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과 발견 - 사랑을 떠나보내고 다시 사랑하는 법
캐스린 슐츠 지음, 한유주 옮김 / 반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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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슐츠의 글이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새로 나오는 책, 몹시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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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오디세이아 1 - 그리스 여신들의 자취를 따라 떠나는 여행
고혜경 지음 / 나무연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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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시각의 렌즈는 가치의 무게를 바꾸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는데, 헤라와 아프로디테가 갖고 있는 가치에 대한 내 생각이 그렇다.

신화의 캐릭터들은 인간의 고유하고 절대적인 특성을 따로따로 신격화해놓은 것들인데 예를 들면 아르테미스의 경우 공격성, 독립성이고, 헤스티아는 정서적 온기, 안전의 추구이다. 헤라는 질투심, 혼인관계의 집착, 아프로디테는 끊임없는 미의 추구, 매력과 유혹성, 찰나의 즐거움 추구 등이다.

헤라는 무서울 정도로 맹렬하게 혼인의 서약을 포기하지 않는다. 제우스는 신,인간,요정 가리지 않고 바람을 피운다. 그런데도 헤라의 애티튜트는 ‘제우스, 난 너 아니면 안 돼.’이다. 그녀는 이런 여신이고, 그게 바로 그녀의 아이덴티티이다.

아프로디테의 사랑은 상대를 향한 사랑이라기보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느끼기 위한 몸짓이다. 아프로디테는 헤파이스토스의 아내다. 애인은 아레스다. 하지만 아프로디테의 애티튜드는 ‘남자보다는…그냥 난 아름다운 내가 좋은 걸?’ 이다.
그녀는 이런 여신이고, 그게 바로 그녀의 아이덴티티이다.

p.216
여자란 성녀 아니면 창녀인, 내면의 여성상이 분열된 남성들도 상당하다. 전통적으로 아내의 (위치인 여자의) 덕목이라 간주하던 이미지는 끊임없는 노동자에 가깝다. 부지런하고, 정성껏 밥상을 차리고, 알뜰살림 살림하고, 자녀들을 위해 무조건 헌신하고, 남편만을 섬기는 일부종사가 당연하다. 이런 말들을 듣고 자랐으니 자신의 어머니를 처녀라 생각하는 성인 남자들이 제법 있기 때문이다.(내가 옮긴, 위 문장들은 책에 쓰여진 문장의 순서와 똑같지 않다.)

위의 아내의 이미지만 ‘진짜 아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프로디테 특질의 아내를 아내라고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p.105
헤라는 올림푸스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아내로 규정하는 여신이다. 예술 작품에서 헤라와 제우스는 당당하고 수려하고 위엄 있게 묘사된다.

이렇게 상반된 캐릭터지만 그리스 신화에서 두 여신의 캐릭터는 척을 지지 않으며 서로 불화하지 않는다. 책에서 두 여신을 별도로 비교한 것은 아니지만 여신들 이야기보다도 두 여신을 비교해 읽는 즐거움이 가장 컸다.

마치 드라마에서 가장 마음이 많이 가는 캐릭터가 있는 것처럼, 이 책을 읽는 누군가도 자신의 마음이 어느 캐릭터에게 기우는지 느끼면서 읽으면 조금 더 즐거운 독서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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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서술자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최성은 옮김 / 민음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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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턴가 나는 서술자의 온도가 묘사하는 대상의 매력과 장점을 거의 극대화해서 보여준다는 것을 깊이 깨닫게 되었다.


예를 들면 영화<타짜>에서 고니가 ‘그저 잘생기고 도박 잘하는 어린 놈’이 아닌, 처음 시작은 호구였지만 좋은 스승을 만나 좋은 타짜가 된, ‘얼굴 잘생기고 화투잘 치는데 성격도 멋있는, 갖고 싶은 남자’인 것으로 비춰지는 이유는 고니를 묘사하는 인물이 그를 사랑하는 정마담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만약 실제로 자기 사는 동네에 고니 같은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그를 ‘이혼한 누나 돈 훔쳐서 노름판에 빠진 놈’정도로 보지 않을까. 그가 도박판에서 아무리 잘 나간다고 해도.


여하튼, 그래서 서술자의 온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는 듯한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그녀의 생각에 모두 동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는데 예를 들면 이런 부분이다.

p.148
요가나 악기 연주와 마찬가지로 글쓰기도 학습을 통해 배울 수 있을까요? 내가 이런 질문을 하는 건 스스로 단 한 번도 그렇다고 확신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
과연 그럴까. 그녀를 오해한 게 아니길 바라면서 내 생각을 얘기하자면 그녀의 이야기는 신화와 전설, 철학에 대한 깊은 사유가 없으면 쓸 수 없는 처절한 학습의 결과물로서의 이야기들이다. 큰 줄기의 플롯부터 인물의 심리까지 모두, 아주 깊은 사유의 산물이고 나는 이게 그녀가 학습한 것들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심리학을 전공했고, 카를 융의 사상과 불교철학에 정통한 그녀가, 자신이 연구한 부분들이 학습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
내가 가장 좋았던 부분은 [서술자의 심리학] 챕터였는데 옮겨보자면 이렇다.

p.202
그렇다면 서술자는 어떻게 자신이 말하는 내용을 알고 있는 걸까요? 창조의 과정이란 생각이 먼저고 나중에 종이나 화면으로 옮겨지는 것일까요, 아니면 글쓰기의 행위 자체에서 비롯되는 것일까요?

자신에게 딱 맞는 목소리를 찾았을 때 책들은 스스로 글을 씁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적합한 목소리가 발견될 때까지 메모와 스케치를 반복하면서 몇 년이고 기다려야만 합니다. <태고의 시간들>의 경우 강인하고, 자신감 넘치고, 매사를 꿰뚫어 보는 서술자는 짧고 간결한 문장, 성경 구절을 연상시키는 장을 선호했습니다. 덕분에 이 책을 쓰면서 나는 정말 즐거웠습니다.

p.208
나는 이 책(낮의 집, 밤의 집)을 쓰면서 맛보았던 다양한 유형의 즐거움들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나라는 심연과 벌이는 끊임없는 게임, 이것이야말로 글쓰기가 우리에게 안겨주는 가장 짜릿한 희열이 아닐까요.

🌈 #도서지원_을 받았으나 지극히 주관적인 느낌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민음사 #올가토카르추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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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이름도 잊히지 않게 - 여성 미스터리 소설집
서미애 외 지음 / 에오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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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소설 하나하나 다 재미있다.

영상화되기에도 완벽한 설정이다.
캐릭터 성격이나 인물 묘사, 도입부 흠잡을 데가 없다.

개인적으로 <까마귀 장례식>이 제일 인상적이었는데 사고사로 위장되어 죽은 베트남 신부의 죽음을, 같은 동네 절친한 사이였던 베트남 여인이 집요하게 추적해서 범인을 밝혀내는 이야기인데 뭔가 <와이 우먼 킬>의 판권을 사서 한국 버젼으로 새롭게 리메이크한다면 에피소드로 들어가도 좋을 정도다. 한국적인 느낌+ 농촌이 배경인데, 희한하게도 개연성이 풍부하면서 이야기의 전개가 너무 세련되어서 읽는 내내 감탄하며 읽었다.

‘농촌이 배경인데 이렇게 서사가 안 촌스럽다고?’

이러면서. 한여름밤에 순식간에 읽을 수 있을 소설이면서, 중간중간 생각하게 되는 부분도 많아 너무 좋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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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한 과부들을 위한 발칙한 야설 클럽
발리 카우르 자스월 지음, 작은미미 외 옮김 / 들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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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을 보고 엄청 야한 걸 기대하신 분도 있을 거고,(저요!! 저요!!) 그러라고 작가도 이런 제목으로 지은 거 같은데 만약 제목 때문에 책을 고른다면 여러분은 낚이게 된다. 그렇다고 안 야하다는 건 아니고, 그런데 또 이 책에 흐르는 전반적인 분위기 자체가 야한 건 또 아니다(제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죠..).

마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같은 야한 장면들이 끊임없이 폭발하는 그런 소설은 아니지만 이 소설 속 야한 장면들은, 그건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만든 야한 이야기’여서 그녀들의 못 다 이룬, 차마 해보지 못한 섹스 판타지가 들어가 있다.

여기서 그녀들, 이란 과부들이다. 사회적 금기 때문에 정숙하게 살고 있지만 사실은 이런 야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재능 있는 여자들’. 웹소설 시장이 두 손 들고 환영할 ‘재능’일 텐데 아깝다.

🖊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야설클럽을 통해, 자신들의 ‘자연스럽고 폭발할 것 같은 욕구’를 이야기로서 분출하던 여성들이, 그 에너지를 원동력으로 이후에 어떤 살해범을 찾아내고 잡아낸다는 것이다(읽어보면 아시겠지만 저는 아무것도 스포하지 않았습니다🫢🫢🫢).
경찰이 자살로 마무리했고, 그래서 자살로 묻힐 뻔 했지만, 결코 자살할 사람이 아니었던 여자의 생을, 야설 쓰던 여자들이 찾아낸다.
쓰다 보면 알게 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디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이야기 초반, 주인공이자 20대인 법과대학 중퇴생 니키가 자신이 원하는 삶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부분과 동생 역시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짐을 분담해주길 바라는 언니의 목소리를 그린 부분도 인상적이었는데 사실 예전 같으면 ‘다들 가족끼리 싸우고 사는구나. 가족은 왜 이리 힘든 걸까.’ 하며 무겁게 읽혔을 텐데 ‘그래, 사실 각자 자신의 감정과 상황을 드러내다 보면 충돌 지점이 생기고, 그렇다면 감정이 겪해지는 게 당연한 거지.’로 읽힌다.

각자의 상황을 말하는 건 격한 감정이 표출된다고 해서 싸우는 건 아니다. 그냥 일시적으로 감정이 겪해지는 것이지.

참고로, 니키 속마음은 ‘사실 정확히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음. 뭘 목표로 해야하지? 어쨌든 지금 들어간 법대는 아닌 거 같아.’인데 어쨌든 장녀인 언니 민디의 목표는 ‘괜찮은 남자와의 결혼!’ 이라는 ‘전통적으로 어른들이 바라는 목표’와 부합하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엔딩이 무척 상큼하게 끝나는데 마치 영화관에서 기분 좋은 가족영화 또는 산뜻한 여름 로맨스 영화의 싱그러운 엔딩씬을 보고 나온 것 같은 느낌이다.

빨리 읽히고, 재미있고, 중간중간 야하고, 무엇보다 기분좋게 책을 덮게 만들어주었던 책.

*출간 전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이나 매우 만족스럽게 읽었습니다.

@gimsieun20
인스타에서 좀더 자세하게 썼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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