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성장통이 담긴 여행기

병 속의 바다 - 2004년 뉴베리 아너 상 수상작 ㅣ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2
케빈 헹크스 지음, 임문성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7월

케빈 헹크스. 물론 그의 작품을 두 편 밖에 모른다. 그것도 짧은 그림책... 하지만 두 편의 그림책에서 나는 케빈 헹크스의 서정적이면서도 정감있는 글체와 아이의 마음을 아이스럽게 표현해내는 능력을 읽었었기에 이 책에 거는 기대 또한 컸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나의 기대는 기대 이상으로 잘 충족되었다.

올리브라는 전혀 주목받지 못하는 소녀의 죽음으로부터 마사의 여름방학은 시작된다. 하필 갓비 할머니 댁으로 여행을 떠나기 직전 올리브의 엄마를 통해 전해진 올리브의 일기-그 속에서 마사는 올리브가 자기 자신과 매우 닮아있었음을 깨닫고는 올리브에게 홀린 듯한 기분으로 가족과의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갓비 할머니는 마치 마사의 심중을 꿰뚫고 있는 듯한 말과 행동으로 마사의 어리둥절한 속내를 하나씩 읽어내준다-솔직히 책에는 직접적으로 그런 표현은 없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갓비 할머니가 마사의 혼란스러움을 터득하고 매우 슬기롭게 풀어주고 있다는...

마사는 갓비 할머니 이웃에 사는 매닝씨네 테이트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다. 허나 이번 여행에서 마사는 이상하게도 지미에게 매료가 된다. 하지만 지미는 지극히 이기적이며 심술맞은 캐릭터다. 마사의 순정을 얼토당토하게 이용해버리고 마니까. 마사가 지미에게 당하는 그 순간에는 너무 화가 났다. 마사의 첫사랑을 그 애잔한 마음을 내기시합에 이용해먹는 열 네살 꼬마, 지미가 악마같았다. 마사의 일생에 있어 얼마나 큰 흉터가 될까...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테이트가 있어 다행이었다. 테이트 덕에 흉터는 큰 생채기를 남기지 않은 채 가라앉을 듯 하므로...

이렇듯 마사는 여름방학 가족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경험하고 깨닫게 된다. 사건은 지미가 벌였던 마사의 마음 흔들기에서 비롯되고 그것으로 종결된 듯도 싶지만 결과적으로 마사의 마음키가 훌쩍 커버렸으므로-어쩌면 사람이 성장하는 단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그것, 사랑의 감정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므로 마사가 지미를 통해 한 단계 커버린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든다.

올리브에게 전해줄 병 속의 바다를 품에 안고, 테이트가 건내준 검정 테이프를 갖고, 집으로 돌아온 마사. 239쪽에서 여행에서 돌아오는 마사의 시선을 통해 훌쩍 커버린 마사를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한다.

'아무도, 이 공항에 있는 그 누구도, 더 넓게는 이 지구에 사는 그 누구도 자신이 하는 생각이나 자신의 가슴과 머릿속에 담겨 있는 것들을 모른다는 사실 말이다. 바로 그 순간, 자신의 머리와 가슴 속에 들어있는 것들이 자신을 이 세상 그 누구와도 다른 특별한 존재라고 느끼게 해 주었다.'

이것이야말로 성장통을 겪는 십대 초반,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가장 소중하고도 값진 교훈이 아닐까. 나를 이 세상 누구와도 다른 특별한 존재로 여기기. 때문에 마사의 여름방학이 담겨있는 <병 속의 바다>를 십대 초반 학생들에게 두루 권하고 싶다. 마사와 함께 아파하고 혼란스러워하면서 자신의 특별한 존재감을 묵직하게 느낄 수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