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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북클럽
박현희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평점 :
오랜만에 읽는 청소년 소설. 아니, 오랜만은 아닌가. 최근에도 고전부 시리즈를 읽었으니까. 어쨌든 오랜만에 읽는 <한국 청소년 소설>이다.
사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별 다른 건 없고 그저 책과 카페, 독서토론이라는 주제가 내 마음에 들었던 것뿐이다. 각각 개인적인 사정이 있는 아이들이 북클럽을 계기로 서로의 마음을 돌아보고 치유를 한다는 스토리인 건 읽고 나서야 알았다.
어른들은 항상 아이들의 고민을 하찮은 것 취급하고는 한다. 친구들과 다툰 일, 숙제를 하지 않아 선생님에게 혼을 나게 생긴 것, 학원을 빠지고 다른 곳으로 놀러간 것 등.
어찌 보면 나이가 들어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해결을 하는 어른들의 눈으로 보기에 조금만 손을 내밀면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줄 이들이 주변에 상재하고 있을 아이들의 고민 따위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일 것이다.
어차피 아이들은 잊는 것도 빠르니까 상처도 덜 받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당장에 그 문제가 당사자들에게 얼마나 커다란 아픔을 주는지는 하등 관심도 없다.
수상한 북클럽에는 네 명의 아이들이 나온다.
각자 나름의 고민을 안고 있는 아이들. 콤플렉스와 미래에 대한 불안, 칼날과도 같은 마음의 상처를 갖고 초반에는 다소 삐딱하게 카페 숨ː의 문을 두드린다.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그저 시간 때우기 요량으로 시작한 첫 만남. 날을 세우면서 삐걱 거리던 네 사람의 관계는 수북의 모임을 더해가면서 천천히 아귀를 맞춰가기 시작한다. 다소 서툴게.
만약 이 네 명 중 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정해 놓고 그 사람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면 또 어떨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소설은 네 명을 화자로 내세워서 각각의 시선으로 자신들이 겪어야 했던 아픔을 이야기한다. 어쩌면 책이라는 매개체 덕분에 쉽게 말문을 열 수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쉬운 건 아니었겠지만 책과 토론, 이야기를 들어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아이들의 마음을 녹여 주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책을 좋아한다고 해서, 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 자신의 문제에 급급해 도대체 책이 무슨 도움을 준다고? 화를 내며 던져 버린다 해도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도움이 필요한 그 당시에 당장 그 책이 도움을 줄 수는 없을지라도 한 권 두 권 읽어간 책은 분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음을 만들어 준다고 확신한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움보다는, 그 문제를 직시할 수 있는 마음, 설령 실패를 하더라도 좌절하지 않는 용기, 입장 바꿔 생각할 수 있는 배려를 가르쳐 주는 것이 더 멋있지 않나?
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도 자신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다만, 이 수북 모임을 통해 조금씩 성장해가며 자신의 마음을 올바르게 직시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용기를 얻었다는 것뿐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본다.
수상한 북클럽에는 아이들이 1년 동안 읽은 책 이외에도 주인장의 편지에서 나오는 여러 책들이 있다. 그 모든 책 중에는 내가 읽은 책도, 제목은 알지만 읽지 않은 책도, 읽지도 않았고 제목도 모르는 책들도 있었다.
여기 나오는 책들을 전부 읽고 수북을 읽었다면 또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모르겠다. 아마 더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이번에는 그러지 못했으니까 그건 작은 아쉬움으로 남겨두고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여기 나오는 책들을 전부 읽어보고 싶다.
느긋하게 책을 읽는 것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듯 읽는 것도, 자신의 취향만 고집하며 읽는 것도, 공부를 하듯 유익한 책만 읽는 것도, 책을 읽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무언가를 마음속에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는다는 건, 그 자체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저녁에는 수북 멤버들이 모두 모여 송별회를 하느라 카페 숨ː이 북적거렸다. 오늘 아침까지는 주인장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나 혼자다. 공연히 감상에 빠져서 한참을 앉아 있다가 책꽂이에서 책을 한 권 뽑아들었다. 몇 페이지 읽다가, 갑자기 생각났다. 항상 책을 읽고 있던 주인장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마존의 오두막에서 책을 읽고 있을 노인의 모습도 떠올랐다. 아, 외로움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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