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보지 못한 숲 오늘의 젊은 작가 1
조해진 지음 / 민음사 / 201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12년 전, 가스 폭발 사고 이후 동생이 사라졌다.
언뜻 들어보면 마치 미스터리스릴러 소설의 한 문장 같기도 하다. 이제 곧 사라진 동생을 찾아 온 거리를 헤매야 할 것만 같고 그러다가 마주친 잔혹한 진실에 절망하면서도 꿋꿋하게 앞을 향해 걸어가는 주인공이 나올 것만 같은……. 어쩌면 긴장감 넘치는 문체로 풀어낼 수도 있는 이 사건을, 작가는 미수와 현수와 윤, 세 사람의 시점에서 적절히 혼합하며 잔잔하게 혹은 차마 감추지 못한 울분을 토해내듯 진행해 나간다.

애초에, 미수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동생, 현수를 초반에 등장시킨 것부터가 그런 긴장감은 배제시켰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래도, 동생이 죽었다고 강하게 믿고 있는 미수, 아무도 모르게 미수를 도와주는 현수, 자신의 문제 때문에 미수와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윤, 세 사람 사이에 흐르는 어떤 긴장감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들었다.

책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환상 소설 같은 느낌을 풍긴다. 판타지는 아닌데 미수와 현수가 바라보는 세상은 저 어딘가 존재할 것만 같은 다른 세계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세 사람이 각자 다른 것을 바라보는데도 부드럽게 이어지는 시점 전환 때문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분명 다른 곳에 존재하는데도 마치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듯 그렇게.

미수와 현수는 둘 다 어딘가에 있는 감정 선이 고장 나 버린 사람 같다. 물 흐르듯 유영하는 삶을 이어가며 마치 그게 벌이라도 되는 듯 감정을 최소화 시킨다.
어쩌면 그래서, 미수가 참지 못한 감정을 불현듯 터뜨려 버렸을 때, 현수가 마지막을 직감하고 그저 모든 것을 손에서 놓아버렸을 때, 마음 한구석이 아프게 울렸던 걸지도 모른다.

진실인 줄 알았던 그것이 사실은 기만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어떨까.
분노, 증오, 안도, 초조, 슬픔. 총체적인 감정들이, 그동안 억눌려 왔던 것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정신없이 미수를 휘몰아친다. 미수는 찾을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여기저기 헤맨다. 나는 두 사람이 부디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가장 의외였던 점은 미수와 윤의 관계가 아니었나 싶다.
영원히 지속될 것 같던 것들은 때로 우리를 비웃으며 재빠르게 빠져 나가 버리고는 한다.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겠지만 나쁜 결말만은 아니리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최선의 결과는 아닐지라도 결국 사건은 마무리 되고 남은 이들은 인생을 지속해 나간다.
그게 설령 게임 세상 속에 던져진 버그일 지라도.

책을 덮고 난 다음에 잠깐 생각을 했다. 나에게도 아무도 보지 못하는 어떤 숲이 존재하지 않을까. 그 숲은 눈치 채지 못하게 우리 마음속에 존재할 것이라는 막연한 확신 아래 나는 상상을 해 보았다.
그 숲에서 아주 오래 전에 잃어버린,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존재를 다시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소년은 무릎을 꿇고 앉아 상체를 앞으로 기울인 채
방바닥에 귀를 대 보았다.
바닥 아래 깊은 곳에 호젓한 호숫가가 보이는 듯했다.
M이 자주 발을 담그고 놀았을 고요한 호수는
소년의 얼굴을 맑게 되비췄다.
소년은 이 시간을 잊을 수 없다는 걸
느리게 깨달았다.
이제 앞으로 어딜 가고 누구를 만나든,
또 어떤 지긋지긋한 시간 속에 놓이게 되든
이렇게 이 방에 귀를 대고 웅크리고 있던 순간은
소년이 떠올리는 M의 모습 그 자체일 것이고
그 때마다 소년은 아주 조금씩 웃게 되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송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3
프란츠 카프카 지음, 권혁준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미완성 소설이라 그런지 중간 중간 이름이 틀리는 부분도 있고 카프카가 착각하고 고치지 않은 부분도 종종 눈에 띈다.

소설은 주인공 요제프K, 일명 K가 눈을 뜨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K는 평소와 다름없이 일어나 아침을 먹고 은행으로 출근하기 위해 하숙집의 가정부를 부른다.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여자가 아니라 남자 두 명이다. 그들은 상황파악이 안 된 K를 비웃으면서 K의 집에 마음대로 들어오고 심지어는 아침 식사도 빼앗아 먹는다.
K가 아무리 설명을 요구해도 그들은 핀트가 어긋나는 말만 해대며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
대화의 내용 중, 그나마 알게 된 것은 현재 K의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것. 그들은 법원의 말단 직원으로써 법원의 명령에 따라 K를 구류하고 있을 뿐이라는 거다.
K는 어이가 없다. 자신에 대한 소송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도 그 날 처음 알았을 뿐더러 누가 소송을 걸었는지도 알지 못한다. 게다가 누구도 그것이 어떤 소송인지 말을 해주지 않는다.
K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사람을 만나며 그들에게 조언을 듣는다. 하지만 명백하게 밝혀진 사실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참 이상한 소설이다 싶었다.
소송의 당사자라면 그 소송이 어떤 소송인지 누가 걸었는지 당연히 알 권리가 있는데 이 소설에서는 피고의 권리가 당연하다는 듯 묵살 당한다.

읽는 내내 그래서 K의 소송은 뭘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마지막에는 알려주겠지 싶은 마음에 끝까지 읽은 것도 있었다. 결국에는 작가한테 뒤통수를 거하게 맞고 말았지만.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한동안 멍하게 있었던 것 같다.
이상하게 슬프지는 않았다. 다만 어쩐지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K는 자신의 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참 여러 사람을 만나는데 정작 도움이 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법원의 청소부, 직원, 숙부, 변호사, 또 다른 피고인, 신부 등…….
나누는 대화 자체가 어딘가 묘하게 괴기하고 그로테스크한 느낌마저 풍긴다. 하긴, 주인공부터가 그러니.
뭔가 상황인지를 전혀 하지 못하는 어린아이를 보는 느낌이 든다.

K는 대성당에서 신부와 법과 문지기의 일화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그는 피곤함과 빨리 집에 가고 싶은 조급함에 의해 건성으로 대답을 한다.
˝허위가 세계 질서가 되어 있으니까요.˝
툭 내던지듯이.
어쩌면 그것이 카프카가 이 소설을 통해 전하고 싶은 말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맞지도 않는 옷을 억지로 끼워 넣은 듯 어색함이 느껴지던 등장인물들.
누가 기만을 하고 누가 기만을 당한 걸까.

어쩌면 기만당한 것은 아무것도 없을지도 모른다. 이 세계 자체가 허위의 질서로 이루어져 있다면.
그냥 그런 척 하고 살아가는 것일 뿐.

"당신은 죄가 없습니까?"
그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K가 말했다.
그는 이런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기뻤다.
일반인 개인에게 한 대답이라 어떤 책임도
뒤따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특히 그랬다.
아직까지 아무도 그렇게 노골적으로
물어온 적이 없었다.
그는 이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 덧붙였다.
"나는 완전히 결백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두근두근 타이완 - 지하철로 떠나는 매력 만점 타이완 여행
장은정 지음 / 비타북스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동생이 이번 여름휴가 때 타이완에 여행 간다고 사서 들고 온 책이다. 표지도 예쁘고 뭔가 감성 에세이 스타일이라 읽기 전부터, 말 그대로 두근두근 심장이 뛰었다.

사실, 나도 이 작가님처럼 타이완에 대해서는 조금도 알지 못했다. 그냥, 우리나라랑 사이가 안 좋다는 점? 그리고 한국인을 무척 싫어한다는 것. 그래서 나도 타이완에 대해서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내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한국을 싫어한다는데 굳이 내가 좋아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니 그간 쌓였던 오해를 조금이나마 풀 수 있었다.
타이완이 우리나라를 왜 그렇게 싫어했는지,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우리나라 관광객들에게 불만을 품고 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이해하고 보니까 문득 타이완에게 미안해졌다. 그냥 사과를 하고 싶었다.
아무리 우리나라가 살아남기 위해서였다고는 하지만, 어려움을 함께 헤쳐온 우방국을 등진 건 사실이니까.
우리나라가 타이완에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입장 바꿔 생각해 본다면 나 역시 타이완을 싫어했을 것 같다.

나는 보통 여행 에세이라고 해도 정보보다는 감성을 자극하는 에세이를 더 선호하는데 내 동생은 실용주의자라 그런지 여행을 떠날 예정이라 그런지, 동생이 사 온 이 책은 정보가 한가득한 정보 위주의 에세이였다.
감성을 마구마구 자극하는 표지와는 정반대라 왠지 반전매력인 듯도……. 동생 말로는 이것도 정보가 부족하다고 책을 또 산다고 하지만.

타이완 여행 책은 처음 읽어 보는데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단 한 가지였던 것 같다. 펑리수랑 훠궈 먹고 싶어……. 펑리수는 세계 과자점에서 사 먹어 봤지만 훠궈는 단 한 번도 먹어 본 적이 없다. 게다가 펑리수도 그 유명하다던 가게(이름이 기억 안남)에서 사 먹고 싶다.

여행 에세이를 읽고 나면 아름다운 여행지보다는 음식이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 먹고 싶은 음식이 나날이 쌓여 간다. 나도 여행가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상한 북클럽
박현희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랜만에 읽는 청소년 소설. 아니, 오랜만은 아닌가. 최근에도 고전부 시리즈를 읽었으니까. 어쨌든 오랜만에 읽는 <한국 청소년 소설>이다.
사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별 다른 건 없고 그저 책과 카페, 독서토론이라는 주제가 내 마음에 들었던 것뿐이다. 각각 개인적인 사정이 있는 아이들이 북클럽을 계기로 서로의 마음을 돌아보고 치유를 한다는 스토리인 건 읽고 나서야 알았다.

어른들은 항상 아이들의 고민을 하찮은 것 취급하고는 한다. 친구들과 다툰 일, 숙제를 하지 않아 선생님에게 혼을 나게 생긴 것, 학원을 빠지고 다른 곳으로 놀러간 것 등.
어찌 보면 나이가 들어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해결을 하는 어른들의 눈으로 보기에 조금만 손을 내밀면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줄 이들이 주변에 상재하고 있을 아이들의 고민 따위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일 것이다.
어차피 아이들은 잊는 것도 빠르니까 상처도 덜 받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당장에 그 문제가 당사자들에게 얼마나 커다란 아픔을 주는지는 하등 관심도 없다.

수상한 북클럽에는 네 명의 아이들이 나온다.
각자 나름의 고민을 안고 있는 아이들. 콤플렉스와 미래에 대한 불안, 칼날과도 같은 마음의 상처를 갖고 초반에는 다소 삐딱하게 카페 숨ː의 문을 두드린다.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그저 시간 때우기 요량으로 시작한 첫 만남. 날을 세우면서 삐걱 거리던 네 사람의 관계는 수북의 모임을 더해가면서 천천히 아귀를 맞춰가기 시작한다. 다소 서툴게.

만약 이 네 명 중 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정해 놓고 그 사람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면 또 어떨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소설은 네 명을 화자로 내세워서 각각의 시선으로 자신들이 겪어야 했던 아픔을 이야기한다. 어쩌면 책이라는 매개체 덕분에 쉽게 말문을 열 수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쉬운 건 아니었겠지만 책과 토론, 이야기를 들어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아이들의 마음을 녹여 주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책을 좋아한다고 해서, 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 자신의 문제에 급급해 도대체 책이 무슨 도움을 준다고? 화를 내며 던져 버린다 해도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도움이 필요한 그 당시에 당장 그 책이 도움을 줄 수는 없을지라도 한 권 두 권 읽어간 책은 분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음을 만들어 준다고 확신한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움보다는, 그 문제를 직시할 수 있는 마음, 설령 실패를 하더라도 좌절하지 않는 용기, 입장 바꿔 생각할 수 있는 배려를 가르쳐 주는 것이 더 멋있지 않나?

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도 자신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다만, 이 수북 모임을 통해 조금씩 성장해가며 자신의 마음을 올바르게 직시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용기를 얻었다는 것뿐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본다.

수상한 북클럽에는 아이들이 1년 동안 읽은 책 이외에도 주인장의 편지에서 나오는 여러 책들이 있다. 그 모든 책 중에는 내가 읽은 책도, 제목은 알지만 읽지 않은 책도, 읽지도 않았고 제목도 모르는 책들도 있었다.
여기 나오는 책들을 전부 읽고 수북을 읽었다면 또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모르겠다. 아마 더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이번에는 그러지 못했으니까 그건 작은 아쉬움으로 남겨두고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여기 나오는 책들을 전부 읽어보고 싶다.

느긋하게 책을 읽는 것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듯 읽는 것도, 자신의 취향만 고집하며 읽는 것도, 공부를 하듯 유익한 책만 읽는 것도, 책을 읽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무언가를 마음속에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는다는 건, 그 자체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저녁에는 수북 멤버들이 모두 모여
송별회를 하느라 카페 숨ː이 북적거렸다.
오늘 아침까지는 주인장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나 혼자다.
공연히 감상에 빠져서 한참을 앉아 있다가
책꽂이에서 책을 한 권 뽑아들었다.
몇 페이지 읽다가, 갑자기 생각났다.
항상 책을 읽고 있던 주인장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마존의 오두막에서 책을 읽고 있을
노인의 모습도 떠올랐다.
아, 외로움이었구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피그말리온 아이들 창비청소년문학 45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것이 있다. 타인의 기대나 관심으로 일의 능률이 좋아지는 현상이다. 처음에는 생각없이 봤다가 초중반쯤에서야 왜 제목이 피그말리온 아이들인가 깨달았다.

육지와 고립된 한 섬이 있다. 섬에 있는 주민들도 고작 노인 몇 명. 그런 섬에 어느 정신 나간 부자가 학교를 설립한다. 많은 이들이 그 학교에 대해 알아내려 하지만 소문만 무성할 뿐 그 누구도 학교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이 상상을 바탕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초반부에는 딱히 별다른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한다. 로젠탈 스쿨은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며 좋은 말로 자존감을 높여 주고 여러 가지 직업 체험으로 선택권도 넓혀 준다. 돈을 내지 않아도 성심성의껏 가르쳐주는 친절한 선생님들이 존재한다. 그것만 봐서는 다른 학교보다 좋은데? 하고 느껴질 정도였다. 어딘가 꺼림칙한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남에게 관심 없는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치고 남았을 거다.

주인공인 마는 다큐멘터리 PD이다. 과거에 한 학생을 외면했던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는.
마는 다큐멘터리 취재를 위해 로젠탈 스쿨로 향하게 되고 처음부터 학교 안에서 느껴지는 위화감을 발견한다. 마는 취재와는 별도로 학교에 대해 조사를 하게 되고 그러던 중 카메라맨, 곽이 어떤 장면을 찍게 된다.
점점 두 사람을 조여오던 기묘함이 그 사건 이후로 현실이 되어 둘을 위협하게 되고 꼼짝없이 섬에 갇힌다.

표정이 없는 아이들, 알게 모르게 악의를 내비치는 선생들, 머리 한 구석을 띵하게 만드는 알 수 없는 긴장감.

보통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하면 좋은 의미로 많이 쓰인다. 그러나 다른 면에서 생각해 보면 인간은, 하물며 한창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은 말하는 대로 바뀌는 인조인간도 아닌데 사람들은 종종 그것을 잊어버리고는 하는 것 같다.
너를 사랑해서 그렇다는, 어떻게 보면 다분히 이기적인 한 마디로 자신의 아이들을 벼랑 끝에 내몰고는 한다.
사람은 자유롭게 생각을 하고 누군가를 사귀며 자신이 원하는 행동을 할 수가 있다. 가끔씩 분노 표출을 해주어야 마음껏 웃을 수 있다.

피그말리온 아이들을 보면서 현재 우리 사회에서 어른들이, 자신이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범하는 작은 오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작은 오류가 결코 작지 않다는 것도.

개인적인 관점으로 마지막이 살짝 아쉽다는 것 빼고는 화장실 갈 생각도 잊어버린 채 정신없이 읽을 만큼 정말로 재미있는 책이었다. 다 읽고 나서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대박! 하고 외칠 만큼.

"글쎄요."
피식 웃음을 터뜨리는 듯한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는데,
언뜻 스팀다리미가 끓기 시작하는
소리와도 닮아 불분명했지만 마는 그것이
체념의 웃음소리라고 믿고 싶지 않았다.
"왜 이런 짓을 할까. 저도 잘 모르겠네요.
생각 안 해 봤어요."
모르겠다, 모르겠으나 일단 손대고 있다는 사실만큼
본성에 가까운 행위는 없었다.
그것이 전후 사정과 이익 관계를 재단하는 데
익숙했던 마와 다른 어른들과 다른 점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