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몰리션 엔젤 모중석 스릴러 클럽 28
로버트 크레이스 지음, 박진재 옮김 / 비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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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폭탄 해체에 관련된 긴박감 하면 꼭 생각나는 것이 명탐정 코난, 아마도 36~37권 쯤의 내용이라 생각하는데, 어쨌든 그 만화 속 등장하는 축구의 어느 한 팀ㅡ그 소속 선수들마저 코난과 초반에 인연이 있다. 라이벌이자 절친의 유괴사건으로(이거 스포네요. 그런데 아마 아실만큼 아시지 않을까...-_-;;)ㅡ의 우승과 함께 도쿄에서 퍼레이드가 벌어지는 에피소드다.

 

근데 이 퍼레이드가 주가 아니라 폭탄범이 숨어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걸려 있는데 폭탄을 예고하는 것 같은 자그마한 폭발이 하나 둘 일어나고, 폭탄을 미리 해체해 버리면 다음 폭발이 일어날 폭탄이 숨겨진 장소를 알아낼 수 없다는, 경찰로 하여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해 버린다. 지금 당장에 휘말린 시민을 구하자니 다음 번 폭탄의 희생양이 되어버리는 시민은 어떡하고...! 발 동동.

 

게다가 내가 상당히 좋아하는 사토 & 다카기 형사의 로맨스 폭ㅋ발ㅋ(이게 폭발했군 결국..-_-;)로도 상당히 좋아하는 에피소드인데, 과거 동료를 폭탄으로 잃어버린 사토 형사의 안타까운 과거 어쩌고저쩌고... 게다가 이번에도 다카기 형사와 코난이 같이 폭탄이 설치된 도쿄 타워의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면서 한 명을 잃을(코난은?ㅋㅋㅋ) 위기에 처하는데 으악~! 하면서. 개인적으로는 다카기 형사라는 캐릭터 상당히 애정하고 있어서 아니 이 작가가 누굴 데리고 가려는거여~!했었다. 어차피 코난이랑 같이 있으니 살겠지만.

 

어쨌든 그쯤에서 끊기고 나서 그 다음 권 기다리느라 똥줄 좀 제대로 태웠었다. 지금은 아련한 에피소드가 되어버렸지만, 개인적으로 명탐정 코난의 베스트 에피소드 중 하나. 아무리 그래도 스케일 크게 폭탄 터지고 이런 걸 좋아하는 것인가 진정으로 나는...?!이라는 생각에 살짝 자괴감이 들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렇다.

 

 

어쨌든 여기서도 마지막까지 한 줄 만을 남겨둔 채, 암호가 나오는 걸 지켜보다가 결국은 추리로 폭탄이 들어있던 장소를 찾아낸 경찰로 결론내려졌지만, 폭탄 해체에 있어서 독자들의 똥줄을 태우는 최고의 방법은 역시나 헉, 마지막 한 줄을 끊을 수 있느냐 없느냐,다.

 

코난에서는 그래도 좀 더 현실적으로 끝나 비난의 대상;은 아니지만 일단 폭탄 해체에 있어 나의 가장 강렬한 기억에 박혀 있는 게 이 에피소드인지라 좀 이야기가 많이 딴 길로 샜다.

 

 

 

 

 

그럼 본격적으로.

영화 같은 데서 폭탄 해체하면 꼭 이런 일이 벌어지곤 하는 것이다. 으악, 둘 중에 한 전선만 끊어야 폭탄이 멈출수 있어! 다른 하나를 건드리면 끝장이야! 그런데 뭘 끊어야 하지? 갈팡질팡갈팡질팡갈팡질팡. 그렇게 독자 혹은 관객의 똥줄을 완전히 바짝 태우고 나서 하는 소리가 무작정 하나 잡아당겨봤더니 그거였어. 1초 혹은 0.01초 차이로 폭탄 정지. 아놔...-_- 똥줄 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냔 말이다!!!

 

 





사소한 발견이었지만 스타키는 오랫동안 전혀 느껴보지 못했던 격렬한 자부심을 느꼈다.

그녀는 레드의 마음이 작동하는 방식을 보기 시작했다. 그건 그녀가 그를 이길 수 있다는 의미였다.

-p.202~203

 

 

 

 

 

 

탐정 엘비스 콜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시리즈라거나 기타 등등으로 스릴러를 사랑하는 독자들의 사랑을 꽤 받고 있는 작가인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는 처음 만난 로버트 크레이스의 스탠드 얼론, <데몰리션 엔젤>을 만났다. 파괴 천사. 감히 폭파범에게 천사,라는 이름을 붙여줘야할 정도일까 생각하지만 뭐 역설적으로 생각하기로 한다,큭큭.

 

 

쓰레기통 근처에서 폭발물로 추정되는 물체가 놓여있다는 제보를 받고, 폭발물 처리반의 찰리 리지오는 철저한 매뉴얼에 따라, 동료와 함께 폭발물 제거를 위해 그 의심스러운 물체 가까이에 접근한다. 하지만 그 순간 폭발해버린 폭탄. 산산조각난 리지오의 시체와 충격을 받은 동료들.

그 와중에 과거 동료를 폭탄의 폭발로 잃는 유사한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여형사 스타키가 찰리 리지오의 사망 사건의 수사를 맡게 된다. 주변 정황상 폭파범은 분명 리지오를 주변에서 지켜보며 그가 폭탄을 들여다보는 순간, 스위치를 눌러 폭탄에 점화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과연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폭파범은 누구인가? 그의 정체를 파헤치기 위해, 하나하나 파고들기 시작하는 스타키.

그 와중에, 워싱턴 DC에서 폭파범 검거의 특수요원 펠이 합류하면서, '미스터 레드'의 존재를 언급하기 시작한다. 폭탄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는 스타키와, 경찰을 누르고 스타키를 앞서고 싶은 레드의 대결은, 그렇게 시작된다ㅡ.

 

 




그녀는 해답 없는 소소한 질문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 질문들은 폭탄 복원 중에 그 결과가 어느 곳으로도 연결되지 않는 전선들을 발견한 상황 같았다.

그 전선들이 존재하지 않는 척할 수는 없었다. 전선들은 항상 어딘가로 연결됐다.

폭탄을 다루고 있을 때 전선들은 항상 어딘가 안 좋은 장소로 연결됐다.

-p.367

 

 

 

 

 

작가 로버트 크레이스는, 치밀한 취재 결과 끝에 이 모든 과학적이자 범죄의 냄새가 확확 풍기는 폭탄에 대한 상세한 묘사는 교육용 자료로도, 수사관들의 행동이 누설되어서도 안 된다는 말과 함께 폭탄에 대해서도 여전히 허구를 가미했음을 밝혔다. 어차피 조금은 상상이 섞인 구라,라는 것에서 분명 '앗 빨간 전선인가 흰 전선인가!'라는, 수많은 그 영화 속 폭탄 해체의 한 장면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른다,라고 솔직히 조금 걱정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분명 허구임에도 상당히 전문적이고 상세한 폭탄에 대한 묘사, 폭발물 처리반에 속해있는 경감들의 활동, 그리고 폭발물에 대한 묘한 환상에 빠진 채ㅡ라기 보다는 사랑해 마지않는 폭파범의 행동 등은 정말 생생하게 다가왔다.

 

 

 

동료를 잃은 슬픔과 트라우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여형사 스타키,라는 존재도 여타 경관들의 모습과는 달리 상당히 독특하다. 늘 알코올에 찌들어 동료들이 술냄새를 맡지 않을까 전전긍긍, 자신의 속 깊은 이야기를 쉽사리 털어놓을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안고, 그럼에도 어떻게든 자신의 삶의 터전을 잃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 그녀는 그저 삶의 의미보다는 공허한 목숨을 하루하루 이어갈 뿐이다. 그런 그녀를 도발하는 폭파범 미스터 레드 역시 만만치 않은 캐릭터다. 대부분의 폭파범이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자신의 쾌락을 위해 폭탄을 터뜨리곤 하는 레드의 행동과 서서히 스타키를 조여오는 그의 그림자는, 끝내 폭파범이 등장하는 소설 혹은 영화의 미덕,이라 할 수 있는 몇 초 안 남긴 폭탄을 눈앞에 두고 주인공들을 사느냐 죽느냐의 길목으로 몰아넣으니, 아무리 뻔하다고 하지만 정작 없으면 섭섭할 뻔한 그런 장면들 역시 준비해두었다ㅡ물론 빨간전선 하얀전선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레드를 처치-_-;하기 위한 스타키의 행동에는 분명 좀 위화감이 있다. 알콜 중독에 공허하게 살아만 가고 있는 그녀가, 갑작스럽게 펠과의 만남을 통해 스타키의 트라우마가 너무나도 훌쩍 넘어가버려 갑자기 모든 걸 극뽁♡해버린 스타키의 행동은 좀 당황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야 끝이 좋을 수 있으니 작가의 어쩔 수 없는 필연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해 본다.

 

 

 

폭파범은 싫지만, 폭파범을 그려낸 스릴러 <데몰리션 엔젤>은 그래도 꽤 매력이 있었다. 독특한 캐릭터를 가지고 LA를 공포로 몰아넣은 폭파범과 여형사의 대결을 그려낸 로버트 크레이스의 능력은 상당히 탁월했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파괴를 일삼는 파괴 천사를, 현실이 아닌 소설 속에서 한 번 만나보고 싶다.

 

 

 

 

(+) 그런데 쓰고 보니 이게 코난이여 데몰리션 엔젤이여..-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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