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한 과부들을 위한 발칙한 야설 클럽
발리 카우르 자스월 지음, 작은미미 외 옮김 / 들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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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엄청 야한 걸 기대하신 분도 있을 거고,(저요!! 저요!!) 그러라고 작가도 이런 제목으로 지은 거 같은데 만약 제목 때문에 책을 고른다면 여러분은 낚이게 된다. 그렇다고 안 야하다는 건 아니고, 그런데 또 이 책에 흐르는 전반적인 분위기 자체가 야한 건 또 아니다(제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죠..).

마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같은 야한 장면들이 끊임없이 폭발하는 그런 소설은 아니지만 이 소설 속 야한 장면들은, 그건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만든 야한 이야기’여서 그녀들의 못 다 이룬, 차마 해보지 못한 섹스 판타지가 들어가 있다.

여기서 그녀들, 이란 과부들이다. 사회적 금기 때문에 정숙하게 살고 있지만 사실은 이런 야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재능 있는 여자들’. 웹소설 시장이 두 손 들고 환영할 ‘재능’일 텐데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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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야설클럽을 통해, 자신들의 ‘자연스럽고 폭발할 것 같은 욕구’를 이야기로서 분출하던 여성들이, 그 에너지를 원동력으로 이후에 어떤 살해범을 찾아내고 잡아낸다는 것이다(읽어보면 아시겠지만 저는 아무것도 스포하지 않았습니다🫢🫢🫢).
경찰이 자살로 마무리했고, 그래서 자살로 묻힐 뻔 했지만, 결코 자살할 사람이 아니었던 여자의 생을, 야설 쓰던 여자들이 찾아낸다.
쓰다 보면 알게 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디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이야기 초반, 주인공이자 20대인 법과대학 중퇴생 니키가 자신이 원하는 삶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부분과 동생 역시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짐을 분담해주길 바라는 언니의 목소리를 그린 부분도 인상적이었는데 사실 예전 같으면 ‘다들 가족끼리 싸우고 사는구나. 가족은 왜 이리 힘든 걸까.’ 하며 무겁게 읽혔을 텐데 ‘그래, 사실 각자 자신의 감정과 상황을 드러내다 보면 충돌 지점이 생기고, 그렇다면 감정이 겪해지는 게 당연한 거지.’로 읽힌다.

각자의 상황을 말하는 건 격한 감정이 표출된다고 해서 싸우는 건 아니다. 그냥 일시적으로 감정이 겪해지는 것이지.

참고로, 니키 속마음은 ‘사실 정확히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음. 뭘 목표로 해야하지? 어쨌든 지금 들어간 법대는 아닌 거 같아.’인데 어쨌든 장녀인 언니 민디의 목표는 ‘괜찮은 남자와의 결혼!’ 이라는 ‘전통적으로 어른들이 바라는 목표’와 부합하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엔딩이 무척 상큼하게 끝나는데 마치 영화관에서 기분 좋은 가족영화 또는 산뜻한 여름 로맨스 영화의 싱그러운 엔딩씬을 보고 나온 것 같은 느낌이다.

빨리 읽히고, 재미있고, 중간중간 야하고, 무엇보다 기분좋게 책을 덮게 만들어주었던 책.

*출간 전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이나 매우 만족스럽게 읽었습니다.

@gimsieun20
인스타에서 좀더 자세하게 썼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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