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아르카디오 부엔디아와 우르슬라는 마콘도라는 마을에 정착한다. 그들은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 2세와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를 낳고 마을에서 평화롭게 살아간다. 하지만 아우렐리아노가 머리가 커질 무렵 나라에서는 내전이 일어나고 아우렐리아노가 자유파의 편을 서며 내전의 선봉을 서면서 역사적인 격랑으로 빠져들어간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라고 할 수 있다. 아우렐리아노는 조용하고 내성적인 인물이면서 내전의 소용돌이에 17명의 엄마가 각기 다른 자식들을 남기며 자유파 내전 진영의 최고 지도자가 된다. 하지만 죽기전에나 자신이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죽어가는 인물이다. 그리고 그의 자식들이 그 자리를 이어간다.
이 작품은 부엔디아 가문을 둘러싼 100여년 간의 흥망을 역사적으로 조망하며 보여준다. 제목과 같이 서술의 중심에 놓이는 여러 인물들은 젊을 때에는 어떻게 지냈든 노년에는 삶의 부질없음을 꺠달으며 고독 속에서 늙어간다. 그리고 정치적으로 민주화가 덜 된 상태의 남미의 여러 나라들이 어떤 정치적인 혼란을 겪었을지 마콘도의 흥망을 통해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정치적으로 더 자유로운 분위기를 원하는 자유파와 사회에서 기존의 기득권을 가진 세력을 의미하는 공화파는 대립하며 자유파는 전쟁을 선언하여 공화파와 투쟁을 벌인다. 내전은 번번히 자유파의 패배로 끝나지만 나라에서 그 세력은 커져가고, 거듭되는 혼란에 대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공화파 인사들은 자유파 인사들을 영입해가며 내전을 마무리해간다. 그 이후에 미국에서 바나나 농장이 들어오고 그들이 마콘도의 노동력을 착취하자 마콘도에서는 쟁이가 일어난다. 하지만 오랜 투쟁 끝에 설립된 정부는 쟁이를 반란으로 간주하고 기관총 난사로 응대한 뒤 그 일은 사실이 아니라는 여론조작을 통해 수습해버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을 사실로 믿는 덜 의식화된 시민들의 모습까지!) 4년간 지속된 장마로 바나나 농장의 사업주들이 철수하자 흉흉한 마을로 변해버리는 마콘도. 그리고 거대한 회오리에 모든 것이 날아가버린다. 이러한 마콘도의 역사가 마콘도 마을이 생겨날 당시에 멜뀌아데스라는 집시가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 1세의 집에 남겨놓은 산스크리트어로 쓰여진 문헌에 그대로 적혀 있는 내용이라는 점은 암시적이다. 즉 중세에서 근대로 이행기 때에 겪었을 혼란과 제국주의의 침략, 그 후의 피폐함을 소설 중의 마콘도라는 마을에 한정짓지 않고 남미 여러 나라들로 확대시켜 인식할 수 있게 만드는 소설적 장치라 할 수 있다.
남미의 소설을 잘 접해보지 않았고 그 쪽 문화에 대해서도 문외한인 나로서는 이 작품을 읽으며 여러가지 것들을 알 수 있었다. 남미쪽 사람들은 부모들의 이름을 좀 심하게 이어받는다는 점이라든가 그들의 의식주, 종교적인 의식, 도덕관 등 총체적인 부분에 있어서 어느정도 이해가 된다고 할까. 물론 이 작품 하나 읽고 남미 사람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는 것도 좀 우스운 일이지만 내가 그런 생각이 들만큼 이 소설이 대하 역사소설로 그들 자신을 잘 알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재밌으면서도 약 100여명의 이름이 비슷한 인물들이 쏟아져 나오며, 그중 1/3이상은 그들에 대해 상세히 저술되기 때문에 좀 버거우면서 정신없는 측면도 좀 있다.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살펴보면, 소설의 초반에는 현실과 환상이 섞인 초현실적인 면-날아다니는 양탄자, 죽은 자가 다시 나타난다든지 하는 설정-을 보여주다가 아우렐리아노가 서술의 중심에 왔을 때는 사실주의적인 성격이 강하고, 후반부에는 다시 조금은 환상적이면서 퇴폐적이랄까, 묵시록적이랄까 그런 분위기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작자가 남미의 설화와 역사가 공존하는 과거를 환상적으로 제시하고 제국주의의 자본주의 침략이 시작되는 근대를 사실주의의 수법으로 제시하여 역사를 총체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볼륨이 빽빽한 글씨에 500장이나 되서 읽기에 만만하지는 않지만 모든 고전이 그렇듯이 재밌게 읽힌다. 서사의 규모가 상당히 크고, 수많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복잡한 플롯을 가지지만 그것을 버릴 내용없이 꼼꼼하게 엮어나가고 그것에 더해 자신의 민족에 대한 역사적인 통찰과 그 속에서 느끼는 인간 본연의 고독에 대해서도 탐구하게 만드는 작가의 뛰어난 역량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 방학 때 엄마 가게일 도와드리는 와중에 내 심심함을 타파해준 작품이다. 여러모로 읽어서 득이 되는 작품이니 독서를 권장하며 책을 선물해준 선영이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