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고양이의 수상한 방 - 필냉이의 고양이 일기
윤경령 지음 / 나무수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사진이 많아서인지 읽기 쉽게 편집을 해서인지 한두 시간만에 다 읽은 책.
킬링타임으로도 좋고 내내 웃으면서 즐겁게 봤다.
그저 고양이에 관련된 책이라 친구에게 빌렸던 것인데 저자가 필냉이님이라 유독 반가웠다. 어쩐지 눈에 밟히는 그림체더라.

책 안에는 고양이에 대한 애정과 사랑, 따뜻함이 물씬 넘쳐난다.
새로운 지식을 접하기도 하고 공감도 하고, 이래저래 만족스럽게 읽은 책인 것 같다.

이 책을 다 읽고 다시 한 번 드는 생각이지만, 역시 이 세상에 고양이만큼 완벽하고 우아하고 예술에 어울리는 동물은 없는 것 같다. 내가 고양이를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고양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숭배를 받아 마땅한 동물이다.

집고양이가 말했습니다.
"좋았던 건 맞지만 사실 전 혼자 있고 싶었어요.
하지만 난 그녀를 잘 알아요.
그녀는 분명 내가 죽은 걸 알면 굉장히 슬퍼하겠죠.
그리고 나에게...
‘맛있는 것도 많이 줄 걸...’
‘재미있게 놀아줄 걸...’
‘좀 더 곁에 있어줄 걸...’
하고 후회할 거예요.
전 그녀가 적어도 그런 후회를 하지 않기를 바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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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고전
유성룡 원작, 이동환 지음 / 현암사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서애 유성룡 대감이 남긴 전쟁의 기록.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전쟁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 임진왜란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내가 우리 역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인물로 세종대왕님과 충무공 이순신 장군님을 꼽는데 칼의 노래와 불멸의 이순신 등 장군님이 등장하는 책이라면 닥치는대로 읽다가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주저 없이 손에 들었다.

책을 읽는 동안, 어쩔 수 없는 장군님 덕후인 나는 장군님이 나오는 장면에서만 유독 눈을 반짝였던 것 같다. 장군님이 나오는 페이지를 두세 번 더 읽느라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지 못한 적도 부지기수였다.
그러나 꼭 장군님이 아니더라도 그 시대에 살았던 우리 조상님들, 이름을 남겼든 남기지 않았든 많은 분들이 나라를 위해 필사적으로 싸우다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감동과 무한한 존경이 내 마음을 가득 채웠다.

아무리 이성적인 사람이라 할지라도 사람인 이상 자신이 쓴 글에는 감정이 들어가기 마련인데 이 책에는 그런 것이 보이지 않는다. 전쟁에 대한 비참함과 조선 관료들에 대한 울분들도 꾹 억누른 채 지극히 객관적으로 반성과 성찰을 담았다.
다음에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끔 노력해야겠다 하는 자기반성으로 가득하다. 어찌하여 전쟁이 벌어지게 되었는지 그 당시 관료들과 백성들은 어떻게 행동했는지...

칼의 노래가 장군님의 시선으로 그려진 책이라면 징비록은 당시 전쟁을 겪었던 모든 이들의 기록이다.
한국인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군대와 명나라 군대는
이순신이 전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군영에서 군영으로 통곡이 이어졌다.
그들은 마치 자기 아버지를 여읜 듯
통곡했다.
이순신의 영구가 이르는 곳마다
백성들은 제사를 드리고,
영구를 실은 수레를 붙잡고서 통곡했다.
"공께서는 진실로 우리를 살리셨는데,
이제 공은 우리를 버리고
어디로 가시나이까?"
이렇게 몰려든 군중으로 길이 막혀
수레가 나아갈 수 없을 정도였으며,
길 가는 행인들도 눈물을
흘리지 않은 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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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0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판타지적이면서도 느낌 있어 보이는 책의 제목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왜 책의 제목이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일까 생각하다가 책의 중반부쯤에서 한 거리의 이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제목에서부터 회색빛의 잔재가 느껴지는 이 책은 기억을 잃은 주인공이 등장한다.
자신의 이름도, 과거도, 지인들도 하나도 떠올릴 수 없는 기라는 남자는 위트라는 남자와 함께 탐정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위트가 탐정 사무소의 문을 닫게 되고 갈 곳이 없어진 기는 자신의 기억을 찾아 떠난다.

흔적을 조금씩 더듬어 여러 사람을 만나며 향해가는 기억의 항로는 언뜻 쓸쓸하기도 하고, 아련하기도,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추억에 아프기도 했다.

나는 누구일까.
만약 나에게 기억이라는 것이 없다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은 채 어느 순간 어디엔가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면 그것이 나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소설의 첫문장이다.
자신을 나타내는 기억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공허함으로 가득한 삶을 살고 있었을 기.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첫문장이 아닐 수 없다.

이 소설이 또 하나 눈길을 끌었던 것은 배경이 2차 세계대전 당시라는 것이다. 기억을 잃은 기가 존재하는 세상은 세계대전이 끝난 후지만 페드로가 존재하는 세상은 2차 세계대전 당시다.
어지러웠던 시절, 엄격한 신분 검사, 때문에 페드로와 그의 친구들은 프랑스에서 벗어나야만 했다. 심각하고 혼란스러웠을, 그리고 알 수 없는 공허로 가득했을 그 당시의 기록이 페드로의 시점에서, 기의 시점에서 묘사되어 있다.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기억이 존재하지 않기에 기는 자신의 친구였을지 모르는 옛사람을 만나면서도 마음 놓고 반가워할 수가 없었다. 아무 감정도, 기억도 없는 상황에서 문득 그 서글픔이 나에게까지 느껴져서 나는 그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질 때마다, 옛 추억의 잔재들을 손에 쥘 때마다 어쩐지 슬퍼졌다.

거의 마지막에 다다라 기는 과거의 기억이 분명할 것들을 떠올리지만 여전히 그는 명확히 자신을 기억할 수 없었다. 어쩌면 마지막 흔적임이 확실한 친구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기의 믿음처럼 나 또한 그가 어딘가에 유유자적 몸을 숨기고 살아가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기는 죽음을 맞이하는 그 순간까지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 기억을 찾아 헤맬 것이다. 마치 회색빛 안개를 쫓듯 그렇게.

나는 옛날에 우리가 식사를 하곤 할 때
이 방이 어떠했었는지를 상상해보려고 애를 썼다.
내가 하늘을 그려넣을 천장,
저 종려수를 그려넣어서 열대 지방의 기분을
내려고 했던 초록색의 벽.
유리창으로 푸르스름한 빛이 우리들 얼굴 위로
떨어지곤 했었지.
그렇지만 그 얼굴들은
어떻게 생긴 것들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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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와 분노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3
윌리엄 포크너 지음, 공진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에 대해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말의 홍수.
정신을 꽉 붙잡고 읽지 않는다면 말의 흐름에 따라 이리저리 이끌려 다닐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마저 들었다.
내가 이해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데 윌리엄 포크너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무력감을 느끼고는 한다. 마음같아서는 별 1점만 주고 싶지만 책이 너무 훌륭해서 그럴 수조차 없다.

소리와 분노는 총 네 장의 목차로 나뉘어져 있는데 각각 시점이 다르다.
1장은 벤지섹션 2장은 퀜틴섹션 3장은 제이슨섹션 4장은, 3인칭이기는 하지만 딜지의 시점으로 진행되어서 딜지섹션이라는 명칭으로 불린다.

소리와 분노는 미국 남북전쟁 이후를 배경으로 한 가문의 몰락을 그린 작품이다.
벤지섹션에서는 백치인 막내 벤지가, 퀜틴섹션에서는 감성적인 첫째 퀜틴이, 제이슨섹션에서는 이성적인 셋째 제이슨이.
그리고 일명 딜지섹션에서는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위 세 사람이 미처 보지 못했던 상황들을 서술한다.

처음 1장과 2장을 읽을 때는 나도 종종, 끊임없이 몰려드는 언어들에 휩쓸리고는 했었다. 다행히 3장이 되어어 진정이 되기는 했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퀜틴섹션이지만(등장인물 상으로도 퀜틴과 캐디를 제일 좋아한다) 딜지-제이슨-퀜틴-벤지 순으로 읽기 편했던 것 같다.
벤지시점은 과거와 현재가 끝없이 넘나드는 바람에, 퀜틴시점은 시간이 불분명해서 나름의 이유로 읽기 불편한 면이 있었다.

이 소설 뿐 아니라 윌리엄 포크너의 소설은 한 번 읽어서 모든 내용을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 책도 두세 번 더 읽어야지.

너 그 사람 사랑하니
캐디가 손을 내밀었다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캐디의 손이 내 팔을 더듬어 내려가더니
내 손을 잡아 자기 가슴에 갖다댔다
캐디의 심장이 쿵쿵거렸다
아니 아니
그가 강제로 그랬니 억지로 그랬니
너는 그보다 약하니까 내일 내가 그를 죽일 거야
맹세코 죽일 거야
캐디 너 그 사람 밉지 그렇지 그렇지
캐디가 내 손을 잡아 자기 가슴에 댔다
캐디의 심장이 쿵쿵거렸다
나는 몸을 돌려 캐디의 팔을 붙들었다
캐디 너 그 사람 밉지 그렇지
캐디가 내 손을 자기 목에 갖다댔다
그녀의 심장이 거기서도 쿵쿵거렸다
가엾은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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