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책이다. 슬프면서도 희망이 담긴 책이다. 잔잔하게 일상을 이야기하는 듯 하면서도 삶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는 책이다. 시작은 평이하다. 예쁘고 활달하여 누구나 좋아하는 언니 몰리와 고집세고 똑똑한 동생, 메그. 그들은 티격태격하지만 자매로서의 애정을 가슴 가득 담고 살아간다 -당장은 느끼지 못하지만 문제상황에 부딪히면서 뼈 속 깊이 느끼게 된다. 대학교수로 있는 아빠가 책을 쓰는 1년 동안 숲 속에 있는 작은 집에서 살기로 하면서 몰리와 메그는 어려서부터 그곳에서 살고 있는 윌과 벤, 마리아 부부를 만난다.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메그는 윌과 어울려 사진을 찍고 암실에서 인화를 한다. 벤과 마리아는 곧 낳을 아기를 기다리며 밭을 가꾸고 방을 꾸민다. 언니 몰리는 치어리더로 남학생의 인기를 한 몸에 받으며 지낸다. 그러다가 언니가 코피를 쏟는다. 그깟 코피... 라고 넘겨버리는 메그. 그러나 코피 쏟기는 그깟 것이 아니었다... 점차 변화하는 언니와 부모님을 보면서 이상하다고만 생각하던 메그. 결국 언니를 멀리 떠나보내면서 가족 그리고 친구간의 웃음과 눈물 아픔과 기쁨까지도 이해하게 되는 열 세살 소녀의 일 년이 매끄럽게 세밀하게 다정하게 잘 그려져있다. '죽음'을 이렇게 담담하게 그러면서도 깊게 풀어낼 수 있음이 좋다! 책을 읽다가 접어둔 페이지... 아빠와 메그의 대화에서.. 가끔은 도저히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문제와 부딪히면 그 일을 잠시 내버려둔단다. 마음 속에 넣어두는 거야. 그것 때문에 괴로워하지 말고. 무슨 말인지 알겠니? 지금까지 그런 문제들은 모두 저절로 해결됐어. 어디선가 갑자기 해결책이 툭 나타났거든. 한동안 이것에 대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거야.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잠재의식이 문제를 해결하게 두자. 내가 요즘 딱, 이런 심정이다. 도저히 풀리지 않은 것 같은 문제를 가슴 속에 덮어두고 있는 상태. 언젠가 잠재의식이 이 문제를 풀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