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비포 유 미 비포 유
조조 모예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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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이별을 준비하는 동안 나는 사랑에 빠졌다.

 

이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연인이던 두 사람이 한쪽은 이별을 준비하는 동안 다른 한쪽은 그를 더 사랑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인줄 알았다.

하지만 이야기가 시작되자마자 남자는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그리고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리고 뭐가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지도 못한 채 2년이 흘러 한 여자가 나온다. 버스 정류장에서 집까지의 거리를 세고 다니는. 6년동안 일하던 카페에서 실직한 루이자 클라크. 루이자는 외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과 그의 아들이 함께 사는 집의 생계를 거의 맡다시피하고 있었는데. 집에서는 빚이며 신용카드 돌려막기가 일상. 일을 쉴 수 없다. 겨우 구직센터에서 얻게 된 간병인 자리. 의학적 지식이라곤 한 마디도 없고 면접에서조차 쓸데없는 이야기가 툭툭 튀어나오고 마는 루이자.

하지만 트레이너 부인은 그런 루이자를 채용한다. 그러면서 부탁한다. 했던 말이지만 한 번 더 해야겠어요. 윌 옆에서 항상 누가 지켜줘야 한다는 게 아주 중요해요.”

첫만남. 그녀가 돌봐야 할, 휠체어를 탄 남자가 엉망으로 흐트러진 머리카락 밑에서 루이자를 올려다본다. 그리고 피마저 얼어붙게 만드는 소름끼치는 신음소리를 낸다. 그리고는 비명을 지른다. 일그러진 얼굴로 바라본다. 루이자가 겁에 질린 채 인사를 건넨다.

그러자 그의 얼굴이 밝아지더니 말도 안 되게 수그리고 있던 어깨를 편다. 장난꾸러기 윌. 그리고 엄청난 슬픔 속에 사로잡힌 윌. 루이자가 보통 무얼 하냐고 묻는 말에 윌은 대꾸한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 미스 클라크. 이제는 아무것도 못 한다고요. 앉아 있어요. 그냥 존재한다고 할까.”

그녀가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드라이브를 하러 가자고 하면 이렇게 답한다.

미스 클라크, 내 인생이 스토트폴드 전원 도로를 한 바퀴 돌아 드라이브를 한다고 눈에 띄게 좋아지진 않아요.”

 

그러던 어느날 윌의 연인이었던 알리사와 그의 친구인 루퍼트가 찾아온다. 둘은 결혼을 하기로 했다고 말한다. 윌은 난폭해져서 액자들을 다 부숴뜨린다.

그 다음날 망가진 액자를 고치려는 루이자에게 윌은 누가 그걸 원하느냐고 분노를 터뜨린다. 그리고 클라크는 생각하기전에 튀어나오는 자신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일말의 동정심이 들어있지 않은 장애인대 비장애인이 아닌 그저 인간 대 인간의 첫 번째 대화였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개망나니처럼 행동하실 필요는 없잖아요.”

뭐라고 했죠?”

친구 분들께서 똥보다 못한 대접을 받았다고 쳐요. 좋아요. 그런 대접을 받아 마땅한 사람들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저는 날마다 여기 오면서 할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할 뿐이에요. 그러니까 다른 모든 사람 인생을 불쾌하게 만드시더라도 제 인생은 건드리지 않으시면 정말 고맙겠어요.”

그러면 내가 그쪽이 여기 안 오면 좋겠다고 한다면?”

저를 고용하신 건 아니잖아요. 전 당신 어머니가 고용한 사람이에요. 그리고 어머니께서 이젠 오지 말라고 하지않는 이상 전 절대 안 나가요. 특별히 그쪽 걱정이 돼서도 아니고, 이 멍청한 일이 좋아서도 아니고, 그쪽 인생을 좌지우지하고 싶어서도 아니에요. 그냥 돈이 필요해서에요. 알았어요? 전 진짜로 돈이 필요하다고요.”

그렇게 이기적인 대화가 오고 난 후 윌은 루이자에게 자기의 세계를 열어 보인다. 자막 있는 영화라고는 보지 않던 루이자에게 자막이 있는, 하지만 명작인 영화를 보여준다. 26살이될때까지 한번도 자막있던 영화를 보지 않았던 루이자는 그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나서 둘은 슬슬 대화를 시작한다. 이제는 좀 덜 이기적인, 평범한, 뻔하고 일상적인 대화들.

일을 하지 않을 때는 무얼 하냐, 집은 어디냐, 취미는 뭐냐, 몇 살이냐.

난 니가 싫다. 꺼져라, 라고 말하던 윌과 나도 너 안 좋아한다. 돈벌려고 하는 일에 방해하지 마라, 고 하던 루이자가 대화를 한다. 그리고 원래 종종 하던 일이긴 하지만 루이자는 실수라는 걸 한다. 점심을 먹여주다가 무릎에 흘리고 그걸 닦아주려다가 바지를 적시고. 윌은 오줌싸개 꼴이 되었다. 그녀가 긴장한 것을 본 그가 농담을 한다,

이러지 말아요. 뭐 최악의 사태가 일어나면 그게 대수겠어요? 그래봤자 내가 휠체어 신세가 되는 정도?”

누군가의 기분을 편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처음 본날 괴물처럼 굴던 그였다. 비명을 지르고 어깨 속에 머리를 묻어 간병인을 놀리려 더 괴상하게 보이려 하던 그가 지금 루이자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루이자가 윌의 간병을 위해 고용된 기간은 6개월. 그건 윌이 부모님에게 죽기 전에 준 마지막 시간이었다. 윌은 6개월 후 안락사를 신청한 상태다.

 

루이자와 윌은 점점 가까워진다. 루이자는 윌에게 죽음을 포기하게 하려고 한다.

내 생각에 우리는 온갖 일들을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게 보통 흔하게들 하는 사랑 얘기가 아니라는 건 알아요. 심지어 내가 이런 말을 하고 있어서는 안 될 이유들도 숱하게 많이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내가 당신을 사랑해요. 정말로 사랑해요. 패트릭과 헤어지면서 깨달았어요. 그리고 어쩌면 당신도 날 조금은 사랑할지 모른다고 생각해요.”

그러자 윌도 자기 생각을 말한다. 천천히. 또박또박.

미안해요. 내겐 충분하지 않아.”

계속해서 정확한 단어들을 골라내듯 말한다.

난 그걸로 안 돼요. , 내 세상은, 아무리 당신이 있더라도 모자라. 진심으로 말하지만, 클라크, 당신이 오고 나서 내 삶 전체가 좋은 방향으로 달라졌어요. 그렇지만 그건 충분하지 않아요.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이렇게 되면 괜찮은 삶을 살 수도 있다는 걸 알겠어요. 당신이 곁에 있다면, 어쩌면 썩 괜찮은 삶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건 인생이 아니에요. 당신이 얘기를 나누었던 그 사람들과 나는 달라요. 그건 내가 원하는 삶과 전혀 다르단 말입니다. 비슷한 구석도 없다고요.”

하지만, 휠체어는 내 존재를 규정해요, 클라크. 당신은 나를 몰라요. 진짜 내 모습을. 이 물건이있기 전에 날 본 적이 없잖아요. 난 내 삶을 사랑했어요, 클라크. 진심으로 사랑했단 말입니다. 내 일과 여행과 나라는 사람을 만드는 모든 걸 사랑했어요. 육체적인 인간이라는 사실 자체가 좋았어요. 바이크를 타고 높은 건물에서 몸을 던지는 걸 좋아했어요. 사업거래에서 무자비하게 승리하는 게 좋았어요. 섹스도 좋아했죠. 숱한 섹스들을. 크나큰 삶을 누렸단 말입니다.”

나라는 사람은 이 물건에 갇혀서 살 수 있게 생겨 먹질 못했어요. 그런데 의도와 목적에 모두 반해 나를 규정하는 게 이젠 이 물건이 됐단 말입니다. 나를 규정하는 유일한 물건이 됐어요.”

 

결국 6개월이 지나자 그는 떠난다. 디그니타스에서. 죽음을 허락해주는 곳에서.

그리고 루이자는 마을을 떠나 대학에 다니기로 한다. 윌이 발견해준 자신의 잠재력, 무엇보다 좀더 멋진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 을 갖게 해준 윌을 위해.

 

클라크

()나를 알게 되어 당신이 고통스럽고 또 깊은 슬픔에 빠졌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그리고 어느 날 당신이 지금보다 나한테 화를 덜 내게 되고 또 마음도 가라앉으면, 나로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알아주면 좋겠어요. 그리고 또, 이로써 당신은 나를 만나지 않았던 때보다는 훨씬 더 좋은, 아주 멋진 삶을 살 수 있는 발판을 갖게 되었다는 것도요.

새로운 세상에서 당신은 약간 편치 않은 느낌을 갖게 될지도 몰라요. 사람은 안전지대에서 갑자기 튕겨져 나오면 늘 기분이 이상해지거든요. 하지만 약간은 들뜨고 기뻐하길 바랍니다. 그때 스쿠버 다이빙을 하고 돌아왔을 때 당신의 얼굴이 내게 모든 걸 말해주었어요. 당신 안에는 굶주림이 있어요, 클라크. 두려움을 모르는 갈망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당신도 그저 묻어두고 살았을 뿐이지요.

()당신은 내 심장에 깊이 새겨져 있어요, 클라크. 처음 걸어 들어온 그날부터 그랬어요. 그 웃기는 옷들과 거지 같은 농담들과 감정이라고는 하나도 숨길 줄 모르는 그 한심한 무능력까지. 이 돈이 당신 인생을 아무리 바꾸어놓더라도, 내 인생은 당신으로 인해 훨씬 더 많이 바뀌었다는 걸 잊지 말아요.

내 생각은 너무 자주 하지 말아요. 당신이 감상에 빠져 질질 짜는 건 생각하기 싫어요. 그냥 잘 살아요.

그냥 살아요.

사랑을 담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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