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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모수 파크를 탈출하라 ㅣ 행복한 책읽기 20
임정진 지음, 류충렬 그림 / 계림닷컴 / 2006년 8월
평점 :
이 이야기는 최근 유행처럼 회자되고 있는 고구려 이야기이다.
허나 진행방식이나 접근방식이 기존의 역사동화와는 사뭇 다르다.
이야기는 현재에서 시작되어 계속 현재 시점에서 진행된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고구려는 천년 전 발해에 살았던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테마파크.
일종의 고구려체험 공원이며 주인공인 여섯 명의 아이들은 이 공원의 개장에 앞서 공원 시스템의
오류를 발견하기 위해 선발된 베타 테스터들이다. 허나 이 공원은 평범한 놀이공원이 아니다.
모든 것이 실제 고구려의 생활을 가져다 놓은 듯 생생하다.
아이들은 베타 테스터가 되어 돌로 성을 쌓고 억새로 집을 짓고
3일 동안 벌어지는 결혼식을 구경하며 떡을 만든다. 상상 속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고구려 시대의 희한한 동물을 만나고 그것들의 알을 목욕시키며 철기방에서
무기 만드는 일을 돕고 전쟁을 체험한다. 결국에는 무덤에 들어가 벽화를
그리려다가 순장되는 위기에 처하는 아이들.
이야기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고구려의 일상을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동시에
중국에서 온 아이 밍밍, 혜신과 우리나라 대표 아이들과의 의견대립을 통해 고구려의
정체성에 대해 묻고 있다. 과연 상당부분 중국의 문화와 혼합된 고구려 체험공원을
보며 고구려와 중국과의 미묘한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아이에 대한 애정은 잃지 않아 중국 대표 아이들과 우리나라 대표 아이들이
함께 어우러지고 친구가 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담아내었다. 만약 해모수 파크에
아이가 있었다면 모두 친구가 되었을 것이라면서...
그리고 이 이야기의 결정적인 반전은 마지막 몇 페이지에 담겨있다. 그 부분을 읽으며
아, 임정진 선생님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셨을까. 감탄을 하였다. 팩션을 가슴으로
느끼게 된 것이었다. 다만 삽화가 조잡한 느낌을 주는 것이 아쉽고 때로 주인공처럼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무엇이 상상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 걸렸다. 그것을 알아 보려
고구려에 대한 자료를 뒤지게 된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