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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있어 겨울에 나온다
니타도리 게이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처음 봤을 때부터 정말로 읽고 싶던 책. 이 책은 반드시 겨울에 읽어야지! 하고 콕 찜 했다가 12월 달에는 자금 부족으로 부르지 못하고 1월 달에 부를 수 있었다. 원래 웬만해서는 새로 산책부터 꺼내 들고 읽지 않는 편인데 이 책은 오자마자 읽던 책들 전부 물리고 그 자리에 앉아 독파하기 시작했다.
뭔가, 제목에 겨울이 나오니까 꼭 꼭 겨울에 읽어야해! 하는 의무감도 있었던 듯싶다.
학원호러미스터리, 라는 특성답게 처음부터 으스스한 분위기로 시작한다.
주인공인 하야마가 다니는 학교, 특히 이 책의 중심 배경이 되는 예술동은 그 이름과 맞지 않게 외향부터 스산하기 짝이 없다. 밤마다 시링크스를 연주하는 유령이 등장한다는 소문과 일명 벽남이라 불리는, 살인 귀신까지 등장해서 스산함은 배를 더한다.
과거 학교 다닐 때 한 번쯤은 학교 괴담 같은 것에 빠지고는 한다.
이 소설에서도 위에 언급한 학교 괴담이 나오는데 문제는 이게 소문으로만 그치지 않고 현실화 된다는 거다. 학교 학생들은 두려움에 떨게 되고 문예부장인 이가미는 하야마와 함께 소문의 실체를 밝히기로 한다.
처음에는 이런저런 무서운 것들이 상상되어서 역시 호러미스터리구나 하면서 덜덜 떨면서 봤다.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가미가 멋진 추리로 트릭들을 깨뜨릴수록 무서움이 점점 사라졌다. 별로 무섭지는 않지만 그래도 상당히 재미있는 책, 정도로 생각하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 이야기는 종장을 맞이한다.
이제 끝이구나 하고 안심을 했을 때 이 작가는 우리에게 다시 한 번 충격을 선사한다. 편안해질 준비를 마쳤을 때 쯤 이건 호러 소설이랬잖아 하는 깨달음을 느끼게 만든다.
읽다 보면 문득, 그래도 어떤 이야기가 있었으니까 괴담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그건 단지 어쩌면, 하는 식의 뜬구름 잡는 생각일 뿐이었다. 그래, 괴담은 단지 괴담이야. 하고 고개를 주억거리는데 난 데 없이 눈앞에 그 괴담이 현실이 되어 등장한다면 어느 누가 놀라지 않을까.
괴담이 현실이 되는 마지막 장면은, 적어도 내게 있어서만큼은 그 어떤 괴담보다도 두려웠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도 나름의 이야기가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안타깝고 씁쓸한 마음이 뒤를 이었다.
사실 복합적인 장르를 표방하면 이야기가 들쑥날쑥 널을 뛰기 마련인데 이 소설은 중심을 잘 잡은 것 같아서 좋았다. 호러스럽기도 하고 추리 소설 같은 면모도 있고 학원물다운 풋풋함까지. 게다가 등장인물들도 하나같이 매력 있어서 더욱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문예부장이자, 소설 속의 셜록 역할을 하는 이가미 선배가 제일 좋았다. 처음부터 이 사람 왠지……?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엄청난 괴짜였다. 카페에서 있었던 일을 보고 그 생각에 확신을 가졌다.
실제 친구였다면 되게 피곤할 것 같은데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는 거라면 엄청 재미있을 것 같은 사람.
현재 「니와카 고교생 탐정부」시리즈 중에는 이 소설밖에 나오지 않았는데 다음 편도 나오면 사서 볼 것 같다. 그나저나 설마 이가미 선배가 졸업하고 다른 등장인물이 나오는 건 아니겠지. 살짝 불안한 마음도 들지만, 어쨌든.
확실히, 이 소설은 호러미스터리이긴 해도 여름보다는 겨울에 읽어야 더욱 효과적일 것 같다. 배경이 겨울이기도 하고, 뭔가 여름에 읽으면 재미가 반감 될 것 같은 느낌.
여담으로 표지에 그려진 안경 낀 여자아이는 소설 속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시리즈 내내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고 하니 호기심이 생긴다. 다음 시리즈를 읽으면 뭔가 알 수 있지 않을까.
기묘한 안경 소녀에 대해 생각하고 추리하는 것도 이 소설의 묘미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랑 비슷하달까." 다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보고 선배는 "이런, 또 실수를 해버렸네." 하고 중얼거렸다. "내가 또 두려움을 덜어준 거야?" 그 말을 듣고 나는 `그렇구나. 이런 악의가 괴담을 만드는 구나.` 하고 묘하게 납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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