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과 장애이웃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잠옷 파티 ㅣ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43
재클린 윌슨 지음, 닉 샤랫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3년 1월

참 재미있다. 또래 여자아이들이라면 흠뻑 빠지고도 남을만큼 여자아이의 심리를 잘 읽어내고 있는 책이다. 더불어 장애가족의 우울한 심리와 감추고 싶은 마음까지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책. 이 책을 읽고 나니 영국의 작가 재클린 윌슨의 다른 책까지도 읽고 싶다는 충동이 인다. 다 재미날 것 같아서다. 

어려서 뇌를 다쳐 집에서만 생활하던 릴리는 특수학교에 진학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릴리의 여동생, 데이지도 전학을 온다. 새로운 학교에서 데이지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에밀리와 단짝이 되고 싶다. 하지만 에밀리는 이미 괴팍하면서도 잘난 척하기를 좋아하는 클로에와 단짝이다. 그리고 쵸콜릿을 좋아하는 밸리와 곰인형을 좋아하는 에이미. 이렇게 넷이서 친한데 데이지까지 껴서 다섯 명의 여학생은 알파벳 클럽이라는 엉뚱한 이름을 내걸고 친하게 지내고자 한다. 물론 알파벳 클럽은 데이지의 아이디어다. 친구를 사귀고자 하는 데이지의 의지다. 에이미는 생일날, 잠옷파티-친구 집에서 하룻밤을 함께 보내는 파티-를 하기로 하고 알파벳 클럽의 다섯 소녀는 함께 에이미의 집에서 잠옷파티를 즐긴다. 그리고 잠옷파티는 벨라와 에밀리의 생일에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평소 데이지를 좋아하지 않는 괴팍한 클로에는 사사건건 데이지를 괴롭히다 못해 자신의 잠옷파티에 데이지를 빼놓으려 한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여 결국 다섯 명의 잠옷 파티는 이어진다. 하지만 한편으로 데이지는 마음이 불편하다. 자신의 생일은 다가오는데 말도 못하고 걷지도 못하는 릴리언니가 마음에 걸려 잠옷파티를 하자고 할 수가 없었던 거다. 하지만, 탁 트인 데이지의 부모는 릴리를 숨기지 않으려 한다. 오히려 데이지의 생일파티에 릴리를 끼워넣음으로써 릴리의 존재를 드러내도록 함으로써 가족임을 깨우치도록 유도를 한다-아마도, 내 생각에 그러하다는 거다.  

 <잠옷파티>는 영국 소녀들의 유행인 듯 보이는 생일, 잠옷파티를 소재로 하여 열 살 남짓한 소녀들간의 우정을, 그녀들의 심리를 세밀하게 파고 들었다. 뿐 아니라 장애인을 둔 가족이 장애인을 부끄러워하거나 감추지 않고 떳떳하게 드러내게 함으로써 장애인 가족에게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고, 장애인 가족을 둔 이웃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함께 그들 역시 똑같은 이웃이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그만큼 소소한 일상사를 통해 생각의 깊이를 더해주는 좋은 책이라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