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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무지 재미나게 읽어낸 책이기에 나도 한 번~ 하고 잡았다.
아, 무언가로 꽝 머리를 맞은 느낌. 내 머리 속에 존재하고 있던 정형화된 동화의 모습이
산산이 부서지는 느낌이었다.
이 책은 일곱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있는데
첫 번째 <깐깐 선생님과 요술 연필>부터 무언가 먹먹해지는 느낌을 주었다.
사실 마음을 솔직하게 써주는 요술 연필은.. 그 모티브가 일본의 <신기한 시간표>에
나오는 요술 지우개랑 비슷했다. 거기에서는 지우개가 거짓으로 씌여진 것을 지웠고
여기에선 마음 속을 그대로 쓰게끔 만들어낸다는 점이 다를까...
그래도 이야기를 풀어간 방식이나 캐릭터의 설정이 선명하여 힘이 느껴졌다.
두 번째 <후후 선생님은 날마다 생일이야>는 다소 장황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도 사건이 길게 꼬리를 물면서 풀어가는 점이 작가의 치밀한 구성력을 보여주고 있어
부러웠다. 그 넘치는 상상력과 입담도 말이다.
내가 가장 좋았던 작품은 <서른 명과 바보 그리고 신발장 속 짝지귀신>이었다.
꽤나 길고 독특한 제목의 이 작품은 한 명의 바보 같은 아이가 전학을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신발장 속에 꽃을 넣으면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전설과 같은 이야기와
그것으로 인하여 벌어지는 아이들간의 갈등 그리고 그것이 바보의 예쁜 마음으로
풀어지기까지가 참으로 자연스럽게 잘 엮여서 전개되고 있다. 정말 배우고 싶은 작품이다.
표제작 <내 꿈은 토끼>를 읽고나서는 사실 어리둥절했다.
그래서 뭐 어쨌단는 건가. 어쩌자는 건가. 어쩔 수 없는 어른의 방어기제가 작용했다고 할까.
아이가 열심히 공부만 하다가 미쳤다는 건가... 이해하기 어려워서 딸에게 물었더니
"너무 공부만 시키면 미칠 수도 있다는 거야." 라고 정리해준다.
아이들은 그렇게 쉽게 받아들이나 보다.
다시 반성을 하였다.
아이와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는 좋은 단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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