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동안의 고독 - 198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문학사상 세계문학 6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안정효 옮김, 김욱동 해설 / 문학사상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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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아르카디오 부엔디아와 우르슬라는 마콘도라는 마을에 정착한다. 그들은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 2세와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를 낳고 마을에서 평화롭게 살아간다. 하지만 아우렐리아노가 머리가 커질 무렵 나라에서는 내전이 일어나고 아우렐리아노가 자유파의 편을 서며 내전의 선봉을 서면서 역사적인 격랑으로 빠져들어간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라고 할 수 있다. 아우렐리아노는 조용하고 내성적인 인물이면서 내전의 소용돌이에 17명의 엄마가 각기 다른 자식들을 남기며 자유파 내전 진영의 최고 지도자가 된다. 하지만 죽기전에나 자신이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죽어가는 인물이다. 그리고 그의 자식들이 그 자리를 이어간다.

 

이 작품은 부엔디아 가문을 둘러싼 100여년 간의 흥망을 역사적으로 조망하며 보여준다. 제목과 같이 서술의 중심에 놓이는 여러 인물들은 젊을 때에는 어떻게 지냈든 노년에는 삶의 부질없음을 꺠달으며 고독 속에서 늙어간다. 그리고 정치적으로 민주화가 덜 된 상태의 남미의 여러 나라들이 어떤 정치적인 혼란을 겪었을지 마콘도의 흥망을 통해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정치적으로 더 자유로운 분위기를 원하는 자유파와 사회에서 기존의 기득권을 가진 세력을 의미하는 공화파는 대립하며 자유파는 전쟁을 선언하여 공화파와 투쟁을 벌인다. 내전은 번번히 자유파의 패배로 끝나지만 나라에서 그 세력은 커져가고, 거듭되는 혼란에 대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공화파 인사들은 자유파 인사들을 영입해가며 내전을 마무리해간다. 그 이후에 미국에서 바나나 농장이 들어오고 그들이 마콘도의 노동력을 착취하자 마콘도에서는 쟁이가 일어난다. 하지만 오랜 투쟁 끝에 설립된 정부는 쟁이를 반란으로 간주하고 기관총 난사로 응대한 뒤 그 일은 사실이 아니라는 여론조작을 통해 수습해버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을 사실로 믿는 덜 의식화된 시민들의 모습까지!) 4년간 지속된 장마로 바나나 농장의 사업주들이 철수하자 흉흉한 마을로 변해버리는 마콘도. 그리고 거대한 회오리에 모든 것이 날아가버린다. 이러한 마콘도의 역사가 마콘도 마을이 생겨날 당시에 멜뀌아데스라는 집시가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 1세의 집에 남겨놓은 산스크리트어로 쓰여진 문헌에 그대로 적혀 있는 내용이라는 점은 암시적이다. 즉 중세에서 근대로 이행기 때에 겪었을 혼란과 제국주의의 침략, 그 후의 피폐함을 소설 중의 마콘도라는 마을에 한정짓지 않고 남미 여러 나라들로 확대시켜 인식할 수 있게 만드는 소설적 장치라 할 수 있다.

 

남미의 소설을 잘 접해보지 않았고 그 쪽 문화에 대해서도 문외한인 나로서는 이 작품을 읽으며 여러가지 것들을 알 수 있었다. 남미쪽 사람들은 부모들의 이름을 좀 심하게 이어받는다는 점이라든가 그들의 의식주, 종교적인 의식, 도덕관 등 총체적인 부분에 있어서 어느정도 이해가 된다고 할까. 물론 이 작품 하나 읽고 남미 사람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는 것도 좀 우스운 일이지만 내가 그런 생각이 들만큼 이 소설이 대하 역사소설로 그들 자신을 잘 알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재밌으면서도 약 100여명의 이름이 비슷한 인물들이 쏟아져 나오며, 그중 1/3이상은 그들에 대해 상세히 저술되기 때문에 좀 버거우면서 정신없는 측면도 좀 있다.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살펴보면, 소설의 초반에는 현실과 환상이 섞인 초현실적인 면-날아다니는 양탄자, 죽은 자가 다시 나타난다든지 하는 설정-을 보여주다가 아우렐리아노가 서술의 중심에 왔을 때는  사실주의적인 성격이 강하고, 후반부에는 다시 조금은 환상적이면서 퇴폐적이랄까, 묵시록적이랄까 그런 분위기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작자가 남미의 설화와 역사가 공존하는 과거를 환상적으로 제시하고 제국주의의 자본주의 침략이 시작되는 근대를 사실주의의 수법으로 제시하여 역사를 총체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볼륨이 빽빽한 글씨에 500장이나 되서 읽기에 만만하지는 않지만 모든 고전이 그렇듯이 재밌게 읽힌다. 서사의 규모가 상당히 크고, 수많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복잡한 플롯을 가지지만 그것을 버릴 내용없이 꼼꼼하게 엮어나가고 그것에 더해 자신의 민족에 대한 역사적인 통찰과 그 속에서 느끼는 인간 본연의 고독에 대해서도 탐구하게 만드는 작가의 뛰어난 역량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 방학 때 엄마 가게일 도와드리는 와중에 내 심심함을 타파해준 작품이다. 여러모로 읽어서 득이 되는 작품이니 독서를 권장하며 책을 선물해준 선영이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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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연습
조정래 지음 / 실천문학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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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샘의 태백산맥, 한강, 아리랑으로 이어지는 대하 소설들은 읽고 싶지만 개인적인 게으름으로 읽을 엄두를 못내고 있었다. 그러다 최근 자신의 소설에 있어서 전환기에 해당하는 중장편 작품을 쓰셨대서 '그거라면 볼 수 있겠는걸?"이란 생각에 [인간연습]을 장만. 전에 봤던 '선택'이라는 영화에서도 이념으로 인한 비전향 장기수의 이야기를 보면서 그들의 치열한 인생에 대해 존경스런 마음을 가졌는데 [인간연습] 역시 그와 비슷한 소재를 담고 있다. 단 선택의 경우 비전향 장기수가 나온다면 인간연습에서는 갖은 폭력과 독방감금으로 인해 정신이 혼미해진 사이에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자기도 모르게 전향을 해버린 윤혁이라는 인물의 이야기를 그린다. 선택에서는 끊임없는 전향의 유혹과 폭력을 꿋꿋히 버텨내는 인간형을 보여주는데 주안점을 두었다면 인간연습에서는 사상적으로는 전향을 하지 않은 전향자의 고뇌와 사회에 어떻게 적응해가고 자신의 삶을 다시 긍정해가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윤혁은 상업대학까지 졸업한 인텔리로 북에서 4.19의 혼란한 틈을 타 다른 간첩들을 위한 거점을 확보하라는 당의 지시를 받고 온 간첩이었다. 그러다 잡히게 되었고 남에 있던 가족들의 회유와 갖은 탄압에도 불구하고 전향을 하지 않았지만 90년대 초반 경 끝내 전향하고 말았던 것이다. 다행히 일본어와 영어 번역이 가능했기 때문에 감옥에서 만난 강민규가 이런 저런 번역일을 구해주는 것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하지만 그는 타의에 의해서이긴 하지만 자신이 전향해버린 것이 자신의 동지들에 대한 배반이라는 생각에 괴로워한다. 그리고 자신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던 공산주의 사회가 소련의 몰락, 북한의 기아, 중국과 베트남에서 일어나는 당원들의 부정부패와 같이 그야말로 몰락해가는 과정을 납득하지 못해 정신적인 혼란으로 괴로워한다. 하지만 부모가 없는 경희와 기준이 남매와 우연히 만나면서 삶의 활력을 얻게 되고 아이들이 인간의 꽃밭이라는 생각에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에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살아가게 된다.

 

 

이 작품은 중고등학생들이 접근하기에는 꽤나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내에 이념에 대한 고민과 모색이 워낙 전면적으로 드러나 있기 때문에 중고생들이 그 과정을 온전히 이해하며 독해해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나로서는 그러한 이념에 관심이 많아서 인지 재밌게 독해가 되더라. 조정래 선생은 이념이나 이상, 조직의 유지 보다는 인간이 중요하며 인간만이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이념에 대한 사유를 치열하게 전개해나가다가 이런식의 휴머니즘으로 슬그머니 마무리하는 듯해서 조금 아쉬운 감도 있지만 선생도 이리저리 얼마나 많이 고민을 했겠는가. 조정래 선생이 그렇대면 그렇게 이해해야지... 그리고 딱히 틀린 이야기도 아니니까. 물론 교사를 해서 그 아이들을 다루는 것은 참 이야기가 달라지긴 해도. 정리하자면 다소간의 아쉬움도 있지만 흡입력있는 문체. 적재적소에 과거의 이야기를 삽입하는 등의 치밀한 구성, 다채로운 어휘, 작가의 문제의식이 잘 소화된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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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무진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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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이라는 소설가는 독특한 아우라를 가진 사람이다. 기자생활을 하며 간간히 산문집을 발표해오다 40이 넘은 나이에 난데없이 소설가로 등단하여 [칼의 노래]이란 장편소설로 동인문학상, [화장]이란 단편소설로 이상문학상, [언니의 폐경]으로 황순원 문학상을 연이어 수상하며 현대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중 하나로 떠올랐다. [강산무진]은 김훈의 첫 소설집으로 [화장]과 [언니의 폐경]과 표제작인 [강산무진]을 비롯한 총 8개의 단편이 실려있다.

 

김훈의 남성지향성을 보여주듯-[현의 노래]인터뷰에서 여자들이 모성과 인체의 신비를 지닌 주변인으로만 나오는 이유를 물으니 김훈은 도저히 여자의 심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표현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언니의 폐경]을 제외한 7개의 작품은 남성들이 주인공이거나 화자이며 그 중 [머나먼 속세]를 제외한 6개의 작품들은 중년의 남성들이다. [칼의노래], [현의노래]에서는 역사의 현장 속에서 역사적 의미보다는 개인적인 실존을 위협하는 삶의 허무를 어떻게 돌파하고자 하는 중년 남성들의 고뇌가 주를 이루고 있다. [강산무진]에 나오는 인물들은 시대적 배경이 현대로 이동하긴 했지만 IMF나 질병, 일상 앞에서 느끼는 삶의 허무와 인간의 몸에서 느끼는 절실함들을 어떻게 극복해나가느냐에 대해 탐구해간다. 

 

IMF 당시 회사의 중역이나 중소기업 사장으로 있다가 명퇴나 부도로 자리를 물러나야 했던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한국전쟁 당시나 직후에 태어나 힘들게 유년시절을 보냈으며 출세를 향해 자신들의 모든 것을 바치며 살아왔고 한국의 경제발전 과정에 따라 함께 자신의 위치를 상승시키며 앞만 보며 달려온 세대이다. 김훈은 이러한 세대의 인물들 중 IMF나 치명적인 질병 등 자신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 인물들에게 주목한다. [배웅]-중소기업 사장이었던 택시기사, [화장]-아내의 죽음을 맞이하는 화장품회사 상무, [항로표지]-중소기업 상무였다가 회사부도 후 등대로 부임오는 직원, [고향의 그림자]-중견 형사였던 택시기사, [강산무진]-간암으로 퇴직하고 주변을 정리하는 물류회사 중역 등의 인물군에서 다소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인 상황의 인물군임을 알 수 있다. [칼의 노래]의 이순신이나 [현의 노래]의 우륵과 같은 인물들은 전쟁이라는 극한적인 상황에서 그들의 직무와 삶의 실존 사이에서 고민을 했지만 전쟁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순신은 칼을 겨눠야 할 대상이 있었으며, 우륵은 남겨야 할 음악이 있었다. 하지만 근대의 일상을 살아가는 [강산무진]의 인물들은 이순신이나 우륵과 같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현재의 시스템 속에서 그럭저럭 성실하게 살아왔지만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적인 요인에 의한 일상의 위협 앞에 어떤 모험이나 결정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그냥 주어진 변화를 받아들이며 그 변화를 묵묵히 견뎌나갈 뿐이다. 아내의 죽음을 맞이하고 회사의 여사원에 대한 일방적인 사랑의 망상을 하지만 불륜을 저지르거나 하지는 않으며([화장]), IMF나 우연에 의해 야기된 자신들의 기존 지위의 몰락에 대해 특별한 일탈을 하거나 하는 일 없이 묵묵히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그 원인을 반추한다([배웅], [항로표지], [고향의 그림자], [강산무진]).

 

또 그들은 주변 사람들-주로 여성-의 육체를 오감으로 느끼고 상상하며 그 절실함과 안쓰러움에 힘들어한다. 이 부분은 김훈 소설의 특이점으로 볼 수 있는데 몸에 대해 세밀하게 묘사하며(특히 [화장]에서 그 진수를 볼 수 있다) 그에 대한 주인공들의 감정을 치밀하게 묘사한다. 주인공들이 느끼는 절실함이나 안쓰러움은 그들이 느끼는 삶의 허무함과 연결된다.

 

 [뼈]의 경우는 사학자인 서술자가 후배인 오문수라는 다소 일탈적인 인물에 대해 묘사하면서 기원리라는 마을에서 출토된 유적의 의미없음과 여자의 엉덩이 뼈를 보며 느끼는 감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기원리 유적의 의미없음을 의미없음 자체로 규정하는 나와 기원리 유적을 통해 연구논문을 쓰려고 하는 오문수의 갈등을 통해 역사란 어떤 의미를 지니냐는 의문과 학문으로서의 역사적 접근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개인적으로 다소 느낄 수 있다. [머나먼 속세]는 외딴 섬의 절에서 큰스님에 의해 키워진 내가 프로 권투 선수로 챔피언 도전전을 벌이며 자신이 뭍으로 나오는 과정을 반추하는 이야기이다. 젊은 남자가 주인공이라는 것이 이채로우며, 권투 경기의 묘사가 뛰어나다. 물론 그 묘사의 와중의 김훈 특유의 문체는 남아있지만.

 

[언니의 폐경]은 이혼한 중년여성을 주인공으로 세워 그의 내면을 서술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앞으로 김훈 소설의 발전차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는 작품이다. 아직은 나와 나의 언니를 성격 묘사가 묵묵히 주변을 받아들이고 육체에 안쓰러움을 느끼는 기존 김훈의 다른 남성 캐릭터들과 그렇게 차이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달, 강과 주기를 맞춰 생리가 터지고 현실에 순응하는 언니의 모습은 지나치게 여성을 신화화하는 부분이 있다는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김훈 소설의 다변화의 차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부분으로 볼 수 있다.

 

 

김훈의 첫 소설집 [강산무진]에 수록된 작품들은 근대의 일상적인 공간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와 삶의 절실함과 허무함을 자신의 또래들이 어떻게 해쳐나가고 있느냐?를 보여주고 있다. 특유의 짧고 힘있는 문체는 여전하며 육체에 대한 핍진한 묘사와 그로 인해 느끼는 심리묘사가 돋보이며 읽는 이로 하여금 빠져들게 하고 있다. 작품집에 주인공들의 상황에서 드러나는 공통분모를 살펴보고 그와는 약간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작품을 따로 간단하게 다루는 방식으로 글을 전개했는데 작가의 각개 작품들을 너무 일반화해버린 것은 아닌가라는 반성을 하며 김훈의 차기작을 기대한다.

 

P.S : 으헉...글쓰는데 2시간이 넘게 걸리냐...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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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메라의 아침 - 제3회 문학.판 신인작가 장편소설 당선작
조하형 지음 / 열림원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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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메라의 아침]은 2003년에 영화평론으로 등단한 조하형씨의 장편소설이다. 내용은 좀 난해해서 내가 대략 만족할만큼 이해할 수 없었다. 이야기는 박영자, 박영구, 김철수, 이순희라는 네 노인을 축으로 조인(鳥人)과 인간들이 공존하는 미친, 새로운 세계에서 어떤 몸부림을 보여주고 있다. 그 몸부림은 미친, 새로운 세계라고 서술자가 계속 강조하고 있는 세계에 대항하는 의미를 지니는 듯하다. 박영자는 나무늘보와 관련된 일련의 불법행위로, 박영구는 연구와 연구좌절 이후의 행동들을 통해, 김철수와 이순희는 암벽 등반을 통해 미친 새로운 세계에 대항한다. (이는 소설의 기본 원리인 개인과 세계의 갈등 내지는 대결 국면과 어느정도 일치하는 듯하다.) 그리고 각자 어떻게 변해가고 주변의 노인들은 사라지고 곰팡이에 감염되고 외국으로 수출된다.
이 작품의 끝을 찾지 못했다. 어렸을 때 여러 문고판으로 나온 서바이벌 북과 같은 책을 기억하는지 모르겠는데 글을 읽어가다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1.가와 같이 행동한다-30쪽, 2, 나와 같이 행동한다 - 43쪽"과 같은 분기에 따라 책의 순서를 이리저리 이동하며 봐야하는 구성이다. [키메라의 아침]은 인터넷 하이퍼텍스트의 '링크'라는 개념으로 서바이벌북과 유사한 방식을 사용하여 작품을 짜임새를 만들고 있다. 순문학작품에서 이러한 시도는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내가 읽기로는 이러한 구성을 통해 다중적인 결말이나 달라지는 구성의 효과를 보여주고 있지는 못하다. 본문의 중간중간에 삽입된 링크는 각주정도의 기능을 하며 각 장의 끝에 제시된 링크에 따라 이동을 해도 결말을 찾을 수 없고 봤던 내용이 반복되는 상황을 만든다. 특히 16-7장에 제시된 박영자, 박영구, 김철수, 이순희의 링크는 아무리 계속 따라가며 읽어도 각 인물들의 결말을 보여준다고 할 수는 있지만 그들의 시도 후에 변화된 세계나 견고한 세계를 보여주는 소설 전체의 결말로는 이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무한 반복을 노린 것인지, 내가 오독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소 읽기의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듯하다.
각 장의 묘사, 서술의 측면과 음악과 시간과 세계에 대한 상상력의 측면은 재미있게 봤지만, 앞에서 언급했듯이 다소 난해하여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이나 주제를 파악하기는 참 어렵다. 반쪽짜리 독서를 했다는 생각도 든다. 꼼꼼하고 기억력 좋은, 그리고 미래에 대한 디스토피아적인 상상력을 좋아하는 사람은 한번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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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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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전에 교무실에서 혼자 근무하며 김기덕 아저씨가 진행하는 라디오를 듣고 있었다. 라디오에서 우리 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이 1. 건강, 2. 돈 등의 순서였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부분이 행복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소득이 우리보다 훨씬 낮은 방글라데시인가 하여간 동남아 국가에서 느끼는 행복지수가 우리의 그것보다 훨씬 높게 나왔댄다. 점심 때 옥임스를 기다리며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 가입했다.

 

"치기 어려운 공은 치지 않고, 받기어려운 공은 받지 않는다."

 

작품 내의 조성원이 나에게 하는 이야기이다. 82년 프로야구 출범 당시 정부는 프로야구를 통해 사람들에게 프로의식을 주입시키고 이를 빌미로 일을 더 열심히 시키려는 음모를 꾸몄으며 이에 대항하여 삼미는 프로의 세계에 대항해서 프로야구가 아닌 순수한 야구를 보여주기 위해 누구도 수립할 수 없었던 연패의 기록을 달성했다고 한다.

 

주변에 일반 기업, 특히 대기업에 다니는 지인들을 보면 살떨리는 경쟁 시스템에서 언제 도태될 줄 모른다는 위기감으로 필사적으로 회사생활을 견디고 있다.(가끔 안그런 사람도 있지만 극히 일부.) 작품에서는 일류대를 졸업하고 새벽출근 자정퇴근을 하며 몸바쳐 회사에 충성했지만 IMF로 구조조정되고 마는 나의 직장생활을 통해 그러한 삶의 허상을 보여준다. 모두들 자신이 프로라고 최면을 걸면서 밤낮으로 먹고 살려고 아둥바둥하지만 그에 비례하는 우리의 행복은 형편없는 수준이라는 것. 천천히 여유롭게 자신이 중심이 되어 삶을 영위하라는 것이 이 작품이 주는 메세지이다.

 

좀 없으면 어떤가? 기본적으로 좀 덜써도 되고, 없으면 좀 빌리고 갚으면 되고 돈 좀 더 있으면 맛있는 거 먹고, 남도 도우면 된다. 자기 소득 수준에서 누릴 수 있는 만큼 자신의 시간을 누리고 즐기면 된다. 돈 별로 안들이고 재밌게 놀 수 있는 방법 많다. 평소에 가진 것이 많아지는 것과 소비에 대한 중독은 정신적 파멸의 지름길로 생각하는 나의 모토와 일치해서인지 참으로 공감하며 재밌게 읽었다. 나도 내 일 열심히 하면서 남는 여유시간 가족과 내 여가에 투자하면서 책도 읽고, 만화책도 보고, 겜도 하고, 총싸움도 하고, 글도 쓰고, 공부도 하고, 농구, 축구, 탁구, 배드민턴, 볼링 등을 즐기고 겨울되면 보드타고, 좋은 곳 여행도 다니고, 좋은 사람들과 음주가무를 즐기고, 때로는 멍하니 머리를 비우면서 내 분수에 맞게, 행복하게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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