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로직 인간의 매직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대담한 가설은 굉장히 신선하고 또 흥미로울 수 있다. 하지만 대담한 만큼 극단적이고, 비판의 여지를 많이 가지고 있기도 할 테지.

  '과유불급'이란 그런 것이다. 지나치면, 안하느니만 못하게 된다. 결국 오랜 시간을 견디고 정설로 자리잡아가는 가설이란, 둥글게 둥글게 많은 현상을 포용하는 누군가의 생각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다 좋다니 이거 뭐 어쩌라는 거야, 싶을 수도 있지만. 큭큭.)


  그런데 그 대담성이 어떤 상황에 한정지어 발휘된다면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일 수 있다. 짧은 시간에 관중을 웃겨야 하는 개그 프로그램을 생각해보자. 그들은 지나치게 똑똑하거나 지나치게 어리석다. 그 중간에 있는 어떤 평범함은 눈에 띄지도 못하고 오히려 '극단'을 빛내줄 뿐이다.

  대담한 설정을 소설에 적용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소설 속 세계에서만 적용되는 세계관을 작가와 독자가 합의한 다음 그 안에서 논리성을 구축할 수도 있고, 작가는 합의되지 않은 속임수를 독자에게 슬쩍 던져둔 다음 숨어있던 트릭을 발견하게 만들어 의외성을 만나게 할 수도 있다. 혹은, 독자와 합의하지도 않고 또 속이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꺼내어 든 '조커'는 순간 독자를 움찔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니시자와 야스히코는 일상 미스터리 속에 대학생들의 '명정'추리의 맛을 한껏 느끼게 하는 '닷쿠 & 다카치' 시리즈도 물론 있지만, SF적인 설정 본격 미스터리에 도입하는 '변칙 본격 미스터리'로서 꽤나 알려져 있는 듯하다. 가장 먼저 국내에 출간된 작품이 <일곱 번 죽은 남자>인 것을 봐도 '일곱 번 죽는' 독특한 설정을 엿볼 수 있듯이 말이다. 이번에 읽은 <신의 로직 인간의 매직>은 그에 비하면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좀처럼 짐작하기 어려우면서도, '신의 로직'이라는 용어에서 인간의 논리를 초월하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리고 그 초월성에 대항하는 '인간의 매직'은 무엇일까? 어떤 매직 같은 걸 끼얹나?




  그래도 역시 변칙 '본격' 미스터리의 귀재답게, 상황 설정은 본격을 떠올리게 하는 맛이 있다.

  여섯 명의 학생과 세 명의 직원이 Y자 모양의 교사(校舍)에서 생활하는 상황. 학교는 육지 속의 외딴 섬처럼 일직선으로 길게 뻗어 있는 길을 따라서만 벗어날 수 있고, 교사의 뒤편에는 악어들이 들끓는 늪이 있다. 클로즈드 서클이다.

  철저히 직원들에게 통제받으며 생활하는 여섯 명의 학생 중 이 소설의 화자는 '마모루'라는 일본인 학생이다. 그는 학교에 있는 다른 학생들에게 나름대로 별명을 붙이며 그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있다. 그들은 오전에는 기본 소양 교육을 받고, 오후에는 조를 이루어 어떤 상황에 대한 답을 추리해가는데, 이 때 학생들이 주고받는 대화는 '닷쿠 & 다카치 시리즈'에서의 패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라, 본격은 본격인데 이 상황에서 사건이 좀처럼 벌어지지 않잖아! 라는 것은, 클로즈드 서클에서 '누가, 어떻게'가 아닌 '왜'를 찾아가야 할 시점임을 암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당연하게도, 독자들은 이런 의문을 품게 될 것이다. '도대체 이 학교는 어떻게 생겨먹은거야?' 마모루의 입을 통해 알게 되는 학교 사정 역시 미심쩍은 부분이 하나 둘 드러나게 되고, '추리 게임'을 통해 늘 다양한 상황이 '왜' 이루어졌는지 추측하는 훈련을 하는 학생들 역시 나름대로의 답을 찾아가고 있는 듯하다. (나름대로 열심히 추리하고 있었는데, 내 추리가 일찌감치 드러나 틀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큽..ㅠㅠ) 그러던 중 '신입생'이 새로 입학하게 되면서 학교의 공기가 미묘하게 바뀌기 시작한다. 그리고 벌어지는 살인.



  이 학교는 도대체 왜 만들어진걸까? 이 학교의 학생들은 무엇을 위해 이런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인가? 각자의 논리로부터 추리한 학교의 정체는, '매직'. 마술사의 재빠른 손놀림이 불러일으킨 속임수일지, 마법사의 어떤 주문일지, '매직'의 정체는 직접 확인하시길 바란다.





그래. 억지지. 하지만 마모루, 우리 인간은 자신이 믿는 것만 사실로 인정해. 설령 그것이 거짓이더라도 말이야. 아니, 극단적으로 말하면 이 세상 모든 것은 다 거짓이야. 거짓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전부 환상이라고 바꿔 말해도 돼._p.74



스텔라, 네 이름은 스텔라 나미코 델로즈야. 지금 열한 살이고 부모님과 함께 개선문이 보이는 파리의 아파트에 살아._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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