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파더
이사카 고타로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뮤지컬이자 뮤지컬 영화로도 제작된 <맘마 미아!>는 실은 ABBA의 노래를 바탕으로 각색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너무 유명한 이야기다.

그리스 지중해의 외딴 섬에서 낡은 호텔을 운영하며 살아가고 있는, 아마추어 그룹의 리더싱어로서의? 과거를 그리워하는 도나와 그의 딸 소피.

남자친구 스카이와의 결혼식을 앞두고 우연히 어머니의 일기장을 발견한 소피는, 자신의 아버지 후보가 세 명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팜므파탈의 매력을 뽐냈던 도나는 모른 채 그녀의 옛 남자들이 한날 한시, 같은 섬에 모이게 되는데.....

 

라는 것이 대략적인 줄거리.

 

이사카 코타로의 <오! 파더>의 대략적인 줄거리를 본 순간 든 생각이 바로 오, 이런!

아들 하나에 아버지가 넷이라니. 그들의 어머니이자 아내 되시는 분, 어마어마한 매력의 소유자로 추정된다.

 

 

 

 

우리 집 사정을 알면 내가 너무 존경스러워서 날 유키오 님이라고 부를 거다.

-p.12

 

왜 우리의 주인공에게 너무 존경스러워서 유키오 님이라고 불러드려야 하는가, 그는 한 집에서 네 명의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다.

양다리도 아닌 무려 네 다리를 들키지도 않고 연애를 이어왔던 유키오의 어머니 토모요는, 나중에 그 사실이 들통났을 때 왜 숨겼냐는 추궁에 이렇게 대답했다.

 

'안 물어봤잖아.'

 

오오, 이 분, 상당한 포스에 어마어마한 매력을 가지고 계신 듯하다.

그렇게 네 다리가 들통난 것은 바로 유키오가 생겼기 때문인데, 누가 정확히 아버지인지는 알 수 없으나 차마 그녀와 헤어질 수 없다며 네 명의 남자는 한 지붕 아래에서 함께 살아가기로 합의를 본다.

그렇게 유키오는, 진짜 '생물학적' 아버지를 DNA 검사를 통해 가려낼 수도 있을 법하지만 네 명의 아버지가 모두 상처받은 표정에, 다들 자기 닮았다며 하도 주장해대는 통에 그래, 그렇게 네 명의 아버지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 아버지들, 네 명이 각기 얼마나 개성이 있는지.

 

 

 

 

언제나 자전거를 타고 도박장을 어슬렁어슬렁 걸어다니는 타키 씨, 늘 책을 읽고 있으며 박식함을 자랑하는 사토루 씨, 수려한 외모에 여자를 끌어당기는 태생적인 바람둥이이지만 유키오의 아버지로 살고 있는 아오이 씨, 그리고 중학교 체육 교사이자 커다란 덩치를 자랑하는 이사오 씨 까지.

 

 

아무튼 말이지, 유키오가 뭐든 다 잘하는 게 난 참 이상했었는데 드디어 알았어.

유키오는 아버지가 넷씩이나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물려받은 거야. 그렇지?

-p.53

 

 

 

 

네 명의 아버지에게 각기 개성을 물려받은 유키오는 그렇게 아버지들과 함께 아옹다옹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세 명의 '우엉 남자'들에게 둘러 싸여 삥(?)을 뜯기고(?) 있던 중학교 시절 동창을 만나고, 도그 레이스에서 우연히 '가방 바꿔치기'의 현장을 목격하면서 유키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언제나, 아들이 위험에 처하면 구해주러 달려오는 아버지'들'이 있었으니, 오! 파더, 부디 이 아들을 보살펴주시길ㅡ.

 

 

 

희한한게, 작가의 작품 세계를 굳이 분류하기도 하나보다. 이사카 코타로 역시 그의 작품이 <골든슬럼버>를 경계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스타일'이 달라지면서 제1기 그리고 제2기로 나뉘는 듯하다. 책 마지막의 작가 스스로가 이런 호칭이 굳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런 측면에서 이 <오! 파더>는 제1기의 마지막 작품이 될 것 같다,라고 이야기한다.

책으로 출간된 것은 <골든슬럼버>가 앞서지만, 그의 첫 신문연재작을 책으로 엮었다고 하는 만큼 시기적으로도 그렇게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들과 네 명의 아버지라는 설정, 까칠한 듯 툭툭 내뱉는 유키오의 말투와 성격 등이 소소한 일상을 귀엽게 그려내고 있을까, 그런 기대가 머리를 살며시 내민다.

하지만 출생의 비밀이 끝내 밝혀진다거나 하는 일상의 자그마한 해프닝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어머니가 핸드폰을 두고 출장을 떠난 사이, 큰 사건에 휘말린 유키오는 인질로 잡혀 감금당하는 상황에 놓이고, 아버지들은 머리를 맞대 그를 구하기 위해 고심한다.

 

선거, 도그 레이스, 은밀한 가방 교환, 어린 시절 마스미 그리고 아버지들과 주고받았던 수신호 등 그저 소품의 하나로 보였던 모든 것들이 알고보니 미리 흩어두었던 퍼즐 조각이었던 데다가, 그 조각들은 이사카 코타로 특유의 전개에 따라 결말을 향해 달려가면서 조각들은 하나 둘 끼워맞추어지기 시작한다. 그래, 역시 이사카 코타로,였던 것이다.

 

 

 

맘마미아! 하고 외치지 않을까 라는, 너무 비슷한 설정에서 비롯된 것은 역시 나의 기우였나보다.

확실히 <골든슬럼버> 이후의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과 달리 개성이 확실한 등장인물들이 일상 속을 배회하며 해프닝이 벌어진다는 것은 역시 그 이전의 이야기 스타일과 흡사하다.

음모론을 기반으로 킬러와 정치인들이 등장해 거대한 기업이 배후에 있다더라, 하는 식은 분명히 아니니까.

오히려 네 아버지들이 툭툭 내뱉는 말은, '명랑한 갱들'과 '집오리와 들오리'의 그것과 비슷한 것이, 그렇게 많이 읽은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사카 코타로의 옛(?) 작품들을 읽는 기분이 들곤 했다.

 

 

 

그러나 마지막 클라이막스에 다다를수록 스케일은 커져만 간다. 흩어졌던 퍼즐 조각들이 끼워맞추어지면서 그야말로 만화적인 상황이 연출된다. 덕분에 좀 벙찌면서 이게 뭐야, 말도 안 돼,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이미 네 명의 아버지가 한 여자를 두고 사이좋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서부터 말이 안 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거짓말을 기가막히게 잡아내고, 생체 시계는 언제나 정확한 누군가도 있는데 뭐. 이 정도는 관대하게 눈 감아 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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