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26살이 되면서 나는 사회인이 되었다. 바쁘게 살았다. 열심히, 최선을 다 해서 살았느냐고 물어보면 나로서는 최선을 다해 살았다고 말할 것이다. 이제는.
한동안은, 그 시기에 더 더 열심히 살 걸, 뭐라도 더 많이 배울 걸, 이라는 후회를 얹어 생각한 적도 있지만, 어쨌든 그 시기 나는 9시 반에 출근해서 8시 혹은 9시까지 일을 하고 일을 마치고 나면 지쳐 잠들 정도로 열심히 일을 했다. 학자금을 갚아야 하기도 했고, 갖고 싶은 걸 부모님에게 손 벌리지 않고 사고 싶어서이기도 했다.
27살에 만난 남자친구와는 28살에 헤어졌다. 웬만하면, 이 정도면 결혼해도 괜찮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던 만큼 관대해지려고 했는데, 보수적인 남자였고 그걸 고칠 생각이 없다는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진하게 느꼈다. ‘내 여자’는 결혼하면 집에서 자신을 기다리며 저녁을 준비하고, 자신이 들어오면 기쁜 얼굴로 맞이해주는 것이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한 가정이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 나는 일이 좋았다. 무슨 일이 되었든 사회에서 내 위치를 갖고 일을 하는 것이 좋았고, 그 관계 속에서 인정받는 것이 즐거웠다. 비록 일이 주는 스트레스가 클지라도. 나는 생각했다. 나는 그의 '내 여자'이고 싶지 않다고.
나한테는 남편만을 기다리며 집안에 있는 것이 답답하고 외로운 시간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이제 32살, 지금 내 주변에는 28살에 결혼하는 여자 지인들이 꽤 된다. 오래 만나서 이 사람만한 사람이 없어서라는 생각에 결혼을 하는 동생도 있고, 남자친구가 원해서 하는 경우도 있다.
어쩌다 가끔 외롭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아직은 결혼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라는 생각과 혼자라서 드는 안도감이 더 크다.
큰 단점이 없어서. 이만하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결혼을 쉽게 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멀어지는 것도 분명 있었다. 함께 영화 얘기, 책 얘기를 나누던 여자 지인들이 이제 거의 없다.
결혼을 한 친구들에게는 책과 영화 이야기보다는 결혼해서 만들어가는 자신들의 세계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걸 느낀다. 항상 먼저 문득 인사를 건네던 내가 이제 더 이상 친구들에게 연락하지 않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안부 인사나 생일 축하 인사를 건네면 언제부턴가(정확힌 내가 29살이 되면서부터) 넌 결혼 안 해? 라고 묻는 사람들에게는,
한 번 안 하다 보니 점점 더 연락을 할 수 없게 되고 말았다. 카카오톡에서 그 사람의 일상이 궁금하고 말을 걸고 싶지만 이제는 서로의 관심사가 너무 달라졌다는 걸 인정할 수 밖에 없어지고 만 것이다.
결혼이 나쁜 것도 아니고 혼자가 나쁜 것도 아닌데, 어떤 갈림길에서 서로 다른 쪽을 선택한 것 같아진 기분이다. 언젠가 만나질 수도 있고, 다시 만나질 수 없기도 하겠지만, 어쨌거나 그걸 인정해야 하는 순간.
그래도, 아직은 이 순간을 즐기기로 했다. 혼자 무거운 걸 들고 올 생각을 하면 팔이 아플까 걱정되고, 이러다 결혼 안 할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지만, 친구도 있고 남자친구도 곁에 있는 지금 이대로의 상태도 충분히 행복하다. 그러니까 혹시나 결혼한 사람들은 자신의 결혼생활이 충분히 행복하다고 해도 결혼 안 한 사람들에게 결혼 안 하냐고 너무 묻지 말자. 그냥 지금 사는 거 재밌어? 어때? 정도로만 묻자. 그럼 대부분, 응, 충분히 괜찮아.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은 것 같아, 라고 대답할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