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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데드 백과사전 - 뱀파이어, 늑대인간, 좀비, 그 외의 모든 살아 있는 시체들
밥 커랜 지음, 정탄 옮김 / 책세상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뱀파이어, 늑대인간, 부두교와 좀비, 구울과 골렘, 러브크래프트, 기타의 여섯가지 장에서 저자는 그 괴물의 개념에 대한 변천사와 그와 관련된 괴담과 사건사고들을 정리한다. 단순히 신화나 민담에 기원을 두는 것만이 아닌 실재 뱀파이어를 봤다는 증언이나 늑대인간에 대한 마녀재판과 같은 역사적 사례들을 정리해 놓은, 괴물 백과사전이라기보다는 괴담 문화사에 가까운 흥미로운 책. 괴물들 혹은 주술에 대한 이야기가 과거 서구 사회에서 어떤 영향력을 발휘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볼 수 있다.
먼저 오해를 피하기 위해 밝혀둡니다. 1.이 책은 리뷰를 부탁 받았고 2.그렇지만 굳이 부탁 받지 않았더라도 리뷰를 썼을만한 책이고 3.리뷰에 대한 대가성은...없나? 아이스크림 얻어먹은게 대가였나? 어쨌든 그렇습니다. 사실 출간된지 한참 된 책을 이제와 리뷰를 쓴다는 것 자체가 이런 오해를 다 떠나 제가 쥑일 놈입니다만; 요 며칠 따로 읽던 책을 놓지 못하기도 했고 한국소설문학대계도 진도 빼야하고 흑흑흑.
앞서 책소개에도 적어놓았지만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드라큘라는 체페슈가 어째서 브람스토커인데 앤라이스가 그래서 노스페라투니까 아카드다, 뭐 이런 이야기가 전부가 아니라는 겁니다. (없지는 않습니다) 어느 마을 어떤 처녀가 객사했는데 그 처녀가 죽은 뒤로 마을 사람들이 아프고 그 처녀 무덤을 파보니 시체가 썩질 않았더라, 같은 일화들에 대한 정리야말로 이 책의 자료로서 갖는 가치가 아닐까 싶어요.
특히나 가장 재밌는 부분은 부두교와 좀비 챕터에서 나오는 부두교에 관한 정리인데요, 뭣보다도 뉴올리언스 지역을 중심으로 부두교 주술사들 간의 보이지 않는 세력권 다툼이나 권력계승에 대한 이야기를 역사서와 같은 관점으로 정리를 한다는 부분이 저에겐 가장 흥미롭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누가 누구를 저주했고 누가 누구를 독살했으며 누구의 사형식에는 폭풍우가 불고 번개가 떨어지고...이런 이야기들을 보다보면 [공주와 개구리]에서나 봤던 뉴올리언스 부두교가 더 으스스하게 다가오기 마련이지요.
흔히들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고증이나 진실, 진짜 팩트나 확실한 증거들을 찾는데 이 책은 오히려 그 반대로 당대에 유행했던 루머와 소문, 괴담에 집중합니다. 아니 사실 그렇잖아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어떤 게 진실인지야 지금 당장 알 수야 절대 없는 노릇이지만 우리 주변에서 들려오는 풍문들이야말로 우리 눈앞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현실을 주무르지 않나요? 그런 점에서 [언데드 백과사전]이 보여주는 온갖 기기괴담들은 모두 우리가 알던 괴물들이 이제껏 어떻게 다루어져왔는지에 대한 꽤 흥미로운 정리입니다.
덧//
그런데 글이 가끔 20년 전같을 때가 있는건 좀 아쉽습니다. '뱀파이어는 우리 곁에 있을지도 몰라!!'라고 말미를 장식하는 건 요즘 와선 별 반응을 못일으키잖아요.
덧2//
제 6장 기타 부분은 존재의 필요성을 못느끼겠더라능 ㅠ_ㅠ; 러브크래프트는 제가 잘 아는 편이 아니니 또 패스 ^^; 그래도 재밌게 읽을만한 부분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