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틀 스타일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1
배명훈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상 외로 너무 얇아서 놀랐다. 은행나무 노벨라 시리즈가 전체적으로 얇은 두께를 가지고 있는지 아니면 이 책만 그런 건지.

책 표지에 그려져 있는 그림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로봇이 나오는 SF소설이다.
세계정복을 꿈꾸는 미야지마라는 사람이 만들어낸 전투 로봇. 수백 대의 로봇을 이끌고 마드리드를 침공했으나 그것은 결국 꿈으로 그치고 만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그 많은 로봇들 중 하나의 로봇이 전선을 이탈해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것.
사람들은 가마틀이라는 로봇이 자신들을 공격할 것이라며 두려움에 떨고 UES 수사관인 민소는 은수와 함께 가마틀을 찾기 위해 온 힘을 쓴다. 그러던 어느 날 거대한 괴한에게 납치당했다는 피해자들이 생기고 민소는 그것이 가마틀의 짓이라는 걸 눈치 챈다.
민소는 목격자와 피해자들의 진술을 들으며 또 가마틀의 행적을 추적해가는 도중 무언가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하게 되고 다소 어이없는 진실에 이른다.

사람들은 가마틀이 전선에서 이탈했다고 했을 때 공포를 느꼈다. 그 무시무시한 로봇이 자신들을 공격하지 않을까 무서웠던 탓이다. 그러나 민소는 가벼운 의문을 갖는다.
사람을 죽이라는 명령을 가진 로봇이 그 명령을 어긴 거라면 오히려 안심해도 되지 않을까. 그 로봇한테는 사람을 죽이려는 의지 따위는 없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그 로봇에게 자아가, 마음이라는 것이 생겨났을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가마틀이 참 안쓰럽게 느껴졌다. 사실 나도 인간 종족에 속해 있으니까 알 수 없는 것에 공포를 느껴야 당연한 것인데 혼자 남게 된 가마틀이 불쌍했다. 돌아가야 할 곳을 잃어버리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지 못한 채 혼란에 빠져 있을 그 모습이 우리와 닮은 것 같다고 느꼈기 때문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혼자 남은 가마틀이 너무 안쓰러워서 보듬어 주고 싶었다면 중반 이후부터는 생각을 달리 하게 되었다. 인간답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단지, 인간의 육체를 뒤집어쓰고 인간의 말을 하고 인간처럼 행동하는 것이 인간다운 것일까. 그럼 가마틀은 인간일까 로봇일까 그도 아니면 기계인 걸까.

가마틀과 우리들, 과연 누가 더 인간다운가가 모호해져 버렸다.

이 소설은 전체적으로 짧아서 빨리 읽히고 재미도 있고 마지막에는 기분을 유쾌하게 만드는 반전까지 있는데 한 가지 마음에 안 드는 점은, 작가님이 너무 직설적이라는 거다. 독자들이 해석할 여지를 주지 않는 참 편한 소설이다. 물론 이런 소설도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A=B다. 라는 사실을 전면으로 말해줄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만 아니라면, SF를 처음 읽어보는 사람들이 과학소설이라는 것에 호감을 느끼게 만드는 책으로도 유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마틀은 기차 화물칸 컨테이너 위에 누워
조용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화소 하나하나마다 서로 전혀 다른 느낌으로
펼쳐져 있는 하늘 조각들이 눈에 비쳤습니다.
그리고 매순간 달라지는 그 위대한 파랑은
곧 그의 마음에 곧바로 깊고 짙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가마틀은 그 파랑이 정말로 아름답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 말고도 아름다운 건 수도 없이 많지만,
지금 그 순간 그의 눈앞에 펼쳐진
그 파란 하늘 또한 다른 아름다움들에 비해
조금도 모자랄 게 없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