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서프레제트> 라는 영화에서 전투를 지휘하는 여성의 자서전입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세탁업을 하는 여성 노동자, 모드의 삶을 따라가며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주인공 여성들은 열악한 노동환경과 성추행에 그대로 노출된 채, 그럼에도 직장에서 잘리지 않기 위해 모든 모멸감을 참아내고 일을 합니다.


 지금을 사는 여성들이 쉽게 얻은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여성의 정치 참여권인데요. 사실 여자가 정치에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기까지는 과거의 험난한 투쟁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1958125일 공포된 '민의원 의원선거법''참의원 의원선거법'에 의해 여성은 민의원과 참의원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갖게 되었고, 이로써 명실상부하게 남성과 대등한 공법적 지위를 갖게 되었습니다. 영국과는 다르게 비교적 평화적으로 여성의 참정권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 전에 많은 노력이 있었구요.)아마, 그 시기 이미 다른 나라에서 여성의 참정권이 당연하게 인식되고 있던 상황이라 그런 것은 아닐까 생각이 되요. 우리나라의 여성참정권이 획득된 시기는 영국보다 30년이 지난 시점이거든요.  


<서프레제트>는 영국 여성들의 참정권을 얻기 위한 투쟁의 기록입니다.



 

민주주의가 가장 먼저 발달했다고 하는 영국의 경우임에도 선거권 확대와 관련하여 여성의 참정권이 허용된 것은 1928년이 되어서야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는 1832, 인구 비례에 따른 선거를 요구하면서 시작된 것이 무려 100여 년이나 계속된 끝에 얻어낸 결과였습니다.

 


서프레제트를 이끈 여성, 에멀린 팽크허스트는 1858년에 맨체스터의 급진주의자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영국의 여성 참정권 운동을 이끈 시민운동가로, 세 딸과 함께 참정권 운동에 투신했습니다. 그녀가 참정권 운동에 투신한 이유는 극심한 가난 속에서 좀더 좋은 정책을 만들게 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릴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부탁을 했지만, 여성이 굳이 목소리를 가져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정치가들은 남편에게 참정권이 있는데 그게 왜 꼭 필요하냐고 되묻습니다.



 

그녀는 서문에 끔찍한 역사적 시절을 겪으며 여자들이 감내해야 했던 일들을 상기시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그녀들이 받았던 댓가도요.

 

 


 

p.15-16

남성들의 전투는 몇 세기 동안 세계를 피로 물들였다. 남성들은 이러한 공포와 파괴 행위에 대해 기념비와 위대한 노래와 서사시라는 보상을 받았다. 올바른 대의를 위해서 싸운 여성들은 자신들의 목숨 말고는 누구의 목숨도 해치지 않았다. 이 여성들이 어떤 보상을 받게 될지는 시간만이 알려줄 것이다.

 

 

유럽에 몰아친 절망의 시기에 남성들은 여성들에게 문명을 지키는 일을 맡겼다. 여성들은 전장에 나간 남성들과 전쟁으로 아버지를 뺏긴 아이들을 위해 들판과 과수원과 포도밭에서 식량을 수확하고 있으며, 도시에서 가게를 열고, 트럭과 전차를 운전하고, 수많은 사업을 돌보고 있다.


살아남은 군인들이 돌아오고, 남성들이 다시 일상의 업무를 도맡게 될 때, 여성들이 훌륭하게 수행한 역할은 잊힐 것인가? 남성들은 여성들이 계층을 막론하고 자신의 이해관계를 제쳐둔 채 부상자를 간호하고, 가난한 이를 돕고, 병든 이와 외로운 이를 위로할 뿐 아니라, 국가 자체의 존속을 위해서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것인가? 여성들의 희생과 헌신을 영국 정부가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는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지금까지 정부가 마련한 실업 대책은 남성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옷을 만드는 전통적으로 여성의 일이었던 것마저 빼앗아가고 있다.


그녀는 다행히 정말 기적적으로 그 당시에 여성이 정치에 참여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남자, 팽크허스트 박사를 만나 결혼을 합니다. 그는 자신이 한 일을 말하기에 앞서 자신들이 분투하는 과정에 명예를 더해준 팽크허스트 박사와 같은 남성과 여성들에게 아무리 감사해도 모자란다고 밝힙니다.

 

 

p.33-34

나는 1879년에 팽크허스트 박사와 결혼했다. 초기 단계의 참정권 운동이 분투하는 과정에 명예로운 이름을 더해준 팽크허스트 박사와 같은 남성과 여성들에게 아무리 감사해도 모자란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참정권 운동이 대중화될 때까지 기다리지도 않았고, 여성들이 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설 때까지 망설이지도 않았다. 그들은 언젠가 발생할 투쟁을 위해서 교육하고 조직하고 준비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한평생 일했다.


내 행복한 결혼생활은 19년간 지속되었다. 나는 여성참정권론자들은 자신의 감정을 정상적으로 배출할 길을 못 찾아서 비비 꼬이고 실망한 사람들이라는 조롱을 자주 접해왔다. 이런 조롱은 어떤 여성참정권론자에게도 해당되지 않지만, 특히 내 경우에는 더더욱 해당 사항이 없다. 오히려 내 가정생활과 가족관계는 이 불완전한 세상에서 꿈꿀 수 있는 이상에 가까웠다. 결혼하고 나서 1년 후에 맏딸 크리스타벨이 태어났고, 그다음 18개월 후에 둘째딸 실비아가 태어났다. 그 뒤로 더 태어났고, 나는 몇 년간 가정사에 깊이 몰두해 있었다.

그렇다고 공동체의 일에 흥미를 잃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팽크허스트 박사는 내가 가정만 지키는 기계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여성이 가정에서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해야 할 역할이 있다는 것이 그의 확고한 신념이었다.

 

 

 

 

그녀는 아주 어릴 때 자고 있는 자신에게 얘가 남자애로 태어나지 않아서 안됐어라고 말하는 아버지의 슬픈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그녀는 순간 벌떡 일어나서 남자애가 되고 싶지 않다고 항의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곰곰히 생각해보아도 여자라는 게 싫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하지만 아버지를 포함해, 남자들은 자신들이 여자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여자들도 그런 믿음을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p.47

독자들을 위해 영국의 빈민법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설명하겠다. 이 법은 현명하고 인간적인 군주였던 엘리자베스 여왕이 발의한 가장 위대한 개혁법 중 하나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처음 왕위에 올랐을 때, 여왕은 당대 시인들이 유쾌한 영국이라고 불렀던 우리나라가 끔찍하게 빈곤한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초라한 오두막에서, 길거리에서, 그리고 궁전 바로 앞에서 비참하게 굶어 죽어가고 있었다. 헨리 8세가 종교개혁을 하면서 영국 국교회를 로마와 분리한 것이 그 원인이었다. 헨리 8세가 수도원과 수녀원의 토지를 몰수해 자신의 정책을 지지했던 귀족들과 총신들에게 나누어준 것이다. 개신교 귀족들은 교회의 재산은 차지했지만 교회가 오랫동안 해왔던 의무들, 즉 방랑자를 재워주고, 자선을 베풀며, 병자를 돌보고, 젊은이들을 교육하고, 어린이와 노인을 돌보는 의무는 떠맡지 않았다.

 

 


p.56

그 위원회(빈민구제위원회)에 있는 동안 목격한 다른 여성들의 비극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겠다. 일할 능력이 있는 빈민과 그 가족들을 돕는 구호 부서에서 일하면서, 집과 가족을 지키려고 필사적으로 애쓰는 미망인들을 많이 만났다. 법률이 이런 여성들에게 제공하는 도움이라고는 정말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결국에 여성 자신과 아이가 갈 곳이라고는 빈민구호소밖에 없었다. 설혹 젖먹이를 데리고 있더라도 여성들은 법률적으로는 노동할 능력을 갖춘 인간으로 여겨져서 아이를 떼어놓고 일을 해야 했다. 사람들은 통상 여성의 임무는 집에 머무르며 아이를 돌보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나는 남성 동료들에게 여성이 투표권을 가지면 엄마와 아이들이 집에 머물며 아이들을 돌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들 남성들은 이 엄마들이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라고 말해서 그들을 놀라게 하곤 했다.


p.57

여성이 선거권을 갖게 되면 적어도 가난이라는 저주를 완화시킬 여러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여성들은 빈민구호, 특히 극심한 가난을 예방할 실용적인 아이디어를 남성보다 더 많이 갖고 있다.


()예컨대, 북서해안 쪽의 연안이 계속 쓸려가서 줄어드는 상황에서 연안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가끔 제기되곤 한다. 그러나 누구도 연안 복원 문제를 실업자 구호 방안으로 제시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1898년에 나는 남편의 죽음을 맞아 돌이킬 수 없는 상실감을 맛보았다. 남편이 갑작스럽게 죽었기 때문에 나는 아이들을 돌보는 무거운 책무를 떠맡게 되었다. 빈민구제위원회의 직책을 사임하고, 곧바로 출생과 사망을 다루는 맨체스터의 등기소에서 봉급을 받는 직책을 맡게 되었다.


내 임무는 우리 구역의 주요 인구조사 담당관으로서 출생과 사망 증명서를 받아서 기록하고, 분기마다 중앙호적등기소로 장부를 보내는 일이었다. 내가 맡은 구역은 노동계급이 사는 지역이었기 때문에, 일주일에 두 번씩 저녁 시간에도 일을 했다. 여성들이 여자 등기사무관을 보고 얼마나 좋아했는지 생각하면 뭉클하다. 그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었다. 어떤 이야기는 아주 끔찍했고, 가난에 대해 불평하지 않고 인내하는 모든 이야기에 슬픔이 깃들어 있었다. 빈민구호소에서의 경험을 하고 난 뒤인데도, 세상이 여성과 아이들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볼 때마다 새삼 충격을 받았다. 열세 살 정도 된 여자아이가 자신이 낳은 사생아의 출생신고를 하러 등기소에 오곤 했다. 아이의 아버지 혹은 가까운 친척이 아이를 임신시킨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의 경우에 우리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다. 영국에서 성행위에 대한 동의는 16세부터 가능한데, 남자는 여자아이가 16세가 넘은 줄 알았다고 주장하면 그만이었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은 투표권을 얻어 그들이 원하는 법안을 재정하도록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에멀린은 강하게 하게 됩니다. 한마디로 불편을 느끼는 모든 상황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 그녀는 참정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참정권을 위한 투쟁을 시작하는데 그 시작부터 그들은 험한 꼴을 당하게 됩니다. 그녀들은 그 주장을 하며 아무도 공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녀들의 몸만 처절히 파괴되고 다칩니다. 정치의 수뇌부에 있는 사람은 그것조차, 그녀들에게 정치에 참여할 권리를 달라고 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자신들의 손에 있는 무언가를 빼앗기는 것처럼 두려워합니다.

 

 


p.104

수많은 여성이 여성에게 투표권을이라는 작은 깃발을 들고 있었는데, 경찰은 깃발을 빼앗아서 찢어버렸고, 주먹으로 때리고 모욕까지 주었다. 이 광경을 보고 대표단 단장이 외쳤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당신들은 여자들을 때릴 권리가 없습니다.”

이 말을 듣자마자 옆에 있던 경찰이 그녀의 얼굴을 때렸다. 그녀는 고통과 분노로 소리 질렀고, 그러자 그 경찰은 그녀의 목을 잡고 얼굴이 새파래질 때까지 공원 울타리에 대고 찍어 눌렀다. 이 젊은 여성은 몸부림을 치며 싸웠고, 이 일로 그녀는 경찰을 공격했다는 죄목으로 체포되었다. 다른 세 명의 여성도 체포되었다. 한 명은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애스퀴스 씨 집의 초인종을 누르는 데 성공했고, 다른 여성은 응접실 창문으로 구경하며 웃던 부인들에게 항의를 했다는 죄목이었다. 그녀는 가난한 노동자 여성인 자신에게는 너무도 중대하고 심각하게 보이는 의제를 부유하고 보호받는 여성들이 비웃는 것이 끔찍하다고 생각했다.

 

 

 

 

 


 

가난하게 태어난 여인은 거의 부유한 여인이 될 수 없지만, 부유한 여인도 언제든지 가난한 여성이 될 수 있습니다. <타이타닉>의 로즈의 어머니가 지긋지긋한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딸에게 결혼을 강요하면서 말합니다. “너희 아버지가 남겨준 건 아무것도 없어. 알량한 귀족이라는 칭호 말고는. 넌 우리의 추억이 담긴 가구들을 하나하나씩 팔고, 내가 삯바느질을 해야만 속이 시원하겠니?”



여성들이 진출할 수 있는 직업도 제한되어 있었고, 일할 수 있는 일자리도 제한적이었습니다.

게다가 동일한 근무를 해도 급여는 더욱 적었습니다.

 

 


p.59

멘체스터 교육위원회의 일원으로 일하면서 고급 직종인 교사들의 상황도 낮은 직종의 노동자들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자들이 우월한 위치를 모두 차지하고 있었다. 교사들은 교육위원회에 대표를 보냈는데, 물론 대표는 남자 교사였고, 당연하게도 그는 남자 교사의 이익을 도모했다. 많은 여자 교사들이 정규 업무 외에도 바느질이나 가사 과목을 덤으로 가르치고 있는데도 남자 교사가 여자 교사보다 월급을 훨씬 더 많이 받았다. () 그 당시 맨체스터에는 겨울 동안 가난과 실업이 넘쳐났다. 그럴 때 여자 교사들은 얼마 안 되는 월급을 떼어 아이들에게 매일 저녁을 먹였고 시간을 쪼개 그 아이들이 제대로 영양 공급을 받는지 감독하고 있었다. 교사들의 요지는 간단명료했다. “아이들은 수업을 받지 못할 정도로 가난합니다. 뭔가를 가르치기 전에 우선 먹여야 해요.”

 

 


p.53-54

빈민법 후원자가 되기 전부터 여성 참정권을 지지하고는 있었지만, 이제 여성의 손에 투표권이 쥐어지는 것은 권리일 뿐 아니라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보호받지 못하는 엄마와 아기들이 내가 전투파가 되는 과정에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고 확신한다. 사실 빈민구호소에서 만난 모든 여성이 나를 교육시켰다. 위원이 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나는 빈민구호소에 들어오는 나이든 여성들이 나이 든 남성들보다 여러 면에서 훨씬 더 낫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은 너무나 분명했다. 우선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훨씬 더 부지런했다. 사실 그들의 근면과 인내를 보고 있으면 감동할 수밖에 없다. 60~70대 노인 여성들이 그곳의 거의 모든 일을 해낸다. 그들은 거의 모든 바느질과 청소, 입소자들에게 옷을 제공하는 일을 한다. 나이 든 남성들은 거의 일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담배를 피우는 것이 허락한 작업장, 즉 낡은 로프에서 섬유를 뽑아내는 일을 하는 작업장에는 자주 들렀지만 실제로 일은 하지 않았다.

 

 


에멀린은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줄 진보정당인 자유당에게 여성의 참정권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합니다. 그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낙선운동을 하겠다고 말합니다. 자유당 정치인과 후보들은 그녀들의 말을 비웃고, 그러한 이유에 더욱 그녀를 무시하고 조롱합니다.

 

 

 

 


p.106

우리가 진지하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자유당 후보를 낙선시키는데 처음으로 성공한 후라고 생각된다. 19068월 코커머스에서 진행된 보궐선거에서 일어난 일이다 보궐선거란 의원의 사망이나 사퇴에 의해서 발생한 의회의 공석을 채우기 위해 열리는 지방선거로, 보궐선거 결과는 정부가 공약을 이행해온 방식에 대한 승인이나 비판으로 간주된다. 우리는 코커머스로 가서 유권자들에게 자유당이 과연 민주주의의 공약을 지켰는지, 혹은 모든 사람들의 권리에 대해 그들이 공언한 신념에 맞게 행동해왔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는 런던과 맨체스터에서 일어난 체포 사건에 대해 알렸고, 자유당 집회에서 발생한 여성에 대한 수치스러운 대우에 대해서도 알렸다. 우리는 투표권에 대한 요구에 비인도적으로 응수한 정부를 견책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저치가가 알아들을 수 있는 유일한 질책은 의회에서 자리를 잃게 하는 것이니, 자유당 후보를 패배시켜달라고 부탁했다.


우리가 얼마나 비웃음을 당했는지! 신문들은 그 미친 여자들은 단 한 명의 유권자의 마음도 돌리지 못할 것이라고 조롱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자 자유당 후보가 의석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년 전 총선에서 655표 차로 압승을 거두었던 곳에서, 이번에는 연합파 후보가 609표 차로 다수를 차지해 의석을 얻엇다. 우리는 엄청나게 의기양양해져서 또 다른 보궐선거가 있는 곳으로 회원들을 보냈다.


이제 조롱은 우리에 대한 맹렬한 비난으로 바뀌었다. 자유당 정부는 여전히 여성 문제에 관심 갖기를 거부했다. 그들은 자유당 지지 언론을 통해 코커머스에서의 패배는 중요하지 않을 뿐더러 그 패배는 서프러제트가 초래한 것이 아니라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자유당 지도부는 여성사회정치연합에 격렬한 분노를 표했다. 우리 회원 중 많은 이가 자유당 지지자들이었다. 그러므로 그들은 이 여성들을 배신자라고 여겼다. 이 여성들이 어리석고 경솔하다는 것이었다. 자유당은 여성이 투표권을 혹시 얻게 된다 해도 자유당을 통해야만 하는데, 자유당을 공공연히 적으로 돌리는 여성들에게 투표권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냐며 비난했다.

그들의 행동에 대처하는 언론과 사회의 싸늘한 응대에도 그들은 계속해서 그들의 의지를 표현하는 것을 반복합니다.


팽크허스트는 결국 재판정에 서게 됩니다.

그녀는 당신들이 판결을 내리기 전에, 우리가 피고석에 서게 된 이유에 대해 진술하고 싶습니다, 라고 한 후 자신의 삶과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여성들을 자율적인 시민으로 만드는 본질적인 정의를 시행하는 것이 얼마나 시급한 일인가에 대해 밝힙니다.


 

 

현행법은 남성들로 하여금 여성들이 약자라는 사실을 이용하도록 장려해왔습니다. 많은 여성이 같은 생각일 것입니다. 여성은 정치권력이 없더라도 남성에게 실질적인 힘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말을 흔히 듣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갖고 있다는 그 영향력을 통해 법률을 바꿔보고자 오랫동안 애썼습니다. 그러나 그런 영향력은 아무런 결과도 낳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하원으로 가서 우리의 요구를 줄기차게 주장해도, 의언들은 자신들이 여성들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고, 단지 유권자들에 대한 책임만 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법률을 개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는 하지만, 거기에 시간을 쓰기에는 너무 바쁘다는 답변만 듣곤 했습니다.


우리 여성들은 이제까지 있었던 어떤 개혁을 위한 청원보다 더 많은 사람이 서명한 청원서를 제출했습니다. 우리는 남성들이 어떤 개혁을 위해 개최했던 것보다 더 규모가 큰 집회들을 여는 데 성공했습니다. 여성들이 타고는 소심함, 즉 우리 어머니와 할머니들로부터 여러 세대에 걸쳐 물려받은 특성인 대중 앞에 나서지 않는 소심함을 던져버려야 한다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우리는 이런 특성들을 극복해야 했습니다. 우리는 골목골목 다니면서 적대적인 군중들을 만나야 했습니다. 우리가 나라 전체를 우리 편으로 만들지 않는 한, 남자들이 이미 얻은 권리, 우리 세금에 대한 대표를 뽑는 권리를 얻을 수 없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 마지막으로 13일 밤 우리가 체포된 후에 우리 동료들이 보여준 자제심에 대해서 증언하고 싶습니다. 언제나 참고 자제하며, 소위 윗분들에게 우리가 히스테리컬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우리의 규칙입니다. 그리고 폭력을 쓰지 않고, 오히려 다른 사람의 폭력에 우리를 내맡기는 것이 우리의 규칙입니다. 여러분들에게 제가 드릴 말은 여기까지입니다. 우리는 법을 어겼기 때문에 이곳에 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법을 만드는 사람이 되려는 노력 때문에 이곳에 와 있는 것입니다.”

 

한문단 한문단이 다 명문이고, 문장 피부에 와닿는 느낌이 이런 것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좋은 책이란 각자마다 다 다른 법이지만, 좋아하는 방법은 한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계속해서 보는 것. 감명 깊게 다 읽고도 다시 읽을 때 새롭게 감명받으며 읽는 것. 전체 분량은 옮긴이 후기까지 해서 479. 결코 짧은 분량이라고 할 수 없지만, 단 한 순간도 지루한 페이지가 없었던 책이었어요.

 

 

이 책 다 보고 <서프레제트>도 봤는데, 책이 훨씬,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줍니다. 그래도 굳이 영화 속의 제가 느낀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꼽는다면 평범한 여성이었던 모드의 마음이 갈등에서 결심으로 마음이 움직이는 장면입니다. 여성참정권을 얻기 위한 서프레제트가 되면 자신이 몸담고 있던 가정, 직장으로부터 밀려날 것이라는 것을 느끼고 갈등하는 모드(캐리 멀리건)가 무심히 남편에게 묻습니다.


 

 

 

모드  :딸이 있었으면 뭐라고 불렀을까.

소니  :마가렛. 엄마 이름을 따서.

모드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소니는 그때까지 모드와 마주보고 누워있었는데 그 순간 등을 돌리며 일어납니다. 그렇게 등을 보이며 말합니다.

 

 

소니  :당신하고 같겠지.

(참고로, 모드는 현재 24살인 여성으로, 7살때부터 파트파임으로 세탁일을 시작해서 12살에 풀타임으로 일합니다. 어머니는 대형 빨래통이 엎어지는 바람에 그녀가 4살 때 화상으로 돌아가시구요. 어머니가 돌아가신 그 곳에서 그녀 역시 어머니와 똑같이 빨래를 삶고 다리고, 깃을 세우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6살짜리 아들을 얼마간의 돈을 주며 옆집에 맡겨두면서요.)

 

 

 

ps. 

지금의 여성의 위치가 어떤 상황들을 거쳐 여기까지 오게 된 건지 그 도입부를 그린 책, 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 말로는 이 책의 느낌을 설명할 수가 없네요. 다들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이렇게 제대로 된 몰입도를 준 책이 얼마만인지 모르겠어서 계속 감탄 중입니다.

 

 

저는 이 책을 1월 중순에 주문해서 설날연휴 시작하는 날 읽었는데 어제 다 읽었어요.

흡입력 최고인데다, 어휴... 어떻게 더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정말 좋네요. 여성의 위치가 어떤 상황들을 거쳐 여기까지 오게 된 건지를 그린 책, 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 말로는 이 책의 느낌을 설명할 수가 없네요.

 

꼭 읽으세요. 두 번 읽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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