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총사 1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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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익숙하게 쓰고 있는 단어가 온전히 순 우리말이리라 믿고 있었는데 홀연히 덮쳐오는 그 단어의 진실ㅡ외국어에서 파생된 외래어라거나, 알고보니 한자어라거나!ㅡ은 나를 굉장히 놀래키곤 한다. 그런 단어가 뭐가 있었나 찾아보니 방금 이야기한 '홀연히' 역시 한자어다. 막상 이렇게 쓰고 계속 '홀연', 하고 되뇌어보니 한자어 같기도 하다. 쓰고 보니 재미가 없다.

 

뿐만 아니라 관용어구로서 그 말의 유래를 그다지 생각하지 않고 마구 써 대는 단어 역시 그 유래를 파고 들어가보면 상당히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다. '어처구니' 같은 게 있는 것 같은데 또 막상 쓰려니 생각이 하나도 안 나기 때문에 넘어간다. 그냥 하려고 하던 이야기나 마저 하도록 하자.

그러니까 아무 생각 없이 쓰고 있는 단어가 알고 보니 유래가 내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 있더라, 그걸 뒤늦게 알고 나니 참 충격적이더라, 나는 이제서야 이 단어가 이런 뜻이었다는 것을 부끄럽게도 고백할 수 밖에 없는데, 바로 그 단어는 '삼총사'다.

 

삼총사.  우리는 세 명이 뭉쳐 다니는 것을 보고 주로 '삼총사'라는 단어로 그들을 지칭하곤 하는데, 거기서 파생되어 다섯 명이 '오총사', 네 명이 '사총사' 그래서 뭐 가요계의 사총사가 어쩌고저쩌고 등등의 이야기를 심심찮게 듣곤 한다. 그럼에도 그 단어가 어째서 '삼총사'인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어린 시절 이야기를 무성히 듣기만 했지 정작 읽어보지도 내용도 하나도 모르는 뒤마의 '삼총사'라는 소설의 제목 역시 '삼총사'라는 우리 말의 관용 어구에서 세 명이 나오니 갖다붙였겠거니 했다. 왜 다르타냥까지 네 명인데 사총사가 아니라 삼총사인가에 대한 의문은 있었지만, 왜 '삼총사'라는 단어가 쓰였는지, 상상조차 못 했는데...

 

 

그건 바로 뒤마의 소설 그 자체가 '삼총사'였기 때문이다. 으아니 이럴수가. 세 명의 총사(銃士)가 모여 삼총사(三銃士)라니. 뭔가 완전히 속아넘어간 듯한 이 쎄한 느낌은 무엇인가.

 

뭐 어쨌든, 그 속아 넘어갔다기 보다는 나의 무식을 뽐내는;; 짓은 그만두고 그 뒤마의 <삼총사>의 완역본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어린 시절 아라미스가 알고보니 남장여자였다는, 일본스럽다면 참 일본스러운 진실을 녹여낸 애니메이션이 방영되기도 했다는데 난 솔직히 그마저도 안 봤고, 어린 시절에는 언제나 꽂혀 있는 삽화와 함께 읽을 수 있는 초등학생을 위한 축약본 전집 속에서도 분명히 <삼총사>가 있었는데 그마저도 읽지 않았다. 그래서 맨날 뭔지도 모르고 삼총사 삼총사 하던 그 단어가 진정으로 등장하는 다르다냥과 세 명의 총사의 이야기를 이제서야 만나게 된 것이다.

 

 

시골에서 총사대장 트레빌 씨의 추천을 받기 위해 파리로 상경하는 청년 다르타냥은, 그 와중에도 '밀레디'라고 불린 여자와 자신의 소개장을 훔쳐가버린 '어떤 남자'와 마주치며 휩싸이기 쉽고 앞뒤 물불 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자신의 성품을 온전히 드러내 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래서 여차저차 도착한 총사대장 트레빌의 저택에서도, 나서기 좋아하는 그 성정 덕인지 '삼총사' 아토스, 포르토스와 아라미스와 사사건건 부딪히며 결투를 하게 되고, 그 중에 다르타냥의 의리와 성격을 알게 된 삼총사는 그를 진정한 동료로 맞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그들과 추기경의 계획을 저지하거나 추기경 측에 속한 막강한 악당 밀레디와의 대립을 주요 줄기로 삼아 다르타냥과 삼총사의 모험을 그려내고 있는 소설이다.

 

 

완역본이라함은 원전 그대로를 맛볼 수 있다는 메리트와 더불어, 대략적인 이야기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 세세하게 파고 들어감에 따라 지루함 혹은 그 이상의 재미를 안겨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나는 이들에 대한 정보라고는 등장인물이 다르타냥과 삼총사라는 것 밖에 없었으니 솔직히 좀 긴장했다.

무려 두 권으로 분권되어 이걸 어찌 읽을까! 했지만 의외로 잘 읽힌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해보자면, 읽는 재미에 날이 새는 줄 모르고 줄줄 읽었다. 무려 1000페이지에 달하는 두 권의 내용을 3일만에 다 읽었다면 말 다했지. 밤에 침대에 누워 책을 슬슬 넘기고 있다보면, 쉴새없이 이어지는 다르타냥과 삼총사의 모험에 함께 녹아들어 그 재미가 상당히 쏠쏠했다.

 

모험을 그리고 있는 이야기를 읽거나 보고 있노라면 뭔가 사건이 그다지 큰 개연성도 두서도 없이 불쑥불쑥 등장하고는 주인공들이 거기에 휘말려들어간다거나 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삼총사 역시 그 전형적인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그래서 흐름을 크게 놓칠 일도 없기에 부담없이 마음 편하게 술술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확실히 대립되는 두 세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마냥 다르타냥의 편에 서서 밀레디라는 악랄한 여인네를 어찌 처치하게 될 것인가, 하는 궁금증을 해소해가며 읽는 재미가 있다.

악당은 쉽사리 죽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주인공들에게 당하고 또 당하면서도 또 되살아나서는 음모와 책략을 꾸미기 마련이다. 덕분에 아름다운 외모지만 속은 시커멓기 짝이 없는 그녀의 책략에 속아넘어가는 이들을 보면서, 독자는 다 알고 있으니까 답답하다 하면서도 끝내 그 최후를 지켜보고 말겠다는 열의를 불태워주는 것이다.ㅎㅎ

 

 

 

어쨌든 그러한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는 <삼총사>는 실은 그 등장인물들 자체가 제일 재미지다.

앞서 말했듯 등장하면서부터 불같은 성격을 마구마구 드러내며 아무에게나 결투를 신청하는 무대포 청년 다르타냥이나, 언제나 과묵함을 좋아해 하인마저 말을 안 시키는 아토스나 성직자를 꿈꾸며 총사대에 머물고 있는 아라미스, 그리고 고리대금업자의 부인을 유혹해 이런저런 비용을 마련하는 포르토스 등 이들은 언제나 훌륭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 재미가 있다. 쾌남 보다는 허세에 가까운 등장인물이라고나 할까.

툭하면 번 돈을 도박에 고스란히 쏟아부어 네 명이 돌아가며 식사 초대를 받아 허기짐을 해결하거나, 방세가 밀려 찾아온 집주인의 부인에게 반해버리는 이 비도덕성(실은 그 정도는 아니다. 말이 그렇다는 것.ㅋㅋ 게다가 뒤마 역시 부가설명으로 당시의 도덕관은 지금과는 다를것이라 그러더라.)! 쉽사리 휩싸이는 기분파의 이 친구들은 실은 그런 점들 때문에 두 권에 이르는 모험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상당히 촌스럽다면 촌스럽고 클래식하다면 클래식이라 할 수 있는 삼총사는 함께 실려있는 삽화 역시 그 점을 한껏 뽐내고 있는데, 모험 소설이자 대중이 선택한 고전 답게 마냥 그 재미를 따라가며 읽기에는 좋을 것 같다. 이미 어린 시절 친숙했던 삼총사를 조금 더 다른 모습과 함께 만나보는 것도, 나처럼 '삼총사'가 왜 '삼총사'가 되었는지를 생각해보며 읽어보는 것도 꽤 즐거운 일일 것 같다. 이런 모험 소설이 여전히 내 맘을 설레게 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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