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는 아프다 푸른도서관 13
이용포 지음 / 푸른책들 / 2006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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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글이다. 분명, 지독히도 가난한, 실패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모여 아둥거리며 살아가는 너브대를 그린 글임에도 나는 '참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았다. 왜일까. 문장이 참으로 고왔다. 쉼표 하나도 허투루 찍지 않은, 혼신의 힘을 기울여 다듬어낸 글. 그런 인상이었다. 느티의 떨림 하나도 놓치지 않고 그대로 끌어다가 풀어놓을 만큼 작가는 참으로 섬세하고도 따스하게 느티가 머물고 있는 공간, 너브대와 그곳에서 삶을 만들어가고 있는 사람들을 그려내고 있다. 게다가 무척이나 어려운 지경에 내몰린 등장인물과 사건들을 엮어내면서도 작품 전면에 동화적인 판타지를 넣음으로써, 삶의 질팍함보다는 몽롱한 환상성. 아프지만 그리 독하지 않은 느낌을 전한다. 때문일까. 전체적으로 아름답고 수려하지만 진실성이 조금은 결여되어 있는 느낌. 현실성이 조금은 약하다는 인상을 지우기가 어려웠다. 또한, 송이를 짝사랑하는 순호. 중학생인 순호가 가끔씩은 초등학교 4, 5학년 수준의 아이같다는 인상. 지독히 가난한 집인 듯한 순호네가 때로는 그리 가난한 것 같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욕쟁이 할머니, 공팔봉씨, 순심이, 노름꾼 아버지와 좌판을 하며 가정을 끌어가는 순호엄마, 가로등지기, 그리고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하지만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해 공허해하는 반장에 이르기까지. 작품에 드러난 등장인물들은 생동감 있는 대사와 행동을 통해 펄펄 살아있어 좋았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특징이 모두 다 특출하다보니, 하나의 줄기로 모아지는 힘은 약한 듯 하였다. 도드라지는 등장인물이 안 보였다는 거다. 물론 모든 등장인물을 이렇게 모두 두드러지게 포장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으리라는 생각은 하지만, 왠지 주인공인 순호가 다른 인물에 의해 가려졌다는 게 좀 아쉽다. 순호보다도 가로등지기와 순심이, 욕쟁이할머니 등 주변 인물에게 마음이 더 쓰였으므로... 특히, 시점에 있어서 중간부에는 순심이가 '나'로 등장하여 나오는 부분도 있고, 전지적 작가시점 같으면서도 관찰자시점인 듯한, 혼용된 부분들이 잦아 약간씩은 혼란스러웠다.

더불어 공간과 시간의 흐름이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것이 아쉬웠다. 읽다보면 등장인물이 어디론가 외출을 하는가 싶다가 금세 들어와버리고, 잠깐 자리를 비웠나 싶은데 보면 한참 지난 후에 다른 동네에 가 있고... 이런 식의 급작스러운 흐름이 곳곳에서 보여졌다. 물론 그런 것까지 세세하게 계산하면서 쓰기는 어렵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다른 분들도 지적하였지만 가로등지기의 정체가 궁금하였고, 순호아빠의 심경변화나 단비엄마의 가출 등이 매우 갑작스러웠다는 생각, 반장이 너브대 잠충이에게 비밀을 이야기하는 것 또한 약간은 억지스럽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느티나무가 자라고 있는 가난한 마을. 이웃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더욱 피페화되어가는 마을의 청소년을 중심으로 여러 군상의 인물들을 등장시켜 다양한 이야기를 소화시켰다는 점. 인물들의 대사가 매우 활발하게 살아있다는 점. 느티와 재채기 등의 동화적인 요소가 환상적인 느낌을 준다는 면에서. 또 매우 아름다운 문장으로 인하여... 한 편의 아름다운 드라마를 본 듯한 느낌을 줬다는, 기분좋게 마지막 장을 덮을 수 있도록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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