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는 어른이 되었다 올 에이지 클래식
곤살로 모우레 지음, 김정하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참 아름다운 글이다. 스페인의 한적한 목장에서 뜨거운 여름을 나긋하게 보낸 느낌이랄까.

주인공 꼬마 다리오는 여름이면 스페인 북부에 있는 아카시아스에서 지낸다. 부모님은 직장 때문에 함께 하지 못하고 대신 아카시아스에서 목장을 하는, 다리오삼촌과 판판숙모와 함께 지내는 것이다. 삼촌과 숙모의 아들은 벌이 입천정을 쏘는 바람에 죽었다. 그 일로 판판숙모는 거의 말없이 지내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리오는 삼촌과 숙모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교과서가 있는 것도 아니요, 특별한 수업이라든지 가르침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자연속에서 말을 보살피는 일을 함으로써 자연과 융화되는 방법. 자연과 함께 하는 방법. 자연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삼촌이 꼬마 다리오에게 말 타는 법을 가르쳐주는 장면(107~108쪽)은 정말 압권이었다.

아이의 귀를 잡고 스스로 말이 되어 느껴보라는.. 사람의 채찍질, 고삐의 잡아당김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지를 느껴보고 말에게는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삼촌의 마음을 다리오는 용케도 잘 받아들였다. 그리고 말과 함께 하며 자연에 동화되는 법을 온 몸으로 느껴 알게 되었다.

다리오는 여름 한 달 동안 말을 돌보면서 매일 아침이면 말똥을 마굿간에서 빼내 들판에 뿌린다. 그러면 말똥에 남아있는 귀리열매를 먹기 위해 새가 모여든다. 처음에는 다리오를 경계하다가 차츰 경계를 풀고 다리오와 친구가 되는 새들 또한 다리오의 여름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리고 다리오의 첫 사랑, 파울라와의 만남.

판판숙모로부터 전해들은 야생마 시에테 레구아스의 이야기도 여러 가지 생각거리를 남겨주었으며,  고사리가 많이 나는 계곡에서 만난 땅의 전령, 코스티야 역시 자연에 거스르지 않고 살아가는 삶의 자세를 깨닫게 하는 좋은 예시였다. 황금빛으로 일렁이는 바다. 이별 전날 내리는 빗 속에서 두 마리의 말, 지오콘다와 레오나르도의 등에 몸을 싣고 수영을 즐기는 다리오와 파울라의 영상이 눈부시도록 아름답게 기억에 남는다.

굳이 주제를 드러내 말하지 않아도, 전원생활의 목가적인 낭만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현실감있는 묘사와 속 깊은 대사를 통해 진지하게 독자에게 물음표를 던져주는 책.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해주는 좋은 책이었다. 맘에 쏙 드는 책을 만나서 참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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