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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드랴프카의 차례 ㅣ 고전부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월
평점 :
1권인 「빙과」에서부터 시작해 3권인 「쿠드랴프카의 차례」까지……. 왠지 축제 분위기가 물씬 난다. 「빙과」는 가미야마 고 축제 때 냈던 고전부 문집과 간야제라는 명칭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어냈었고, 「바보의 엔드크레디트」는 2학년 F반이 축제 때 상영하기로 한 영화의 극본이 어떤 내용인가를 찾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그리고 「쿠드랴프카의 차례」는 본격적인 축제 시즌으로 돌입해 전 권 내내 축제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그래서인지 3권에 이르기까지 1권과 2권은 축제 전야제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3권을 읽고 보니 그렇게 느낀 것일 뿐이지만.
제목을 발음하다가 혀가 꼬일 것 같은 「쿠드랴프카의 차례」는 전반적으로 축제 기간 동안 벌어지는 도난사건을 다룬다. 뭐, 그냥 일반적인 도난 사건이라면 흥미가 가지 않았겠지만, 괴도가 등장한다는 것이 특이점이다. 게다가 평범한 학교 축제에서 괴도 출몰이라니. 흥미가 가지 않을 리가 없다.
십문자라는 괴도는 동아리마다 어떤 물건을 가져가고 메시지와 함께 간야제 100배 즐기기라는 팸플릿을 놔두고 간다. 중반까지만 해도 미묘하게 어슬렁거리며 뒷목을 갉작갉작 긁어대던 미스터리가 중반부가 넘어가면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마지막에 호타로가 사건을 완벽하게 풀어내는 장면은 지금까지 읽었던 고전부 중에서 가장 탐정다워서 놀랐다. 물론 「바보의 엔드크레디트」도 그런 느낌이 들었지만 연출 면에서 「쿠드랴프카의 차례」가 좀 더 추리 소설 같다고 할까……. 마지막까지 범인의 이름이 나오지 않다가 회심의 일격이라도 날리는 양 극적으로 언급하는 점이 그렇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호타로가 스타로써 활약도 좀 하고 고전부가 주목도 받지 않을까 했지만 역시 그런 활동적인 일은 호타로와는 맞지 않는가 보다. 개인적으로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멋들어지게 사건을 풀이해주기를 원했는데.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도 하나 둘 호타로의 진가를 아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 같아서 그건 기쁘지만. 아무래도 나는 고전부가 끝나는 날까지, 어쩌면 그 후로도 계속 호타로에게 빠져있을 것 같다. 읽으면 읽을수록 색다른 매력이 있는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전부 자체가 심각한 사건은 나오지 않기 때문에 범인에게도 동정이 가게 된다. 애초에 이 세상에 사정없는 사람이 없을 리 없으니까. 살인, 강간 등과 같은 용서 못할 죄가 아니라면 축제를 조금 망치는 정도야 뭐.
사실, 책을 읽는 내내 의문을 가졌었다. 이런다고 해서 범인에게 무슨 메리트가 있지? 그냥 축제라는 걸 빙자삼아 벌이는 장난이 아닐까?
물론 범인에게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 축제의 여흥이 아예 실리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투정과도 같은, 안타까움이 물씬 풍기는 그 말을 듣고 있으려니 문득 나도 모르게, 이래서 천재라는 것들은. 하는 비난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번 편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점을 꼽으라면 바로 그거였다.
네 명의 고전부가 각각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것. 전 편까지는 거의 호타로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면 이번 권에서는 각자 생각하는 점을 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주인공인 호타로는 물론이거니와, 지탄다가 생각하는 호타로가 의외의 수확이었고 마야카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 생각들, 언제나 당당하게 나는 데이터베이스다 라고 말하고는 하는 사토시의 일면 등.
그래서인지 좀 더 성장 소설 같은 면모가 풍겼다.
이 아이들과 나는 나이 차이가 그렇게 많이 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먼저 지나왔던 세대를 대표해 말한다면,
그러면서 성장해 가는 거야, 라고 해주고 싶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진부한 이야기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말이다.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데 말이지. 내가 그만 깜빡했지 뭐야, 마야카. 이걸 좀 더 똑똑히, 한 시도 잊지 않게 가슴에 새겨 놨으면 쓸 데 없는 일은 안 해도 됐을 텐데." 이거라니? 하고 묻는 대신 마야카는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연결 통로로 들어섰다. 폐회식이 열릴 체육관에 이제 거의 다 왔다. 주위의 가미 고 학생들에게 들릴 만한 성량으로 나는 또렷이 말했다. 어쨌거나 이것은 누가 들어도 부끄럽지 않은, 확실한 것이니까. 암, 그렇고 말고. "데이터베이스는 결론을 내리지 못해." 마야카가 쓸쓸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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