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의 착한 빵 - 브레드홀릭's 다이어리 Breadholic's Diary
스즈키 모모 지음, 김정연 옮김 / 테이크원 / 2013년 1월
절판



사실 빵 뿐만 아니라 밀가루 음식을 전반적으로 포함하는 거지만, 나는 밀이라는 곡식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밀가루 음식을 좋아한다. 살이 찌지만 어쩔 수 없다.ㅠ_ㅠ 빵 역시 내가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음식 중 하나. 하지만 그래도 역시 저녁으로 빵을 먹는 것은 꽤 힘든 것이, 아침이나 점심을 빵으로 때우면 저녁이 기다리고 있다 싶지만, 저녁에 빵을 간단하게 먹고 있노라면 포만감보다는 '아 그래도 밥을 먹어야겠는데'라는 허전함이 몰려든다. 그런 걸 보면 어릴 때부터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한국이라는 땅 위에 살면서 이 땅에서 나는 채소와 쌀을 먹으며 살아왔던 오랜 식성은 한 개인의 취향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서양 사람들이 밥을 먹지 않고 다른 음식들로만 식사를 하는 걸 보면서도 와 저렇게 하면 배가 부른가? 싶으면서도 그들은 아마 그게 너무 당연하게 느껴질 테니까.

그렇다고 해도 이게 내가 정말 잘 알지도 못하면서 모르는 대로 속 편하게 지내고 있다는 걸, 서양의 음식 문화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그저 겉핥기식으로만 알고서 빵을 그저 빵 그 자체로 먹는 걸로 끝이 아니라는 걸, 빵 말고 다른 음식도 다양한 조리법으로 먹고 있다는 걸, 우리가 쌀밥만 먹는 게 아니라 반찬도 먹듯 그들도 그럴 것이라는 걸 새삼스럽게 깨우치게 해 준 책이 있으니 바로 <모모의 착한 빵>이다. 그러나 함정이 있으니 이 책은 '일본인'이 쓴 책이다(...). 한국에선 이런저런 걸 먹어요, 라고 내가 간략하게나마 이야기할 수 있듯 빵으로 하는 식사는 이러저러해요, 하는 프랑스나 독일에 사는 현지인이 아니라니!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한 곳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빵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기도 하다.


그러고보면 일본은 참 일찍부터 카페나 베이커리가 꽤 많이 발달했던 것 같은게 제빵 기술을 배우러 일본에 유학을 가는 사람도 있고 <서양골동양과자점> 같은 만화책이 일찌감치 등장해서 파티셰가 만드는 수많은 디저트류를 보며 군침을 흘렸던 걸 생각해 봐도 그렇다. 일본이 적극적으로 서양 문물을 받아들였던 역사와 거기에서 출발한 게 아닐까 싶은 사회에 깔려있는 탈아시아에 대한 열망(ㅋㅋ)이 조금 느껴지는 대목일 수도 있는데, 그래서인지 확실히 내가 살고 있는 곳보다는 다양한 빵의 종류를 만나볼 기회도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서울은 어떤지 제가 물정을 몰라요..ㅋㅋ) 부슈 드 노엘이 도대체 뭐냐고요!ㅋㅋ 그냥 저기 파리에 있는 바게트라고 주장하는 빵집에서 나오는 정도로만, 어쩌다 가끔 케이크를 이것저것 먹는 정도로는 감히 빵순이라 하기도 좀 그렇다. 나는 내가 여태까지 빵을 무지하게 좋아하는 빵순이인 줄 알았는데.




'나에게 대체 빵은 무엇일까? 애인일까?'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스스로 완벽하게 납득할 수 있기 때문에 언제나 이렇게 대답합니다. '빵은 애인입니다.'_p.7




그렇게 나의 무릎을 꿇게 만든 저자의 빵 사랑은 정말 대단할 정도다. 나는 빵이 애인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단 말이다. 하긴, 그 정도이니 빵을 소개하는 책을 만들 생각도 하겠지 싶기도 하다. 일러스트레이터이기도 한 저자는 전공을 살려 다양한 빵들과 빵과 함께 먹을 수 있는 요리들을 일러스트로 보여주는데, 색연필로 그려낸 빵들은 실물을 사진으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근데 그걸 무슨 느낌이라고 말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으니 일단 패스하는 걸로.


마지막 챕터에 간단한 홈 베이킹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사실 그 이전부터 빵들의 이름과 함께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요리법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고 있다. 그래, 이렇게 먹으면 배가 부르겠구만! 하고 내가 빵을 먹으면 먹어도 여전히 배가 고픈 이유를 알아차리고야 말았으니, 그렇다, '귀차니즘' 때문인 것이었다(...). 그래도 귀찮아서 밥과 반찬만 간략하게 냉장고에서 꺼내와도 밥은 배가 부르잖아, 하고 애써 자기합리화를 해 보지만 글쎄?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이 갔던 챕터는 역시 나라별로 다양한 빵을 소개해 주는 부분이었다. 유럽에서 건너간 빵들을 미국식으로 정착시킨 미국 빵─정말 좋아하는 베이글이 미국 빵인 걸 처음 알았다─, 바게트도 알고보니 종류가 다양했던 프랑스 빵, 밀 보다는 호밀을 주로 재배해 호밀빵이 많은 러시아 빵 등등 우리도 익히 잘 알고 있는 빵에서부터 잘 몰라 낯선 빵까지 언젠가는 한 번 먹어보고 싶어지는구나.


다음 번에는 한 번 시도해 봐야지. 이 빵을 어떻게 먹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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