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 마음 농도
설재인 외 지음 / 든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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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도 좋아하고 다양한 글도 많이도 좋아하는데, 생각보다 최애인 작가를 꼽기가 어렵다. 취향이 없나? 하면 그것도 아닌데 그냥 그때그때 관심사, 그리고 책이 휙휙 바뀌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작가는 이 분이지, 하는 게 없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형식의 책/글이 있는데 바로 두 사람이 핑퐁하듯 생각을 주고 받는 글.

두 사람이 대화를 주고 받듯 편지를 나누는 글이 책으로 나오는 경우도 꽤 많은데 내가 이런 종류의 책에 매우 환장한다는 걸 최근에 깨달았다.

대충 그런 형식의 읽은 책들을 읊어보자면

#여자로살아가는우리들에게
#자세한건만나서 얘기해
#미루리미루리라
#우리사이엔오해가있다

등이 있다.

이 책들 모두 아주 다른 듯 보이는 두 사람이, 저는 이런데 당신은 어떻소이까 하며 각자의 생각을 펼쳐놓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오 그렇군요의 태도라기보다(물론 그럴 때도 있지만) ‘작가님, 미치셨어요?!’ ‘난 생각이 다른데?!’ 의 스탠스일 때가 더 많은데 내가 왜 너를 미친 것으로 생각하는지, 내가 너와 왜 생각이 다른지 구구절절 설명하는 걸 보고 있자면 형언하기 힘든 만족감이 있다. 뭔가 나와 다른 존재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소통하고 싶다는 지독한 의지 같은 게, 나라는 인간의 호기심을 붙든다.

이번에 읽은 #취중마음농도 는 그 중에서도 단연코 베스트였다.

아 그리고 나는 또 #글쓰는여자 가 #과음 하는 이야기를 아주 좋아하는데 일단 내가 술을 많이는 못 하기 때문인 것도 있는 듯 하다.

여하튼. 여기 두 작가 #설재인 #이하진 은 엄청난 술꾼들이다. 들이붓듯이 술을 마시며 글을 쓰고, 그것도 아주 공손하게 존댓말로 주고 받는 글인데 그 와중에 내용은 우당탕탕 아무 말이나 찌끄린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이런 우당탕탕 글을 몹시 좋아하는데, 왜냐하면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구절은 이것이다.

p.39
제게 술은 문학적-설재인이 되지 못하는 씨부럴적-설재인이 문학적 씨부럴의 단계라도 성취하기 위해 주입해야만 하는 기름과 비슷합니다.(…)술을 마시며 저를 수백수천 개의 조각으로 쪼갠 후 하나하나의 인물로 키워내 제 머릿속을 채워야만 외롭지 않기 때문입니다.

🤭
아, 이 포스트는 #든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것이지만 책을 안 주셨으면 아마도 사서 봤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런책좋아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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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성시 각본집
주톈원.우녠전 지음, 홍지영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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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항아리는 진짜 좋은 이야기에 진심인 듯.
이 책 뿐만이 아니라 대중성이나 상업성이 꼭 보장되지 않아도 어떤 고유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섬세한 선택을 해서 책이라는 물성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걸 사랑하는 게 진심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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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힘세고 사나운 용기 -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10개의 시선
배윤민정 외 지음, 자본-여성-기후 연구 세미나 기획 / 한티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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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서 데이터나 세계적 이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거라 예상했는데 너무나도 가까운 곳의 이야기, 나와 엄마와 할머니로 시작하는 기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놀랐다.

우리 안에는 얼마나 다양하고 찬란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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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과 발견 - 사랑을 떠나보내고 다시 사랑하는 법
캐스린 슐츠 지음, 한유주 옮김 / 반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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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슐츠의 글이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새로 나오는 책, 몹시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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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오디세이아 1 - 그리스 여신들의 자취를 따라 떠나는 여행
고혜경 지음 / 나무연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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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시각의 렌즈는 가치의 무게를 바꾸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는데, 헤라와 아프로디테가 갖고 있는 가치에 대한 내 생각이 그렇다.

신화의 캐릭터들은 인간의 고유하고 절대적인 특성을 따로따로 신격화해놓은 것들인데 예를 들면 아르테미스의 경우 공격성, 독립성이고, 헤스티아는 정서적 온기, 안전의 추구이다. 헤라는 질투심, 혼인관계의 집착, 아프로디테는 끊임없는 미의 추구, 매력과 유혹성, 찰나의 즐거움 추구 등이다.

헤라는 무서울 정도로 맹렬하게 혼인의 서약을 포기하지 않는다. 제우스는 신,인간,요정 가리지 않고 바람을 피운다. 그런데도 헤라의 애티튜트는 ‘제우스, 난 너 아니면 안 돼.’이다. 그녀는 이런 여신이고, 그게 바로 그녀의 아이덴티티이다.

아프로디테의 사랑은 상대를 향한 사랑이라기보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느끼기 위한 몸짓이다. 아프로디테는 헤파이스토스의 아내다. 애인은 아레스다. 하지만 아프로디테의 애티튜드는 ‘남자보다는…그냥 난 아름다운 내가 좋은 걸?’ 이다.
그녀는 이런 여신이고, 그게 바로 그녀의 아이덴티티이다.

p.216
여자란 성녀 아니면 창녀인, 내면의 여성상이 분열된 남성들도 상당하다. 전통적으로 아내의 (위치인 여자의) 덕목이라 간주하던 이미지는 끊임없는 노동자에 가깝다. 부지런하고, 정성껏 밥상을 차리고, 알뜰살림 살림하고, 자녀들을 위해 무조건 헌신하고, 남편만을 섬기는 일부종사가 당연하다. 이런 말들을 듣고 자랐으니 자신의 어머니를 처녀라 생각하는 성인 남자들이 제법 있기 때문이다.(내가 옮긴, 위 문장들은 책에 쓰여진 문장의 순서와 똑같지 않다.)

위의 아내의 이미지만 ‘진짜 아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프로디테 특질의 아내를 아내라고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p.105
헤라는 올림푸스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아내로 규정하는 여신이다. 예술 작품에서 헤라와 제우스는 당당하고 수려하고 위엄 있게 묘사된다.

이렇게 상반된 캐릭터지만 그리스 신화에서 두 여신의 캐릭터는 척을 지지 않으며 서로 불화하지 않는다. 책에서 두 여신을 별도로 비교한 것은 아니지만 여신들 이야기보다도 두 여신을 비교해 읽는 즐거움이 가장 컸다.

마치 드라마에서 가장 마음이 많이 가는 캐릭터가 있는 것처럼, 이 책을 읽는 누군가도 자신의 마음이 어느 캐릭터에게 기우는지 느끼면서 읽으면 조금 더 즐거운 독서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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