 순간들이 있었다. 아무도 몰라준다고 해도 그것은 사실이었다.

선자가 있었기에 빛날 수 있었던 수많은 사람들, 매일 조용히 뒤에서 빛을 내기 위해 고단한 하루를 이어온 선자가 때론 쓸쓸해 보이기도 하고 때론 슬퍼 보이기도 하지만 절대 굽히지 않는 모습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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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의 마음
김금희 지음 / 창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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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는 모든 것을 망쳐놓았다는 죄책감과 그건 절대 자신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자기방어 속에서 갈팡질팡하면서도 도망가고 싶지 않다고 다짐했다. 사람이 그러면 안 된다는 것, 한번 도망가버리면 다시 방에 웅크리고 앉아 계절들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필사적으로 했다.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렇게 마음의 문을 닫았을 때, 차라리 마음이 없는 것처럼 살아가기를 선택했을 때 얼마나 망가지고 마는지를 기억하고 있었다.

경애 엄마는 경애가 씻는 것, 머리를 감고 이를 닦고 세수를 하는, 누구나 하루에 한번쯤은 귀찮아도 후다닥 해내는 그런 일마저도 너무 무거운,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남들에게는 자신을 방치하는 일이고 자신에게는 최선인 그런.

여름이면 시간은 가는 것이 아니라 아이스크림처럼 녹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니까 그런 날을 보내고 나면 한살 한살 들어차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삶이 그저 닳아 없어지기만 할 것 같았다.

- 경애의 마음, 김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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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똥누기 - 마음을 와락 쏟아 내는 아이들 글쓰기 살아있는 교육 43
이영근 지음 / 보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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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을 누는 아이들은 여유있고 든든한 선생님이 있을 때 더 좋은 글을 누는 것 같다. 태도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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