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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스의 비밀 ㅣ 시공 청소년 문학 2
앤 놀란 클라크 지음, 공경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다시 동양적이면서 신비감을 주는, 몽환적인 이미지의 작품에게 상을 줄 시점이 되었던 듯싶다.
1920~30년대 작품 가운데 ‘하늘로 올라간 고양이’에 손을 들어주었듯이 1953년도 뉴베리 수상작
으로 선정된 ‘안데스의 비밀’ 또한 ‘하늘로 올라간 고양이’처럼 신비스러움을 간직한 몽환적인
이미지의 작품이며 동시에 아동문학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겁고 중후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남아메리카 대륙의 안데스 지역에는 해발 3360미터나 되는 곳에 쿠스코 분지가 있습니다.
잉카족이 13세기에 이곳에 들어와서 나라를 세워 살았다고 합니다. 이후 13명의 황제가 있었는데
7대 왕까지는 전설상의 인물입니다. 잉카족은 쿠스코에 도시를 이루고 문명을 꽃피우고 살다가
16세기에 에스파냐의 침략으로 망하게 됩니다. 이후 일부 부족민은 에스파냐에 대항해서
싸웠습니다. 잉카를 다시 세우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요. <안데스의 비밀>은
그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수도인 쿠스코에서 멀리 떨어진 산 속에 은둔하며,
잉카 제국의 부활을 꿈꾸던 잉카 인들의 이야기입니다.” -옮긴이의 말 가운데에서 발췌
위에 옮겨놓은 글처럼 이 이야기는 잉카 제국의 부활 꿈꾸는 잉카 인-추토노인과 다시 후대에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후세를 키우고 이끌어갈 열 살배기 소년, 쿠시의 이야기가 주류를 이룬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존재이유를 알아가기 위해 무엇인가를 찾아 헤매는 쿠시의 눈을 통해
사라져버린 잉카 제국을 노래하고, 그것의 부활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잉카문명과 잉카제국. 그 역사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읽는다면 무척이나 난해하고 어려울
이야기이다. 하여 이것이 과연 아동문학으로서 얼마나 가치를 가질 수 있을까, 의문을 갖게 된다.
물론 이 작품으로 하여금 많은 아동들이 사라진 문명을 이해하고 조금이나마 그 문명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면, 그것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이리라. 허나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매우 추상적이면서도 관념적인 작품은 어린 아이들을 작품 속으로 깊숙이
어들이는 데는 어려움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이 작품은 어렵고 난해한 잉카문명과 그 후예의 이야기를 아름답고도 분명한 묘사를 통해
그려내고 있어 그저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무엇인가를 얻은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간결한 문장을 통해 속도감을 주고, 시종일관 궁금증을 갖게 하는 아리송한 장치들을 설정하여
작품 속으로 끌어들이는 흡인력을 갖추고 있다. 즉 독자 스스로 쿠시가 되어 추토노인과
알 수 없는 상황들 속으로 이끌릴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다만 그 설정들이 너무나
운명적인 것들인데다 계시가 지나치게 남발되어 있어서 깊은 공감과 이해를 끌어들이기에는
한계가 있는 듯 보인다.
어쨌든 참 아름다운 글이다. 미국의 작가가 이렇듯 아름다이 잉카 문명을 그려냈음이
놀랍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