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연습
조정래 지음 / 실천문학사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조정래 샘의 태백산맥, 한강, 아리랑으로 이어지는 대하 소설들은 읽고 싶지만 개인적인 게으름으로 읽을 엄두를 못내고 있었다. 그러다 최근 자신의 소설에 있어서 전환기에 해당하는 중장편 작품을 쓰셨대서 '그거라면 볼 수 있겠는걸?"이란 생각에 [인간연습]을 장만. 전에 봤던 '선택'이라는 영화에서도 이념으로 인한 비전향 장기수의 이야기를 보면서 그들의 치열한 인생에 대해 존경스런 마음을 가졌는데 [인간연습] 역시 그와 비슷한 소재를 담고 있다. 단 선택의 경우 비전향 장기수가 나온다면 인간연습에서는 갖은 폭력과 독방감금으로 인해 정신이 혼미해진 사이에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자기도 모르게 전향을 해버린 윤혁이라는 인물의 이야기를 그린다. 선택에서는 끊임없는 전향의 유혹과 폭력을 꿋꿋히 버텨내는 인간형을 보여주는데 주안점을 두었다면 인간연습에서는 사상적으로는 전향을 하지 않은 전향자의 고뇌와 사회에 어떻게 적응해가고 자신의 삶을 다시 긍정해가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윤혁은 상업대학까지 졸업한 인텔리로 북에서 4.19의 혼란한 틈을 타 다른 간첩들을 위한 거점을 확보하라는 당의 지시를 받고 온 간첩이었다. 그러다 잡히게 되었고 남에 있던 가족들의 회유와 갖은 탄압에도 불구하고 전향을 하지 않았지만 90년대 초반 경 끝내 전향하고 말았던 것이다. 다행히 일본어와 영어 번역이 가능했기 때문에 감옥에서 만난 강민규가 이런 저런 번역일을 구해주는 것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하지만 그는 타의에 의해서이긴 하지만 자신이 전향해버린 것이 자신의 동지들에 대한 배반이라는 생각에 괴로워한다. 그리고 자신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던 공산주의 사회가 소련의 몰락, 북한의 기아, 중국과 베트남에서 일어나는 당원들의 부정부패와 같이 그야말로 몰락해가는 과정을 납득하지 못해 정신적인 혼란으로 괴로워한다. 하지만 부모가 없는 경희와 기준이 남매와 우연히 만나면서 삶의 활력을 얻게 되고 아이들이 인간의 꽃밭이라는 생각에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에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살아가게 된다.

 

 

이 작품은 중고등학생들이 접근하기에는 꽤나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내에 이념에 대한 고민과 모색이 워낙 전면적으로 드러나 있기 때문에 중고생들이 그 과정을 온전히 이해하며 독해해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나로서는 그러한 이념에 관심이 많아서 인지 재밌게 독해가 되더라. 조정래 선생은 이념이나 이상, 조직의 유지 보다는 인간이 중요하며 인간만이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이념에 대한 사유를 치열하게 전개해나가다가 이런식의 휴머니즘으로 슬그머니 마무리하는 듯해서 조금 아쉬운 감도 있지만 선생도 이리저리 얼마나 많이 고민을 했겠는가. 조정래 선생이 그렇대면 그렇게 이해해야지... 그리고 딱히 틀린 이야기도 아니니까. 물론 교사를 해서 그 아이들을 다루는 것은 참 이야기가 달라지긴 해도. 정리하자면 다소간의 아쉬움도 있지만 흡입력있는 문체. 적재적소에 과거의 이야기를 삽입하는 등의 치밀한 구성, 다채로운 어휘, 작가의 문제의식이 잘 소화된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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