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애의 마음
김금희 지음 / 창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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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는 모든 것을 망쳐놓았다는 죄책감과 그건 절대 자신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자기방어 속에서 갈팡질팡하면서도 도망가고 싶지 않다고 다짐했다. 사람이 그러면 안 된다는 것, 한번 도망가버리면 다시 방에 웅크리고 앉아 계절들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필사적으로 했다.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렇게 마음의 문을 닫았을 때, 차라리 마음이 없는 것처럼 살아가기를 선택했을 때 얼마나 망가지고 마는지를 기억하고 있었다.

경애 엄마는 경애가 씻는 것, 머리를 감고 이를 닦고 세수를 하는, 누구나 하루에 한번쯤은 귀찮아도 후다닥 해내는 그런 일마저도 너무 무거운,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남들에게는 자신을 방치하는 일이고 자신에게는 최선인 그런.

여름이면 시간은 가는 것이 아니라 아이스크림처럼 녹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니까 그런 날을 보내고 나면 한살 한살 들어차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삶이 그저 닳아 없어지기만 할 것 같았다.

- 경애의 마음, 김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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