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레드 에디션, 양장) - 아직 너무 늦지 않았을 우리에게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하지만, 앤이 사랑받는 과정을 보는 것은 즐겁다.

그리고, 그녀가 슬픔의 연못에 빠져 있을 때 구해주는 마릴라를 다시 보게 되는 것도.

그때는 이렇게 그녀의 방식이 진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던 것 같다.

빨간머리 앤 애니메이션을 처음 봤을 때 애정표현이 너무 적다고 생가했던 마릴라가,

이제는 이해되는 나를 발견하는 것도 즐겁다.

고통에 빠진 사람에게 시간은 약이 아니다.

시간은 시간이고,

고통은 고통이다.

시간이 흐른다고, 그 고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마릴라는 알고 있다.

그래서 앤을 누구보다 아꼈던 매튜가 죽자 고통에 빠져 어찌할 줄 모르는

앤에게 마릴라가 말한다.

 

“우리에겐 서로가 있잖니. 앤. 네가 없었더라면 난 어땠을지 모르겠구나.

네가 오지 않았다면. 오, 앤, 내가 널 엄하고 딱딱하게 대했다는 것을 안단다.

그래도 내가 매튜 오라버니만큼 널 사랑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말이 나왔으니 얘길 해야겠구나. 난 늘 속에 있는 말을 하기가 어려웠어.

하지만 지금은 말하기가 쉽구나. 난 널 친자식처럼 사랑하고 있고

네가 초록색 지붕 집에 온 이후로 넌 나의 기쁨이자 위안이었단다.”

 

어떤 순간, 어느 순간이 아니면 분명한 사실임에도 말하기 힘든, 말들이 있다.

사랑한다, 라던지. 미안하다, 라던지. 이런 말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의외로 꽤 있다.

자신의 어떤 성격때문에 원래의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쑥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릴라는 진심으로 슬픔 속에, 고통 속에 빠져 있는 앤에게,

항상 엄격했었던 앤에게 자신의 애정을 고백한다.

 

네가 나의 기쁨이자 위안이었고, 너 없는 삶은 생각할 수가 없다고.

 

평소에 표정조차 무뚝뚝했던 그녀였기에, 그녀의 고백은, 몰랐던 사실이 아닌데도,

앤을 대하는 태도에서 근근히 보여줬음에도 큰 감동을 주었다.

애정은, 말로 표현할 때, 특히 슬픔에 빠진 사람을 구하고 싶을 때,

큰 힘을 낸다는 것을 마릴라는 보여주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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