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언제, 어디서 책 읽는 걸 좋아하십니까?
어느 곳에 가든 책은 꼭 갖고 다녀요. 버스 안에서든 친구를 기다릴 때든 극장에서 영화 상영을 기다리든.
누워서 읽는 걸 가장 편하게 여기기는 하지만 침대 옆 흔들의자나 침대 맡 책장 옆에서 책 읽는 걸 좋아해요.

Q2. 독서 습관이 궁금합니다. 종이책을 읽으시나요? 전자책을 읽으시나요? 읽으면서 메모를 하거나 책을 접거나 하시나요?
전자책과 종이책을 둘 다 읽기는 하지만 여전히 종이 넘기는 촉감을 좋아해서 종이책을 더 선호하는 편이에요. 개인적으로 책이 본 상태 그대로 유지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메모도, 접지도 않아요. 다만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으면 「책 속의 한 줄」이라는 어플에 적어서 두고두고 보기는 해요.

Q3. 지금 침대 머리 맡에는 어떤 책이 놓여 있나요?
최근에 구입한 「작은 것들의 신」
제목부터가 마음에 들어서 양장으로 사려고 벼르다가 양장으로 나오자마자 샀어요. 기대했던 것보다 더 재미있고 분위기나 등장인물들도 마음에 들어서 만족하고 있어요.

Q4. 개인 서재의 책들은 어떤 방식으로 배열해두시나요? 모든 책을 다 갖고 계시는 편인가요, 간소하게 줄이려고 애쓰는 편인가요?
저는 웬만하면 책을 누구에게 주거나 버리지 않아요. 다른 것엔 욕심이 없는데 이상하게 책에는 욕심이 많이 생기더라구요. 그래서 모든 책을 다 갖고 있는 편이에요.
제 책장 속의 책들은, 좋아하는 작가나 시리즈로 일단 분류를 해두고 나머지는 장르별로 분류를 해요. 새 책이 들어올 때마다 책장이 엉망이 되는 바람에 그 때마다 다시 정리를 하고는 하죠.

Q5.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은 무엇입니까?
글쎄요, 창피하지만 어렸을 때는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종종 책을 꺼내 읽고는 했는데 그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좋아한 책이 「작은 책방」이에요. 여러 단편이 한 번에 엮인 책인데 지금은 절판되어 나오지 않아요. 다행히 그 책을 버리지 않아서 지금도 가끔 꺼내 읽고는 해요.

Q6. 당신 책장에 있는 책들 가운데 우리가 보면 놀랄 만한 책은 무엇일까요?
놀랄 만한 책이라고 하기는 뭐하고, 세계문학 시리즈를 출판사 별로 모으고 있어요. 다 모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같은 책이 출판사 별로 있는 걸 보면 좀 놀라지 않을까요?

Q7. 고인이 되거나 살아 있는 작가들 중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습니까? 만나면 무엇을 알고 싶습니까?
조지 오웰이나 프란츠 카프카, 패트릭 모디아노를 만나고 싶네요. 특히 프란츠 카프카를 만나고 싶어요. 제가 지금까지 읽은 책들 중 가장 기발하고 독특하며 특색있는 등장인물을 그려낸 작가거든요. 어떤 대화를 나누고 싶다기 보다는 실제로 본다면 뭔가를 깨달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Q8. 늘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있습니까?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합본으로 꼭 읽고 싶은데 다른 책 사느라, 혹은 읽느라 아직 읽지 못했네요. 그래도 책들을 볼 때마다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요.

Q9. 최근에 끝내지 못하고 내려놓은 책이 있다면요?
제가 다독을 하는 스타일이라 읽다가 만 책들이 수두룩 해요. 한 편에 가득 쌓아놓고 있는데 포기한 건 아니예요. 다만 다른 책들을 읽느라 보류할 뿐이죠. 보류된 책들은 틈틈히 읽고 있어요.

Q10. 무인도에 세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져가시겠습니까?
그런 책들이 매번 바뀌기는 하는데 요새는 「오베라는 남자」라는 책이 정말 좋네요. 무인도에 혼자 있어도 이 책만 읽으면 웃음이 나올 것 같아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무인도에 간 김에 읽고 싶던 책을 다 읽고 싶어서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거울나라의 앨리스」작은 책방, 어린왕자와 마찬가지로 꾸준히 좋아하는 책이죠. 이상한 나라에 빠진 앨리스와 무인도에 홀로 남겨진 저, 많이 비슷할 것 같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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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 그림자 - 2010년 제43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민음 경장편 4
황정은 지음 / 민음사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이유가 있어 겨울에 나온다」처럼 이 책도 한참 눈에 밟혔던 책이다. 다만 그 책과 다른 점이라면, 보는 순간 꽂혀서 반드시 읽어야 해! 라고 생각한 것이 아니고 표지와 제목이 마음에 걸렸다고 할까.
어쩐지 눈이 가는 책이었다.

간혹 가다 그런 일이 있다.
장편인 줄 알고 집었는데 단편이었던 경우. 단편인 줄 알았는데 장편. 이 책 분명 추리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등등.
책을 착각하는 경우가 가끔씩 내게 벌어진다. 이 책도 그런 경우여서, 처음에 단편집인 줄 알았는데 장편이어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 첫 화에서 그렇게 끝나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내가 좋아하는 문체는 아니다.
큰 따옴표 안에 정확한 대사가 들어가는 것을 선호하는데 이것은 대사인지 지문인지 다소 헷갈리게끔 문체가 이어진다. 뭔가 이런 책을 읽을 때면 몽롱한 기분이 든다. 내가 책에게 잡아먹히는 느낌.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내심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책 자체의 분위기는 참 마음에 들어서 그냥 읽기로 했다.
잔잔하고 차분하고. 창밖을 때리는 빗소리와 어우러져 안개 속을 거니는 신비로움이 느껴졌다.

이 소설은, 현실과 환상을 끝없이 넘나들게 만든다. 그림자라는 것이 계속해서 이야기의 주제로 언급이 되는데 이게 실제 그림자가 솟아난 것처럼 생각이 되기도 하고 마치 절망이나 죽음 같은 것을 그림자에 빗댄 것 같이 생각되기도 했다. 그림자란 결국 뭘까, 소설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처음에 은교와 무재 씨가 나왔을 때는, 둘이 주고받는 말이 왠지 허무하고 공허하게 느껴져서 마음에 들지가 않았다. 등장인물로 따지자면 그렇게 싫은 성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적의와 비슷한 감정에 살짝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러다가 유곤 씨가 나오자 그제야 마음이 편안해졌다.
다소 어눌하기도 하고 어리숙한 것 같기도 한 유곤 씨가 마음에 들었던 듯싶다.

백의 그림자 안에서의 현실을 보자면 그렇게 좋지만은 않다. 물론 그림자가 솟구치는 환상도 언뜻 죽음이 떠올라서 편안하지만은 않지만, 현실은 더욱 팍팍하다.
살아남으려고 아무리 발버둥쳐도 어쩔 수 없이 밀려나고 마는.

나도 언젠가 내 그림자가 솟아오르는 것을 본 일이 있을까. 아니면 언젠가는 보게 될까.
어쩌면 박박한 삶을 살아가면서 한 번쯤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때면 그림자에게 먹히지 않도록 그림자를 정신없이 따라가지 않도록 스스로 잘 다독여야겠다.

출근하는 길에 보고 샀다는 그것을 받아 들고,
또 보자며 돌아서서 가는 무재 씨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손바닥에 화분을 얹은 채로 수리실로 돌아갔다.
어느 틈에 그 자리로 돌아갔는지
유곤 씨가 입구에 앉아서
가만히 나를 보고 있다가 말했다.
아픕니까.
아니요.
얼굴이 빨갛습니다.
빨갛지 않아요, 라고 말하며
캐비닛 위에 화분을 올려놓았다.
떡잎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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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있어 겨울에 나온다
니타도리 게이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처음 봤을 때부터 정말로 읽고 싶던 책. 이 책은 반드시 겨울에 읽어야지! 하고 콕 찜 했다가 12월 달에는 자금 부족으로 부르지 못하고 1월 달에 부를 수 있었다. 원래 웬만해서는 새로 산책부터 꺼내 들고 읽지 않는 편인데 이 책은 오자마자 읽던 책들 전부 물리고 그 자리에 앉아 독파하기 시작했다.
뭔가, 제목에 겨울이 나오니까 꼭 꼭 겨울에 읽어야해! 하는 의무감도 있었던 듯싶다.

학원호러미스터리, 라는 특성답게 처음부터 으스스한 분위기로 시작한다.
주인공인 하야마가 다니는 학교, 특히 이 책의 중심 배경이 되는 예술동은 그 이름과 맞지 않게 외향부터 스산하기 짝이 없다. 밤마다 시링크스를 연주하는 유령이 등장한다는 소문과 일명 벽남이라 불리는, 살인 귀신까지 등장해서 스산함은 배를 더한다.

과거 학교 다닐 때 한 번쯤은 학교 괴담 같은 것에 빠지고는 한다.
이 소설에서도 위에 언급한 학교 괴담이 나오는데 문제는 이게 소문으로만 그치지 않고 현실화 된다는 거다. 학교 학생들은 두려움에 떨게 되고 문예부장인 이가미는 하야마와 함께 소문의 실체를 밝히기로 한다.

처음에는 이런저런 무서운 것들이 상상되어서 역시 호러미스터리구나 하면서 덜덜 떨면서 봤다.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가미가 멋진 추리로 트릭들을 깨뜨릴수록 무서움이 점점 사라졌다. 별로 무섭지는 않지만 그래도 상당히 재미있는 책, 정도로 생각하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 이야기는 종장을 맞이한다.

이제 끝이구나 하고 안심을 했을 때 이 작가는 우리에게 다시 한 번 충격을 선사한다. 편안해질 준비를 마쳤을 때 쯤 이건 호러 소설이랬잖아 하는 깨달음을 느끼게 만든다.

읽다 보면 문득, 그래도 어떤 이야기가 있었으니까 괴담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그건 단지 어쩌면, 하는 식의 뜬구름 잡는 생각일 뿐이었다. 그래, 괴담은 단지 괴담이야. 하고 고개를 주억거리는데 난 데 없이 눈앞에 그 괴담이 현실이 되어 등장한다면 어느 누가 놀라지 않을까.

괴담이 현실이 되는 마지막 장면은, 적어도 내게 있어서만큼은 그 어떤 괴담보다도 두려웠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도 나름의 이야기가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안타깝고 씁쓸한 마음이 뒤를 이었다.

사실 복합적인 장르를 표방하면 이야기가 들쑥날쑥 널을 뛰기 마련인데 이 소설은 중심을 잘 잡은 것 같아서 좋았다. 호러스럽기도 하고 추리 소설 같은 면모도 있고 학원물다운 풋풋함까지. 게다가 등장인물들도 하나같이 매력 있어서 더욱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문예부장이자, 소설 속의 셜록 역할을 하는 이가미 선배가 제일 좋았다. 처음부터 이 사람 왠지……?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엄청난 괴짜였다. 카페에서 있었던 일을 보고 그 생각에 확신을 가졌다.
실제 친구였다면 되게 피곤할 것 같은데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는 거라면 엄청 재미있을 것 같은 사람.

현재 「니와카 고교생 탐정부」시리즈 중에는 이 소설밖에 나오지 않았는데 다음 편도 나오면 사서 볼 것 같다. 그나저나 설마 이가미 선배가 졸업하고 다른 등장인물이 나오는 건 아니겠지. 살짝 불안한 마음도 들지만, 어쨌든.

확실히, 이 소설은 호러미스터리이긴 해도 여름보다는 겨울에 읽어야 더욱 효과적일 것 같다. 배경이 겨울이기도 하고, 뭔가 여름에 읽으면 재미가 반감 될 것 같은 느낌.

여담으로 표지에 그려진 안경 낀 여자아이는 소설 속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시리즈 내내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고 하니 호기심이 생긴다. 다음 시리즈를 읽으면 뭔가 알 수 있지 않을까.

기묘한 안경 소녀에 대해 생각하고 추리하는 것도 이 소설의 묘미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랑 비슷하달까."
다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보고 선배는
"이런, 또 실수를 해버렸네."
하고 중얼거렸다.
"내가 또 두려움을 덜어준 거야?"
그 말을 듣고 나는
`그렇구나. 이런 악의가 괴담을 만드는 구나.`
하고 묘하게 납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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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자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0
막심 고리키 지음, 이강은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막심 고리키의 단편 소설들을 엮은 책이다. 가장 기대했던 것은 제목부터 마음에 든 「은둔자」였지만 다른 소설들도 기대 이상의 재미를 선사해서 읽는 내내 무척 즐거웠다.

막심 고리키의 책은 이것으로 처음 접해 보았는데 어렵지도 않고 분위기도 마음에 들어서 이 작가의 다른 책들도 한 번 읽어보고 싶어졌다. 읽는 내내 든 생각이, 글을 참 예쁘게 쓰는 작가라는 것이었다. 단어들이, 문장이 정말로 아름다워서 부드러운 호수 속에 내 몸을 온전히 내맡긴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 중에서 구병모 작가랑 언뜻 비슷하게도 느껴지는데 그 작가님은 기괴하면서 어딘가 일그러진 동화 같은 소설을 쓴다면 막심 고리키는, 설화나 우화를 읽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만든다. 아름답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차마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판타지적인 요소는 거의 전무하면서도 판타지적인 느낌이 묘하게 풍겨 나오고. 딱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힘든 유의 그런 소설이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소설은, 「이제르길 노파」였는데 흡사 나이 든 사람에게서 옛이야기를 듣는 기분을 느끼게 만들었다. 아닌 게 아니라 소설 속에서는 이제르길 노파라는 늙은이가 자신의 과거에 겪었던, 들었던 일들을 하나씩 말해준다. 그 모든 것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중요한 것은 한 사람을 온전히 옭아맬 수 있을 정도로 힘을 가진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것이다. 소설이 다 끝나고 나서도 노파에게서 아직 나오지 않은 이야기가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영원히 듣지 못할 그 이야기들이 나는 무척이나 듣고 싶었다. 그래서 더욱 아쉬운 마음이 깊었는지도 모르겠다. 서운한 감정이 들 정도로.

「거짓말하는 검은 방울새와 진실의 애호가 딱따구리」는 진짜 딱 우화 같은 이야기였다. 상당히 짧은 이야기였지만 그 이야기를 다 읽고 나서도 한 동안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만드는 그런 힘을 가진 이야기였다.
역시 이 이야기 또한 어느 것이 진실이라고는 딱히 단정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만약 나라면, 앞에 뭐가 있든 한 걸음 정도는 내디뎠을 것 같기도 하다. 진실은 누구도 모르는 거지만.

고리키의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속에 무언가를 품고 있는데 이야기 자체는 읽기가 참 수월하면서도 그 안에 내포된 무언가는 찾기가 힘든 것 같다. 설령 찾는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말로써 입 밖에 내놓기에는 어딘가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이 든다. 정확한 단어를 찾을 수 없달까.

뭔가 잡히는 게 있는 것 같으면서도 물 위에 떨어진 잉크처럼 한순간에 흩어져 버린다. 하지만 그러니까 더욱 읽을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완벽하게 막심 고리키 라는 작가를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훗날 다시 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때, 그 때는 또 다른 무언가를 건져 올릴 수 있기를 기원한다.

이 모든 것은 절대 있을 법하지 않은 일들이었지만,
그래도 모두 진실이다.
그 모든 일이 진실이라는 걸 난 머리로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 머리는 다른 어딘가에서 상황을 관찰하면서
침묵하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호기심만 가진 채.
‘그래, 카라모라! 이제 우측으로 돌아서시겠다, 대행진이군?’
나는 나 자신에게 말했다.
어쩌면 나는 누군가가 내게 소리쳐주기를
내내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멈춰! 너 어디로 가는 거야?’
그러나 소리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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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젠가는 이 책을 읽었을 테지만, 내가 이 책을 ‘당장’읽기로 결심한 계기는, 한 문장 때문이었다.

˝이제 충분해요, 사랑하는 오베.˝
그러자 충분해졌다.

어째서일까라고 묻는다면 정확히 답변은 못해줄 이 문장. 단지 읽는 그 순간, 눈물이 날 만큼 가슴 속에 따뜻함이 차올랐고 나 또한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어쩌면 위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 책이 나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 거라 짐작했다. 그리고 그 짐작은 맞았다.

소설 속 주인공, 바로 오베라는 이 남자.
왜 이 남자가 주인공인 걸까? 괴팍하고 심술궂은 늙은이에다가 이웃들과는 딱히 그렇다 할 친분도 유지하지 않고 언제나 제멋대로에 자기주장을 절대 굽히지 않는 까칠한 남자가, 왜 주인공이어야만 했을까.

난 처음에 이 남자를 결코 좋아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점들을 한 번에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좋아질 리 없다고 당연하게 단언했다. 심지어, 자살 희망자라지 않는가.

오베라는 이 남자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고 서서히 괜찮아지고 오베의 행동 하나하나에 울고 웃게 되었을 때, 나는 이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다.

사실, 주인공 오베를 사랑하기 전에 나는 그의 아내인, 6개월 전에 죽어버린 소냐를 먼저 사랑하게 되었다. 오베의 회상 속에서의 소냐는 언제나 긍정적이었고 밝고 잘 웃는 사람이었다. 오베와는 전혀 다른 취향에 어디 하나 맞는 곳도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베가 유일하게 사랑했던 한 여자. 오베가 아무 망설임 없이 자신에게 속해 있는 단 하나뿐인 색깔이라고 단언하던 그 여자.

한 사람을 그 정도로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지만 소냐라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오베라고 해도 그녀를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겼을 테니까. 어쩌면 그래서 더 눈물이 쏟아졌던 것 같다.
만약 소냐가 살아있었더라면, 즐거워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오베와 고양이가 주택들 사이에 난 작은 길로 나섰을 때는
겨울의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뒤였다.
생일 파티의 웃음과 음악이 벽 사이에서
커다랗고 따뜻한 카펫처럼 흘러나왔다.
소냐라면 좋아했을 거라고 오베는 생각했다.
그녀라면 이 정신 나간 임산부와
그녀의 말도 안 되게 제멋대로인 가족이 오고 나서
벌어졌던 일들을 사랑했을 것이다.
엄청나게 웃어댔을 것이다.
맙소사, 오베는 그 웃음이 얼마나 그리운지 몰랐다.

그랬다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단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그녀가 사무치도록 그리웠다.

이 소설은 결코 슬픈 소설이 아니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눈물이 났다. 심장이 아려오면서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터져 나오는가 하면 다음 순간에는 그 상태 그대로, 웃음이 터져 나오고. 진짜 미친 사람처럼 웃다 울다 반복하면서 읽은 소설인 것 같다.

단순한 몇 개의 단어들과 그저 일상에서 벌어지는 다소 엉뚱한 일들을 담은 페이지. 단지 그것뿐이었는데 내가 이토록 흔들릴 줄은 미처 생각도 하지 못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책을 읽는 모든 사람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해주고 싶을 정도로 이 소설이 마음에 들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기를 참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은, 확실히 나에게 위로가 되었다.

그는 그녀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마침내 그는 커다랗고 둥근 바위에
조심스레 손을 얹고,
마치 그녀의 볼을 만지듯
좌우로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보고 싶어."
그가 속삭였다.
아내가 죽은 지 6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오베는 하루에 두 번,
라디에이터에 손을 얹어 온도를 확인하며
집 전체를 점검했다.
그녀가 온도를 몰래 올렸을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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