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스의 라이벌들
아서 코난 도일 외 지음, 정태원 옮김 / 비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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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가 「모르그 가의 살인」으로 미스터리, 혹은 탐정소설, 혹은 범죄소설이라는 장르를 '발명'한 뒤로, 미스터리는 꾸준히 발전해 왔다.

그것이 점차 세분화되기 시작하면서 탐정소설, 하드보일드, 스릴러 그리고 미스터리 천국이라 불러주고 싶은 일본에는 무려 본격과 신본격, 그리고 사회파라는 말까지 곁들여가며 세분화되기에 이른다. 벌써 본격적으로 미스터리가 출발한지도 100년이 넘은 지금, 어느샌가 어린 시절을 즐겁게 했던 셜록 홈스와 탐정 푸와로, 미스 마플 등은 '고전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고, 어느샌가 숱하게 고전 작품들이 후세의 소설에 언급되고 인용되는 것처럼 미스터리 역시 '고전'의 재해석 및 인용이 작품 속에 등장해 그들을 '찾아 읽어봐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ㅡ참으로 큰일이다. 안 그래도 읽을 작품이 산더미같건만! 게다가 일본 미스터리는 그들 나름대로의 계보를 따라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오르고 있는 작품들이 속속들이 눈에 띄고 있으니, 다 챙겨보리라 과욕을 부리다보면 지갑이 거덜날지도 모른다. 이를 느낀 게 요네자와 호노부의 <인사이트 밀> 그리고 <덧없는 양들의 축연>이다. 다독가임이 틀림없는 작가의 추천을 받아보고 싶다면 한 번 읽어보시길(개인적으로 실패의 쓴맛도 맛봤습니다만.).









어쨌든, 지금도 영미권의 스릴러와 일본의 미스터리는 인기를 과시하고 있고, 미스터리라는 장르에 대한 인기는 갈수록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어가면서 '북유럽 스릴러'가 각광을 받고 최근에는 독일의 스릴러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런 추세에도 종종 주변에서 왜 사람 죽이는 소설을 읽냐는 질문을 하면 나는 참 안타까워진다. 그들은 그 미스터리의 즐거움을 모르는 것이다.

 

 

미스터리를 즐겨 읽는다면, 누구에게나 그 '출발점'은 있다. 아무리 그래도 역시 세계적인 탐정은 셜록 홈스였는지 나 역시 그의 모험에서부터 출발을 했다. 「빨간 머리 클럽」에서 시작되어 「바스커빌 가문의 개」(이건 내가 바스커빌 가문의 개,를 마지막으로 셜록 홈스 시리즈에서 좀 멀어졌기 때문이다;; 고백하자면, 다 못 읽었다,ㅋㅋㅋ)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의 셜록키언에는 결코 미칠 수 없을지라도 여기서부터 출발해 애거서 크리스티의 전집을 모두 읽고 소장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로 미스 마플과 푸와로의 활약을 지켜보는 중 너무 많은 시리즈에 지쳐 어느샌가 조금씩 포기. 그럼에도 언제나 도서관을 가면 셜록 홈스 시리즈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그리고 브라운 신부, 아르센 뤼팽 시리즈나 엘러리 퀸의 작품 앞에서 서성이곤 한다. 언젠간 꼭 집에 모셔다주마, 하고 마음을 다잡곤 하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들에 대한 짝사랑, 어마어마했었다.

 

 

 

 

하지만 이미 출간된 소설도 아직 다 챙겨 읽지도 못함에도 새로운 소설은 너무 많이 쏟아져 나오고, 그렇기에 19세기 '미스터리의 황금기'를 이루고 있던 영국과 미국의 미스터리를 원서로 읽는 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구하기도 힘들고, 구한다한들 내가 원서로 읽을 능력이 그다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미스터리의 황금기를 이루던 당시의 작품들ㅡ가히 '셜록 홈스의 라이벌들'이라고 일컬을 수도 있는 탐정들의 활약이 담긴ㅡ을 故 정태원 선생님께서 선별, 번역하신 작품집 <셜록 홈스의 라이벌들>이 비채에서 출간되었다.

 

홈스의 직계로 일컬어진다는 마틴 휴이트와 전형적인 안락의자 탐정 구석의 노인, 남성 탐정들 사이에 존재감을 발휘했던 여성탐정 러브데이 브룩, 셜록 홈스의 패러디 헴록 존스, 오로지 논리로 무장한 '생각하는 기계' 밴 듀슨과 같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탐정들 뿐만 아니라, 코난과 키드가 완벽한 라이벌로 움직이는 것처럼 그 원류에는 뤼팽의 모델이자 괴도의 시조라 할 수 있는 신사 도둑 래플스라거나, 얼굴, 국적,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바꾸는 클레이 대령과 밤 대신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이는 괴도 롬니 프링글의 이야기도 실려 있다.

 







그리고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 시리즈가 아닌 또 다른 단편을 만나는 즐거움도 있었다.

당시 그러한 잡지를 통해 가볍게 소설을 읽곤 했던 대중들을 위해 발간되었던 스트랜드 매거진에서 연재를 하던 도일 경은는 등장인물이 계속 등장하는 게 원치 않았던 것인지 왓슨 박사의 약혼녀를 죽이지를(;;) 않나, 심지어 홈스를 죽였다 팬들의 항의로 다시 살려내는 등의 일화가 많은데, 그렇게 홈스가 죽은 사이에 연재한 단편들도 포함되어 있다고.

 







무려 두 개의 책끈(?)이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두툼한 700페이지의 두께를 자랑하는 책이다. 덕분에 들고 다니면서 읽기는 꽤나 힘이 들고, 잠들기 전 침대에서 펼쳐서 단편들을 한 편 한 편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요즘의 미스터리와 별 다를 게 없는 내용이라면 큰일 날 소리. 미스터리가 독자를 농락하는 방법은 갈수록 고도화되어가고 있어 실은 이 작품집 속에 담겨 있는 단편은 요즘 미스터리에 비하면 오히려 단순한 편이 속할지도 모른다. 온갖 트릭을 동원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과학 역시 요즘만 못한 것이다.

기차 시간표를 이용한 트릭이나 절도, 살해 방법 등 소설 속에 등장하는 트릭은, 트릭마저 '고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오히려 단편으로서는 최근의 단편에 비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어린 시절 탐정들을 처음 만났을 때의 설렘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인 것일까.







역시, 지금의 미스터리는 이 황금시절의 홈스와 그 라이벌들에게 빚을 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들의 활발한 활동 덕분에, 우리는 여전히 미스터리라는 장르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리라.

덕분에, 이 <셜록 홈스의 라이벌들>은 미스터리 팬들에게는 읽고 싶어도 읽을 기회가 많지 않았던 '미스터리 문학의 황금시대'를 만날 수 있는 좋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의 추억과 새로운 작품을 만난다는 기쁨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멋진 단편집이었다.









추천하는 단편 혹은 탐정들로는, 뭐 이미 '선별'했으니 각기 다른 매력이 있겠지만서도, 특히 아서 코난 도일의 「사라진 특별열차」, 아서 모리슨의 마틴 휴이트와 배로니스 에뮤스카 오르치의 구석의 노인, 이들의 활약은 홈스 못지 않았다.

그리고 '조용히!'라는 말이 상당히 임팩트가 있는, 셜록 홈스 못지 않은 까칠함을 보여주는 햄록 존스. 사기꾼 클레이 대령과 그의 일행과 그들의 손바닥위에서 놀아난 백만장자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만만치 않은데, 이렇게 말하니 뭐 한 편으로 잠깐 얼굴을 내민 탐정 대신 다양한 단편이 실린 사람들 모두를 언급할 것 같아 이 정도로만 해야겠다.ㅋㅋ

 

 

어느샌가, 가만히 사건 설명만 듣고 엄청난 통찰력을 발휘하며 이러저러하게 추리를 술술 쏟아내는 탐정은 조금씩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미스터리,도 더더욱 현실에 맞추어지며 그보다는 오히려 직접 범인들을 심문하고 현장을 뛰어다니며 증거를 수집하는 형사들의 활약이 돋보이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형사의 활약 대신 안락의자형 탐정이라거나 신출귀몰하며 피해자들의 혼을 빠지게 하는 괴도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이들 단편과의 만남은 꽤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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